19세기 말은 유럽 음악계에서 ‘자작자연(自作自演)’의 시대였습니다. 자기 작품을 자기가 연주한다는 뜻입니다. 차이콥스키와 시벨리우스는 대작곡가이면서 능숙한 지휘자였고, 쇼팽과 리스트, 브람스는 청중을 감전시키는 엄청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도 …
오늘날 음악을 접하는 경로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제가 젊었을 때는 커다란 LP 음반을 턴테이블에 걸거나 ‘워크맨’에 카세트테이프를 넣었습니다. 아 참, 라디오를 들을 수도 있었죠. 오늘날에는 음반을 사지 않아도 됩니다. 일정한 사용료를 매달 내고 인터넷에서 제법 괜찮은 음질…
‘한때 나는 호수 위의 아름다운 백조였다네/그러나 제길! 이제는 검게 구워졌다고!/요리사가 나를 꼬치에 꿰어 돌리더니/시종이 그릇에 담아 내놓는구나….’ 카를 오르프의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1937년)에 나오는 열두 번째 곡 ‘나는 호수 위의 백조였다네’입니다. 테너 솔로가 처…
로시니의 오페라 ‘랭스 여행’을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귀에 익은 선율이 나옵니다. 등장인물 모두가 새 프랑스왕 샤를 10세의 즉위를 축하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이 부분의 선율이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곡 중 하나인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마지막 장면과 같거든요. 발레 ‘잠자는 숲 속…
예전 이 코너에서 타악기 연주자들의 애환을 소개하면서 “브루크너 교향곡 7번에는 2악장에서 딱 한 번 심벌즈를 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 표현이 꼭 맞지는 않습니다. ‘어떤’ 연주에는 심벌즈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엄숙하게 시작된 악장은 차차 고조되어 …
1900년 초연된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딱 한 세기 전의 역사적 사실에서 소재를 가져왔습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나폴레옹군이 오스트리아군을 패퇴시킨 ‘마렝고 전투’ 당시 로마에서 펼쳐진 혁명파와 보수파의 대결입니다. 처음에는 나폴레옹이 패배한 것으로 잘못 전해져, 보수파…
1902년 어느 날,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 주역 가수 헤르만 빙켈만의 집 문을 누군가가 세차게 두드렸습니다. “문 열어.” “누구십니까?” “나, 국립오페라 감독이다. 문 열어.” 문을 연 빙켈만의 눈앞에는 작곡가 후고 볼프(사진)가 있었습니다. “감독으로서 명하니, 내 앞에…
‘사람 이름으로 선율을 만든다?’ 낯설게 들리는 일일까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사진)의 음악에 친숙한 분들에게는 생소하지 않은 얘기입니다. 서양음악에서 소리의 높이를 표시하는 ‘음이름’은 A(라)에서 G(솔)까지의 알파벳 일곱 글자만을 사용하지만, 독일어권에서는 유독 A-‘H’-…
리미니의 프란체스카(Francesca da Rimini)는 단테(사진)가 쓴 ‘신곡’의 지옥편에 등장하는 여성입니다. 못생긴 남자에게 시집가지만 잘생긴 시동생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죠. 이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고, 사랑하는 남녀는 죽임을 당합니다. 이 이야기에 영감을 받은 차이콥스키가…
1892년 브람스(사진)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이해 그는 피아노 소품집 ‘세 곡의 인테르메조’ Op.117을 작곡합니다. 잔잔하면서도 쓸쓸한 이 세 곡을 그는 ‘나의 고뇌의 자장가’라고 불렀습니다. 고뇌를 잠재우는 자장가라니. 브람스의 연보를 찾아보면 이해에 누이가 죽고, 친…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는 순진한 사람이었습니다. 생의 대부분을 오스트리아 시골인 장크트플로리안의 성당에서 오르간을 치며 생활했습니다. 대인관계에 서툴렀고, 여성들과의 관계는 더욱 그랬습니다. 결국 독신으로 지냈죠. 이 사람의 순진함은 선배 작곡가 바그너를 경모했으…
어떤 예술가나 늘 걸작만 쏟아내는 것은 아닙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놓은 작품이 예상 밖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나름 공을 들이고 기대도 했던 역작이 묻혀버리는 경우도 있죠. 베르디가 43세 때 발표한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도 그랬습니다. 이미 ‘리골레토’ ‘라 …
새로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에서 임헌정 지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25, 27일 말러의 대작인 교향곡 8번(1906년)을 연주합니다. ‘1000인의 교향곡’이라는 별칭대로 오케스트라와 성악 솔로 8명, 합창단을 포함해 약 1000명의 연주자가 출연한다고 합니다. 이 홀의 객석 수가 20…
“왕은 플루트를 꺼내어 불었다.”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호전적이고 권위적인 왕보다는 ‘평화로운 중재자’인 온화한 군주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습니까. 실제로 플루트를 잘 연주했던 왕이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대왕’이라는 칭호를 받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1712∼1786·재위 17…
휴가의 절정기이자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계절에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휴가지에 가져갈 만한 음반을 추천한다면?” “무더위를 식혀줄 만한 음악이 있다면?”입니다. 두 질문의 결은 조금 다르지만, 두 질문에 대해 제가 가장 많이 내놓는 답은 “슈베르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