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스페인 중부와 남부 일대를 여행했습니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마드리드의 테아트로 레알에서는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고, 바르셀로나의 리세우 극장에서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라메르무어의 루치아’를 관람했습니다. 특히 마드리드에서 ‘살아있는 리골레토’로 불리는 73세 바리톤 레…
해외 공연물을 소개하는 TV 채널에서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을 보았습니다. 빈 국립오페라극장이 이번 시즌 공연한 따끈따끈한 영상입니다. 연말에 자주 공연되는 가족용 오페라이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에 자주 방영될 것 같습니다. 이 오페라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그림 형제의 …
199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찾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언덕 위의 옛 성. 지하실로 내려가니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 술통이 있었습니다. 표지판을 읽어보았습니다. 1751년 제작된 세계 최대 포도주 술통. 폭 9m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였습니다. 왜 이렇게 커다란 술통이 필요했을까…
“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엉금엉금 기어서 가자….” 작곡가 샤를발랑탱 알캉(1813∼1888)의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이솝의 향연’을 들으며 동요 ‘악어떼’(이요섭 작사 작곡)를 떠올렸습니다. 주제와 25개의 변주로 되어 있는데, 주제 리듬이 ‘♪♪ ♪♪/♬♬♬…
무대 위의 ‘지휘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휘자가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내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단 한 음표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손끝만으로 어떻게 수많은 연주자를 이끌 수 있을까요? 전문 음악인들도 이에 생각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교향…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작품 중 가장 먼저 들어본 곡은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였습니다. 처음 듣는 귀에도 애수와 박력을 모두 갖춘 멋진 곡으로 들렸지만, 마지막 화음이 울리는 순간 머릿속에 ‘…?’ 하는 물음표가 켜졌습니다. 한마디로 ‘이상하게’ 끝났기 때문입니다. 교…
한 세기 전인 1915년의 12월 8일은 핀란드의 국가적 자랑인 작곡가 시벨리우스(사진)의 탄생 5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핀란드 정부는 이날을 국경절 휴일로 지정하고 기념 콘서트에서 시벨리우스에게 자신의 새 교향곡을 지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는 고민에 빠졌습니…
한국인들이 유튜브에서 고전음악 동영상을 이렇게 많이 찾아본 일은 유례가 없을 것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의 영광을 안은 올해 쇼팽 국제콩쿠르 결선 연주입니다. 올해 21세. 젊은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의 로맨틱한 선율은 귓전을 감미롭게 울렸습니다. 쇼팽…
브람스의 교향곡 3번 음반을 오디오에 올려놓습니다. 시작부터 관악이 활기찬 상승 음형(音形)을 연주합니다. 음이름으로는 F-A플랫-F인데, 뒤의 F가 첫 음보다 한 옥타브 높습니다. 마치 문을 활짝 열어젖히거나 강력한 주장을 외치는 느낌입니다. 브람스는 이 음형 또는 동기(모티브)…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3악장이 끝날 듯하다가 점차 고조되더니 중단 없이 4악장으로 바로 이어집니다. 현악기가 감동적인 선율을 노래하고, 트럼펫이 울려 퍼집니다. 마음이 후련해지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화음이 울리고 난 뒤 “어, 지휘자는 두 번 지휘봉을…
1980년대, 집에 새 오디오를 갖추게 된 저는 ‘빵빵한’ 소리를 친구들에게 자랑하느라 바빴습니다. 놀러온 친구들은 팝송을 듣고 싶어 했지만 저는 클래식을 들려주고 싶었죠. 곧잘 턴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음악이 드뷔시 ‘아라베스크 1번’과 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 ‘귀에 익은 그 …
유럽에서 가장 ‘싱싱한’ 콘서트홀과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콘서트홀, 두 곳을 보고 왔습니다. 올해 1월 개관한 프랑스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와 1888년 개관 이래 ‘세계 최고 음향의 공연장’으로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입니다. 14일에는…
1906년 5월, 오스트리아 제국 빈 국립오페라극장 감독이자 작곡가인 구스타프 말러는 자신의 교향곡 6번 초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행진곡처럼 시작하는 첫 악장, 역시 쿵쿵거리는 소리로 시작하는 두 번째 스케르초(빠른 춤곡) 악장, 느린(안단테) 세 번째 악장, 위협적인 느낌이 드는…
1989년 8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서독 대사관에는 동독 난민 400여 명이 몰려와 있었습니다. 동구권을 휩쓴 개방의 물결 속에서 서방으로 망명하려 했으나 넘어가지 못하고 헝가리에서 발이 묶인 것입니다.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FO)의 상임지휘자 피셰르 이반(사진)…
피아노의 흰 건반을 차례로 쳐봅니다. 도-시-라-솔-파-미-레-도. 아무 리듬이나 붙여도 제법 ‘노래’ 같습니다. 이번에는 검은 건반까지 다 쳐봅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노래 가락 같지는 않습니다. 물컵에 물 따르는 소리 같다고 할까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