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흰 건반을 차례로 쳐봅니다. 도-시-라-솔-파-미-레-도. 아무 리듬이나 붙여도 제법 ‘노래’ 같습니다. 이번에는 검은 건반까지 다 쳐봅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노래 가락 같지는 않습니다. 물컵에 물 따르는 소리 같다고 할까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뚜두둥∼.” 눈을 감고 리드미컬한 악기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분명 피아노 소리입니다. 그런데 계속 듣고 있으면 마치 누군가 거대한 기타를 치고 있는 듯합니다. 이상하지는 않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스페인 기타리스트들의 연주를 그대로 모방해 피아노로 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존재이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는 구원할 수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불후의 명작 ‘파우스트’가 알려주는 교훈입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파우스트 박사는 세상에 대한 환멸과 우울에 빠져 목숨을 끊으려 합니다. 그때 악마 메피스…
더운 여름날, 창을 열고 보로딘의 교향곡 2번 4악장을 듣고 있었습니다. 차르르∼∼ 하는 경쾌한 악기 소리가 딱 멈추었는데, 이번에는 창 밖에서 차르르∼∼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무엇일까요. 음악을 틀기 전 조용히 있던 매미들이 교향곡에 나오는 탬버린 소리를 받아 노…
어떤 역사나 그렇지만 음악의 역사에서도 걸출한 영웅들이 짧은 시기에 나타나 ‘군웅할거’한 시기가 있습니다. 펠릭스 멘델스존(1809년생), 로베르트 슈만과 프레데리크 쇼팽(1810년생), 리스트 페렌츠(1811년생)도 19세기 중반이라는 짧은 시대에 중부 유럽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들이…
수요일 저녁마다 서울 신사동 음악공간 ‘무지크바움’에서 ‘유럽여행과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지난달 이탈리아 여행의 경험을 곁들여 ‘오페라 작곡가 도니체티와 그의 고향 베르가모’를 소개했습니다. 주요 감상곡은 가에타노 도니체티(1797∼1848)의 …
226년 전인 1789년 오늘, 군중이 프랑스 파리의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감옥이 있던 자리는 오늘날 ‘모든 계층을 위한’ 오페라극장이 되어 있습니다. 유럽의 정치적 지형만큼이나 혁명은 대륙 전체의 문화적 지형도 바꿔 놓았습니다. ‘음악의 성자…
무더운 여름 아침, 라벨의 발레 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의 3부 새벽 해돋이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휘파람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옵니다. 뉴스에 그리스가 자주 등장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사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절마다 떠올리곤 하는 작품입니다. 이 발레의 원작 …
지난주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 노천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데 갑자기 ‘도라지 타령’이 들려왔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카페 연주단에게 일행이 ‘한국음악’을 부탁했던 것입니다. 운하의 도시에서 고국 민요를 듣는 느낌이 묘했습니다. 누군가가 “커피…
이탈리아의 로마에 와 있습니다. 정보의 속도가 빨라져 쉽게 고국 소식을 알 수 있으니 너무 좋고 너무 편하군요. 레스피기의 교향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에 나온 장소들도 다시 찾아보고, 푸치니가 로마를 배경으로 쓴 오페라 ‘토스카’의 실제 무대들도 새롭게 둘러보고 있습니…
러시아의 카렐리야(영어명 카렐리아, 핀란드명 카리알라)는 핀란드 동부와 러시아에 걸쳐 있는 지역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이 땅의 대부분은 소련에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세계인, 특히 음악팬들이라면 대부분 이곳을 핀란드 땅으로 기억합니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대작곡가 시벨리우…
1880년대 초 이탈리아 오페라계는 위기의식에 빠져 있었습니다. 국가적 영웅이었던 주세페 베르디가 새 작품의 발표를 줄이고, 쥘 마스네가 대표한 프랑스 오페라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19세기 중반 90% 선이었던 오페라극장의 자국 작품 비율은 이 시기에 40%대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오케스트라 속의 하프 소리는 수프에 뜬 머리카락과 같다.” 오래전 음반 해설지에서 보고 충격을 받은 문장입니다. 작품은 덴마크 작곡가 카를 닐센(1865∼1931)의 교향곡 4번 ‘불멸’(1916년)이었습니다. 본디 오케스트라의 하프 소리는 풍성하고 부드러우며 요정이나 여신을 연상시…
26일 토마스 헹겔브로크 지휘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 북독일방송교향악단이 이 코너에도 자주 소개되었던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슈타인바허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말러와 멘델스존, 단 두 곡입니다. 펠릭스 멘…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일생을 살펴보면 행운을 타고난 것처럼 보입니다. 1884년 첫 오페라 ‘빌리’를 내놓았을 때부터 선배 대작곡가 베르디의 전속사인 리코르디에 점찍혀 ‘베르디의 후계자’로 육성되었습니다. 1896년부터 4년 간격으로 내놓은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