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꽃….’ 괴테의 시 ‘들장미’입니다. 어릴 때 배운 하인리히 베르너 작곡 ‘들장미’가 떠오릅니다. 슈베르트가 같은 가사에 곡을 붙인 ‘들장미’도 있습니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우리나라에선 ‘월계꽃’이란 제목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같은 가사…
주변이 희부옇게 밝아오는 느낌에 잠에서 설핏 깨어났습니다. 창밖에는 새들의 높고 낮은 지저귐. 이어 아득히 산과 산 사이에 메아리치는 나팔 소리. 멀리서 쿵, 하고 대포 소리 같은 것이 들렸습니다. 정신이 맑아지기는커녕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이 느낌, 굉장히 익숙한데, 언젠가 경험한 …
휴일 아침, 포털 검색어 1위가 ‘차이콥스키’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슨 일일까. 알고 보니 TV 프로그램에 “그는 동성애자였고 이를 알게 된 법률학교 동문들의 강요로 자살했다”는 내용이 나온 것입니다. 클래식 애호가에게는 ‘서프라이즈’ 하지 않은 내용입니다. 자살이 맞을까요…
1876년 전화, 1879년 전구, 1885년 벤츠의 자동차…. 19세기 후반은 기술문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며 인간의 삶을 상상하지 못했던 단계로 이끈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교향악의 황금시대이기도 합니다. 유럽과 미국의 명문 오케스트라 대다수가 이 시기에 창립됐습니다. 산업혁명으…
“소년은 당대 대(大)화가의 그림을 옮겨 그리며 미술을 공부했지. 얘기를 들은 화가도 소년을 찾아 격려했단다. 어느 날 화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 그의 풍경화에는 ‘한낮의 반달’이 나오는 게 특징이었는데, 소년도 그를 본떠 풍경화에 한낮의 달을 그리기 시작했어. 단 선배 화가와는 달리…
“소년은 당대 대(大)화가의 그림을 옮겨 그리며 미술을 공부했지. 얘기를 들은 화가도 소년을 찾아 격려했단다. 어느 날 화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 그의 풍경화에는 ‘한낮의 반달’이 나오는 게 특징이었는데, 소년도 그를 본떠 풍경화에 한낮의 달을 그리기 시작했어. 단 선배 화가와는 달리…
국립오페라단이 21∼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베르디 ‘팔스타프’에서는 막이 오르기에 앞서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가 연주됐습니다. 최근 별세한 이운형 국립오페라단 후원회장을 추모하는 연주였습니다. 제목이 왜 ‘수수께끼’ 변주곡일까요. 두 가지 의미가…
지난달 지면에 “라모의 ‘탕부랭’과 김건모가 부른 ‘짱가’ 일부가 닮았다”라는 얘기를 썼죠. 몇몇 독자와 지인들이 예민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모방했다는 건가요?” 글쎄요. 생각난 김에 모방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닮은꼴’ 선율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올해도 동아일보와 서울 예술의…
새봄 교향악계의 대세는 베토벤 교향곡 7번입니다.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지휘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지난달 28일 이 곡을 선보인 데 이어, 이달 14, 15일에는 정명훈 지휘 서울시향이 같은 작품을 연주합니다. 4월 내한하는 로린 마젤 지휘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공연 첫날인…
‘스토리’가 중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꽤 재미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명곡의 뒷얘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슈만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가 그렇습니다. ‘미쳐서 죽은 작곡가의 유작’ ‘후세 음악가들에게 나타난 작곡가의 유령’ ‘한 세기나 늦게 발견돼 세상에 나온 작품’…. 이미 …
베르나르트 하이팅크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28일 내한 첫날 공연에서 마리아 주앙 피르스 협연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7번 G장조를 연주합니다. 이 곡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1784년 봄, 모차르트는 찌르레기 한 마리를 사왔습니다. 집에 돌아온 모…
밸런타인데이. 연인들의 날입니다. CD나 MP3가 나오기 전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악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 연인에게 주기도 했죠. 저도 그랬냐고요? 음… 날씨가 춥네요…. 요즘엔 어떻게 하죠? 파일을 구름(cloud)에 올려 공유하나요? 형태야 어찌됐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들을 만…
“이탈리아 남부 지방엔 타란튤라라는 흉측한 독거미가 있단다. 물렸다간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그런데 옛날부터 내려오는 치료법이 있어.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여서 땀에 흠뻑 젖을 정도가 되면 나을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이 거미에 물린 사람에겐 빠른 춤을 추게 했단다. 그 …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1926년 초연)에서 주인공 칼라프 왕자는 ‘내 이름을 누군가 알아내면 목숨을 빼앗겨도 좋다’는 내기를 겁니다. 전 세계의 민담과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금문(禁問)의 동기, 말하자면 ‘묻지 마 동기’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보다 30년 앞서 발표된 푸치니의 …
겨울. 북유럽에 가본 적 없는 사람도 적막한 숲에 한없이 내리는 눈을, 호수 너머로 잠길 듯 아스라이 빛나는 햇살을 떠올리게 됩니다. 9년 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곳곳에서 ‘SISU’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여행사 간판에도, 대형 화물차에도, 신문 헤드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