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솔오페라단이 주최한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았습니다. 타이틀롤인 투란도트 공주 역을 맡은 소프라노 조반나 카솔라의 소리는 압권이었습니다. 한 평론가는 ‘소리가 극장 천장을 뚫고 나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카솔라는 1998년 장이머우 감독의…
화려하게 피어오른 봄. 거리 곳곳에서 비발디 ‘사계’(사계절)의 첫 악장이 울려나오는 계절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 세 개 악장씩, 열두 개 악장이 모두 사랑받고 있지만 ‘봄’ 첫 악장은 음반의 첫머리에 들어있는 곡인 만큼 역시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화창하고 생기발랄한 느낌은…
“만우절에 태어난 작곡가도 있을까?” 이번 주 금요일은 4월의 첫날이자, 어지간한 거짓말은 깔깔 웃고 넘어갈 수 있는 날이죠.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20세기 초 피아노 음악에 육중한 자취를 남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두 사람이 우연히도 이날 나란히 탄생했습니다. 이탈리아의 페루…
독일 중기 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자 중 한 사람이 로베르트 슈만(1810∼1856)입니다. 그는 낭만주의 시대의 소설과 시를 비롯한 문학작품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음악작품에 녹여 넣었고, 스승의 딸이자 당대 최고의 여성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비크와 유명한 사랑을 했습니다. 요즘 표현으로…
봄입니다. 아직은 꽃도 피지 않은 희뿌연 이른 봄이지만 마음만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가 들려올 것 같습니다. 빈 신년음악회 때문에 한겨울에 왈츠와 폴카를 많이 듣게 되지만 19세기 말의 이 오스트리아 춤곡들이 전해주는 감성은 밝고 신선하며 아늑한 봄날에 가깝죠. …
플로렌스 포스터 젱킨스는 1868년 미국에서 부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피아노를 잘 쳐서 신동 피아니스트로 각광을 받았죠.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음대 진학은 포기했습니다. 피아노 교사를 하기도 했지만 팔을 다치면서 그것도 포기했습니다. 41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많은 재…
1778년, 22세의 모차르트는 플루티스트 페르디난트 드 장으로부터 플루트 사중주곡 네 곡과 플루트 협주곡 세 곡을 작곡해줄 것을 의뢰받았습니다. 주문받은 숫자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모차르트는 사중주곡 세 곡과 플루트 협주곡 두 곡을 건네주었습니다. 그런데 드 장은 플루트 협주곡에 대한…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언한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되었다는 소식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지구로부터 빛의 속도로 13억 년을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먼 곳에서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해 형성된 파동이라는 설명입니다. 스케일부터 어마어마합니다. 이번에 검출된 파동의 ‘소리’도 …
오늘 2월 2일은 북아메리카의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입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봄이 일찍 올 것인지를 예측하는 날이죠. 이날 해가 나서 마멋(다람쥣과 동물의 일종으로 그라운드호그라고도 부름)이 자기 그림자를 보게 되면 겨울이 6주 길어진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한겨울을 맞아 전국 곳곳의 공연장에서 프란츠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 나그네’ 연주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전 24곡의 노래에 젊은이의 실연과 방랑을 그려낸 이 작품은 다섯 번째 곡 ‘보리수’가 특히 애청 및 애창되고 있지만 그 밖에도 첫 번째 곡 ‘잘 자요’, 4곡 ‘얼어붙다’, 7곡…
쇼팽의 전주곡집 전 24곡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앨범에 이 곡이 실렸고, 임동혁이 연주한 이 작품 앨범도 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머폰’이 지난해 11월 ‘편집자의 선택(Editor’s Choice)’에 선정하면서 음악 팬들의 이목…
1985년에 저는 대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영어로 소포모어(Sophomore)니 지혜(sophia)와 바보(moron)가 합쳐진 시기였죠. 실제 바보짓도 많이 했지만 그해 잘한 일 중 하나는 ‘살아있는 플루트의 제왕’으로 불리는 아일랜드의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의 콘서트를 보러 갔던…
멋진 새해 계획들 세우셨는지요. 나라 안팎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한 해이지만, 각자 목표하신 일들을 달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힘이야 들겠지만,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힘쓰는 과정 자체도 아름다운 것 아니겠습니까.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가 1887년 아홉 번…
이달 중순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거리를 걸어 다닌 일이 아직 머리에 생생합니다. 건축가 가우디의 자취를 돌아본 것 외에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1876∼1973)가 다녔던 악보점은 어디 있었을까’ 상상해보는 일도 즐거웠죠. 카살스는 ‘현대 첼로 연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연주가입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매년 그렇듯이, 크리스마스이브가 배경인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푸치니(사진)의 오페라 ‘라보엠’이 전국 곳곳에서 공연될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라보엠’에서는 미미가 촛불을 불어 끄도록 하는 연출이 많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1막에서 여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