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파트 현관을 나서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낯익은 멜로디는 ‘아기공룡 둘리’. 왼손의 ‘도솔미솔…’ 하는 음형이 탱글탱글합니다. 아마도 피아노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은, 초등학생이거나 유치원생이 치고 있겠죠. 화음을 ‘도솔미솔’ ‘레솔파솔’ 식으로 쪼개서 왼손 음형을…
세상 어디나 그렇듯 음악가들의 사회에도 매끄럽지 못한 사이들이 있었습니다. 19∼20세기 전환기 세계 오페라계를 대표했던 이탈리아의 자코모 푸치니와 이 시대 빈 국립오페라 감독으로 재직했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도 그랬습니다. 두 사람이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고소전을 펼친 일은 없습…
작곡가 프리드리히 질허(1789∼1860·사진)의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로렐라이’로 유명한 분이죠. 오늘(26일)은 그가 1860년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그는 독일인의 삶 속에 매우 친근합니다. 독일 전역에서 불려지는 민요들을 조사해 악보집으로 편찬했기…
어디든 일을 쉽게 빨리 하는 사람과 마냥 질질 끄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작업 속도와 결과물의 품질은 별개 문제죠. 일을 빨리 하면서도 잘하면 가장 좋겠습니다만…. 음악사상의 ‘속필가’로는 흔히 모차르트와 로시니를 꼽습니다. 반면 마냥 여유를 부린 스타일로는 푸치니를 들곤 하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하다 보면 뜻밖의 사람들끼리 알고 지내는 데 놀랄 때가 많습니다. ‘어, 저 사람은 업무상 아는 분인데 내 고등학교 동창과 어떻게 친하지?’라는 식입니다.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든 인류가 아는 사이라는 ‘링크’ 이론도 있지만, 세상이 새삼 좁게 느껴지…
깊은 밤, 헤드폰을 쓰고 슈베르트 ‘송어’ 5중주곡을 CD 플레이어에 걸어놓습니다. 4악장. 가곡 ‘송어’의 주제가 흐르고 나서 다섯 연주자가 숨을 죽이는 순간, 또록또록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작지만 분명한 귀뚜라미 소리입니다. ‘……?’ 헤드폰을 벗어봅니다. 아무 소리도 들…
지휘의 역사에서 모든 시기가 특별하고 위대하지만 1970년대 초반은 ‘젊은이들의 시대’였다는 데서 각별했습니다. 케르테스 이슈트반,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앙드레 프레빈(이상 1929년생), 로린 마젤과 카를로스 클라이버(이상 1930년생),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년생), 오자와 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여주인공은 새 가족으로부터 고통을 받지만 구원의 남성이 나타난다….” 아는 얘기인가요? 하지만 여기까지로는 ‘콩쥐팥쥐’인지 ‘신데렐라’인지 알 수 없습니다. 두 얘기가 동일한 서사(敍事)구조, 즉 줄거리를 갖고 있으니까요. 언젠가 이 코너에서 언급한 ‘펠레아스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음악월간지의 의뢰로 리뷰를 쓰기 위해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리 공’을 보러 갔습니다. 어이쿠, 한 막을 생략했는데도 열두 시가 다 되어 끝났습니다. ‘러시아인들의 스케일이란 참…’, 이 오페라가 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당하고’ 나니…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작가의 모델인 오스트리아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회상록 ‘어제의 세계’에서 19세기 말 빈 사람들이 숭모했던 음악사 속 ‘빈의 일곱 별’을 회상합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또 한 사람은 누구…
어젯밤 좋은 꿈 꾸셨습니까? 오늘(24일)은 유럽에서 성경의 세례 요한을 기념하는 ‘성 요한의 날’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날 하루 전 밤(23일·성 요한 이브)부터 온갖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하죠. 이날을 소재로 한 음악 작품도 몇 곡 꼽아볼 수 있습니다. 멘델스존의 극음…
기술문명이 발전한 현대사회에서는 과거보다 다양하고 깊은 마니아 활동이 가능합니다. 직업보다 취미에 열정을 쏟는 사람도 많죠. 마니아건, 일본어로 ‘오타쿠’라고 부르건, 관련 정보를 쉽고 깊게 얻을 수 있는 오늘날이기에 더욱 빠져들기 쉬운 것 같습니다. 대작곡가 중에서도 취미광의 선…
음악의 특징 중에는 당연한 듯하지만 살펴보면 신비로운 속성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옥타브 차이’의 속성입니다. 화음을 따질 때, 옥타브만 다른 두 소리는 ‘같은’ 음으로 간주됩니다. 예를 들어 도-미-솔 순으로 쌓인 화음의 아래 도를 한 옥타브 올려 미-솔-도로 쳐도 같은 화음…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쇤브룬 궁전에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여러 황제가 이곳에서 여름을 지냈지만 그중에서도 16명의 자녀를 낳고 제국을 통치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죠. 이곳에서 저는 엉뚱하게도 옆 나라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를 떠올렸습니…
오스트리아 수도이자 ‘세계 음악의 수도’로 불리는 빈에 왔습니다. 18세기 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라는 ‘빈 고전파 세 거장’을 품었던 멋진 도시죠. 그런데 세 사람이 서로 각별히 친했던 건 아닙니다. 모여서 ‘고전파 선언’ 같은 걸 했던 것도 아닙니다. 당시 빈에는 이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