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음악 팬들에게는 무엇보다 빈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왈츠와 폴카로 수놓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로 기억되는 달입니다. 올해는 인도 출신 지휘자 주빈 메타가 통산 다섯 번째 출연을 했습니다. 저도 내년에는 이 콘서트에 가보려 계획하고 있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부…
지난달 내한한 마리스 얀손스 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콘서트. 익숙한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2악장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시작 부분 잉글리시호른의 주선율이 후반부에 다시 나오고 현악이 이를 받습니다. 그런데, 한순간 정적이 흐릅니다. 이어지다 또 끊깁니다. “….” …
시벨리우스(사진)는 59세 때인 1924년 7번 교향곡을 쓴 후 사실상의 절필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한창 나이에 교향시 ‘타피올라’와 일부 소품을 빼면 손을 대지 않고 33년간의 긴 침묵에 빠진 겁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음악 사회가 크게 변했습니다. …
1781년 6월, 25세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엉덩이를 걷어차입니다. 잘츠부르크의 통치자였던 콜로레도 대주교(사진)의 명에 의해 그의 비서인 아르코 백작이 글자 그대로 ‘발로 걷어찬’ 것입니다. 이 궁정음악가를 대주교의 궁에서 쫓아낸다는 상징적인 행위였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나그네(Winterreise·단어 의미는 ‘겨울여행’)의 계절입니다. 올겨울에도 전국 곳곳에서 이 가곡집이 무대에 오를 겁니다. 모두 24곡의 노래 중 ‘보리수’가 가장 사랑받지만 저는 네 번째 곡 ‘얼어붙다(Erstarrung)’에 가장 자주 손이 갑니다. 얼어…
학창 시절, 난생 처음 기타를 산 후배는 의기양양했습니다. 동아리방에서 간단한 코드를 짚으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너의∼ 침묵에∼ 메마른∼ 나의 입술∼.” 잘 치네, 라는 제 말에 “밤새 연습했어요. 흐흐” 했습니다. C-a min-d min-G. 코드 네 개만 계속 짚으…
언제나 돌아올 수 있을까, 과연 돌아올 수는 있을까. 남자주인공 쿠퍼는 낡은 집을 돌아보지만 딸 머피는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습니다. 영화관 스피커가 가슴 먹먹한 선율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심장에 뭔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멜로디, 꼭 말러 교…
고속 인터넷 세상은 여러 가지 가능성과 편리함을 열어주었습니다. 음악 문헌을 뒤적거리다 궁금한 작품이 나오면, 이제 음반을 갖고 있지 않아도 바로 찾아 들어볼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쇼스타코비치가 푸시킨의 시에 곡을 붙인 ‘부활’이라는 가곡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음반을 찾을 수 …
지난달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현지에서 수석지휘자 리카르도 샤이 지휘로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위기가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표를 구입하고 며칠 뒤, ‘샤이가 사고로 팔을 다쳤다’는 뉴스를 접했거든요. 다행히 다음 날 후속 뉴스가 나왔습니다. “4주 내…
‘컬래버레이션(협업, 합작)’이 시대의 화두입니다. 전통적으로 음악 창작은 ‘콜라보’가 힘든 분야였습니다. 천재가 밀실에서 영감을 끌어올리며 수행하는 작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혼자 작업하기 불가능한 음악 장르도 있습니다. 오페라가 한 예입니다. 좋은 대본이 갖춰지지…
서양음악사를 통틀어 음악과 철학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사진)만큼 음악과 밀접한 관계였던 철학자는 없다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는 음악가들로부터 영감을 받았고, 스스로 음악을 썼으며, 또한 음악가들에게 영감을 주…
슈베르트(사진)의 교향곡 C장조 ‘더 그레이트’의 새로운 음반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9번 교향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음반에는 교향곡 8번 또는 7번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 곡보다 앞서는 ‘미완성 교향곡’도 8번 또는 7번으로 서로 다르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왜 이럴까요? 슈베…
지난달 27일 헝가리의 국립 세체니 도서관에서 모차르트가 쓴 피아노소나타 11번 악보가 발견됐습니다. ‘터키 행진곡’이라는 제목으로 친숙한 작품입니다. 대작곡가들의 자필 악보가 해묵은 종이 뭉치 속에서 발견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입니다만, 또 다른 궁금증이 일어납니다. 왜 ‘터키’ 행…
‘정원이 슬퍼한다/꽃잎 속으로 비가 차갑게 스며든다/고요히 그 마지막을 향해/여름은 몸을 떤다(…)’ 헤르만 헤세의 시에,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곡을 붙인 ‘9월’을 듣고 있습니다. 가곡집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중 두 번째 곡입니다. 슈트라우스가 숨…
“세상에서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피아노곡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이라며?” 음악기자가 된 직후 자주 들은 얘기입니다. 실존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이 주인공인 음악영화 ‘샤인’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세상 최고의 곡’으로 뇌리에 각인시킨 작품이자 ‘가장 기교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