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이 1일에 이어 3,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바그너의 마지막 음악극 ‘파르지팔’이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주 들어본 제목은 아니죠? 이렇게 소개해볼까 합니다. “‘결혼행진곡’이 나오는 ‘로엔그린’의 프리퀄(prequel)이 ‘파르지…
추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군요. 올해는 밝은 한가위 달을 볼 수 있을까요. 나라마다 산도 물도 다르지만 달의 모양만큼은 똑같죠. 예로부터 동서양을 통틀어 수많은 시인과 음악가들이 달에게 송가를 바쳐왔습니다. 서양 음악사의 페이지도 수많은 ‘달빛 클래식’으로 장식돼왔죠. 누구에게나 …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리 리 리자(字)로 끝나는 말은, 개나리 보따리….’ 어릴 때 많이 불렀던 돌림노래들입니다. 앞 사람이 시작한 노래를 받아 한 마디 늦게 들어가면 예쁜 화음이 이뤄지니 재미있었죠. 이런 돌림노래가 어린이들의 놀이에만 쓰일…
음악과 미술. 인간의 오감 중 청각과 시각을 대표하는 예술이죠. 20세기에 이 두 장르는 ‘음반표지’라는 영역을 통해 새롭게 만났습니다. 30cm 사각형 LP 표지가 12cm CD로 줄어들고, 이어 다운로드 세상이 펼쳐지면서 음반표지는 위기를 맞는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음악파일을 …
바로크 앙상블 ‘무지카 글로리피카’가 9월 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콘서트 ‘코렐리 찬가’를 개최합니다. 바로크 시대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명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아르칸젤로 코렐리(1653∼1713)의 서거 300주년을 기념해, 코렐리와 그를 사랑했던 동시대 음악가의 작품을 연주하…
‘내 모자 세모났네/세모난 내 모자/세모가 안 난 것은/내 모자 아니네.’ 가사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흥겨운 3박자 선율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습니까. 우리나라에선 ‘내 양말 빵꾸났네’라는 가사로 바꿔 부르기도 하죠. 이 노래는 원래 유럽 전래 동요입니다. 독일에서 부르는 가사(…
도시는 1년째 적군에 포위되어 있었습니다. 보급로는 막혔고 사람들은 비둘기나 생쥐, 벌레 한 마리까지 눈앞을 스쳐가게 놓아두지 않았습니다. 해골처럼 마른 사람들이 거리에 쓰러져 죽어갔습니다. 그런 거리에 포스터가 붙었습니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음악가 동무들은 모이시오!” 앙…
하늘이 찌푸린 날, 모차르트(사진)의 ‘눈물 글썽한’ 교향곡, 40번 g단조(1788)를 듣습니다. “아, 천재의 영감이 가득 찬 곡이에요. 어떻게 이런 게 머리에 떠올랐을까요!” 이렇게 말하며 자신마저 눈물을 글썽이던 누군가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잠깐, 이런 슬픔과 애상이 단지 영감…
지난주 목요일인 11일, 이탈리아 유력지 레푸블리카 인터넷판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로마 남쪽 아피아 가도(街道)에서 전선 공사 중 땅 밑에서 2300년 전 고대 로마의 도로층 유적이 발견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새로 발견된 도로 유적은 오늘날 지표의 70∼140cm 아래에 있으…
이달 4일은 미국 독립기념일이었습니다. 많은 미국인이 ‘건국의 아버지’들을 기억 속에서 불러내고 기념하는 날이죠. 7월이면 저는 특히 그중 한 사람인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사진)을 떠올립니다. 그가 발명한 악기 ‘글라스(유리) 하모니카’ 때문입니다. ‘유리잔 문지르기…
100여 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는 올해 6월은 참 힘드셨죠. 온다, 안 온다 궁금증만 무성했던 장마가 드디어 ‘제대로’ 찾아왔습니다. 위력적으로 쏟아지는 여름비에 어울리는 음악은 무엇일까요. 의외로 클래식 음악가들의 작품에는 비와 관련된 곡이 많지 않습니다. 브람스 가곡 ‘비의 노…
1980년대 초반이니 30년쯤 전의 일인가 봅니다. FM에서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나폴레옹군을 패퇴시킨 사건을 기념한 작품으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와 러시아의 행진곡 선율이 대결하다가 행진곡이 제정(帝政) 러시아의 국가와 얽히면서…
올해는 음악극 역사의 두 거장인 바그너와 베르디의 탄생 200주년입니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항복한 5월, 유럽에서는 바그너의 신화적 세계가 히틀러의 인종주의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크고 작은 재조명이 이루어졌습니다. 바그너와 히틀러를 논하다 보면 또 다른 인물과 마주치지 …
“어떤 작곡가를 좋아하세요?” 흔히 듣는 질문입니다. 글쎄요. 좋은 작곡가가 너무 많은데 어떻게 대답할까요. 제가 어떤 자리에서 나눈 대화는 이렇습니다. “저는 사진이 남아있는 작곡가가 좋습니다. 그렇지만 넥타이 맨 사람은 별로죠.” “그러시군요. 저는 가발 쓴 작곡가가 좋은데….…
‘오월의 아름다운 날과 같이, 미풍의 입맞춤, 그리고 햇살의 애무가 깃든 날. 그러나 그 또한 지평선 너머 사라져 버리나니….’ 절명창(絶命唱) 또는 사세가(辭世歌)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뜨면서 부르는 노래를 뜻합니다. 보통 말하는 ‘백조의 노래’와는 다릅니다. 요동치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