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태양의 끝없는 열기 아래/사람도 가축도 축 늘어졌다/소나무마저 바싹 말라 간다….”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집 ‘사계’ 중 ‘여름’에 붙은 소네트(짧은 시)입니다. 요즘 날씨를 묘사한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저께까지 제가 있었던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발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이탈리아 북부를 여행하면서 오페라의 거장 주세페 베르디(1813∼1901)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자취를 구석구석 누비고 있습니다. 베르디는 당대 이탈리아를 대표하던 악보 출판사이자 오페라 기획사였던 ‘카사 리코르디’와 계약을 맺고 있었고, 나이…
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계절입니다. 한낮의 뙤약볕과 온몸을 죄어드는 열기도, 밤이 되어 서늘한 바람이 불면 얼마간 잊을 수 있죠. 낮에 미뤄두었던 산책도 저녁 바람을 맞으며 나가게 됩니다. 모기가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참 좋겠는데요. 이런 계절을 위해 아껴두었던 ‘밤 음악’들을 …
비(雨)의 계절이 마침내 돌아왔군요. 서양음악에서 비를 묘사하거나 제목으로 삼은 작품은 의외로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은 쇼팽의 전주곡 15번 ‘빗방울’입니다만, 이 제목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아니라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은 별명…
우리가 아는 명곡들은 작곡가 혼자 창작한 것입니다. 이상하지는 않지만, ‘꼭 그래야 할까’ 싶기도 합니다. 옛 공산권에서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예술 작품을 만드는 ‘집단 창작’의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명작 또는 명곡이 있었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여…
여름입니다. 서늘한 북유럽의 백야가 머리에 떠오르는 때이기도 합니다. 북유럽의 음악가라면 노르웨이의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와 핀란드의 잔 시벨리우스(1865∼1957)가 대표적이죠.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는 커다란 통창이 있는, 바다가 내다보이는 북유럽 어딘가의…
독일 국가는 제목이 ‘독일의 노래(Deutschlandlied)’입니다. 월드컵 같은 국제행사를 통해 우리에게도 친근한 선율입니다. 찬송가 ‘시온성과 같은 교회’의 멜로디이기도 하죠. 이 선율은 하이든이 1797년 지은 ‘황제 찬가’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서의 ‘황제’란 당시 오스트리아…
‘샤콘’은 바로크시대에 유행한 변주곡 형식 이름입니다. 대략 3박자 여덟 마디로 된 화성 진행을 반복하면서(기타 코드가 똑같이 되풀이된다고 생각하면 한층 이해하기 쉬울까요?) 그 위에 얹는 선율을 바꿔 나갑니다.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에 나오는 샤콘도 유명하지만, …
서울은 주말에 계속 강한 햇살이 이어졌습니다. 상쾌하고 화창하다는 기분을 약간 넘어 오히려 눈을 뜨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눈부심이었죠. 이렇게 햇살이 강할 때는 기분이 오히려 약간 처연해집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겁니다. 갑자기 영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1960년)’의…
작곡가들도 사랑을 합니다. 사랑을 할 뿐 아니라 사랑이 작품 속에 투영되기도 합니다. 당연한 일이죠. 작곡가들의 사랑은 때로는 자기만 아는 것으로, 때로는 상대방을 포함한 두 사람만 아는 기호나 선율로 작품 속에 녹아듭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온 세상이 다 알 정도로 ‘떠들썩한’ 사랑 …
‘세 개의 짐노페디’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에리크 사티(1866∼1925)의 삶은 수많은 독특한 얘깃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눈에 띄는 몇 가지만 꼽아 봐도 다음과 같습니다. 명문 파리 음악원에 입학했지만 선생들이 ‘이렇게 피아노를 못 치는 쓸모없는 학생은 본 적이 없다’고 하자 …
일요일인 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오늘의 내가 혼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어버이와 여러 스승, 그 밖의 수많은 분들의 은혜로 지금의 내가 있음을 상기하는 5월이기도 합니다. 대음악가들도 스승으로부터 작곡 및 연주 기술과 정신의 감화를 받으며 예술가로 완성됩니다. 작곡가로 명성을 …
오월입니다. 또다시 슈만 가곡집 ‘시인의 사랑’ 첫 곡인 ‘아름다운 오월에’가 떠오르는 계절입니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오월/모든 싹들이 돋아날 때/나의 마음에도/사랑이 돋아났노라….’ 이 노래를 들을 때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가수가 독일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1930∼1966)…
해가 점점 길어지는군요. 저는 워낙 ‘아침형’ 일상을 살아왔지만 요즘은 눈뜨려 작정했던 시간보다 일찍 창이 밝아져 조금은 성가시기도 합니다. 낮 시간의 길이는 하지(올해는 6월 21일)를 중심으로 가장 길고 그 날짜에서 멀수록 길어지니, 요즘의 낮 길이는 한여름인 8월 말과 비슷…
음반의 시대가 가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옛 미디어인 LP(이른바 ‘블랙 레코드’)는 애호가들 사이에 다시 사랑을 받고 있지만, CD 판매는 날로 하향세이며 온라인 음원이 이를 대체하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손에 실물을 쥐는’ 음반의 매력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음반세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