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수도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와 있습니다. 내일은 아드리아해 동쪽의 아름다운 달마티아 해안을 가진 나라 크로아티아로 갑니다. 잘츠부르크 5월 성령강림절 음악축제를 참관하는 여정입니다. 크로아티아가 풍요한 고전음악의 유산을 가진 나라라고 하기는 힘듭니다. 빈 고전파 음…
가요 ‘갑돌이와 갑순이’를 모르는 분은 없겠죠? 한동네에서 서로 사랑하던 두 남녀가 그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다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나서 아쉬움과 슬픔을 간직하며 살아간다는 내용이죠. 1960년대 큰 인기를 끈 이 노래는 원곡이 1939년 음반으로 나온 ‘온돌야화’라고 합니다. 당시…
4년 전 러시아 소치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렸습니다. 개막식에서는 차이콥스키로 대표되는 러시아의 풍요한 음악문화와 발레를 기반으로 한 아이스댄싱이 유감없이 펼쳐졌습니다. 그런데 한껏 리드미컬한 선율 하나가 귀를 붙들었습니다. 아람 하차투랸(1903∼1978·사진)의 발레 ‘가야네’에 나오…
자코모 푸치니(사진)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1926년 초연)에서 작곡가와 대본작가들은 예전에 없던 배역을 창조했습니다. ‘군중(Popolo)’입니다. 물론 거의 모든 오페라에 합창이 나옵니다. 그러나 그들은 ‘산적들’ ‘뱃사람들’ 등 장면에 맞춰 다양한 역할을 맡을 뿐이지,…
“나는 기타를 열심히 연습해서 잘 치게 됐지. 그런데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긁는’ 악기도 연주해보고 싶은데.” 이런 상상, 해보신 분 있겠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첼로처럼 켜는 악기로 기타를 개조하는 겁니다. 물론 손을 보아야 하겠죠. 기타는 여섯 줄이 같은 높이로 달려 있…
나무들이 아름다워지는 4월입니다. 지난주 목요일인 5일이 식목일이었죠. 2006년 공휴일에서 빠진 뒤로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잊혀진 날이 된 듯합니다. 마침 4월 초가 건조해지기 십상이어서 산에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산불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도 합니다만, 나무를 사랑하고 자연을 살리는…
푸치니의 세 번째 오페라인 ‘마농 레스코’(1893년)는 두 번째 막에서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을 의아하게 만듭니다. 1막에서는 수녀원에 들어가려는 젊은 여인 마농을 기사 데그리외가 유혹해 함께 도망칩니다. 그런데 2막이 열리면 마농은 데그리외와 함께 있지 않고 부자 제론테의 집…
한 세기 전인 1918년 막을 내린 제1차 세계대전은 인류 전체에 큰 비극이었지만 몇몇 유럽 민족들에는 독립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핀란드,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새롭게 자신들의 역사를 써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종주국들이 백기를 들고 항복…
음악 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먼저 떠오르지만 프랑스도 음악 강국이었습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이후 주도권을 독일어권으로 넘겼을 뿐이죠. 1871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보불전쟁)이 프랑스의 패배로 끝나자 프랑스는 음악뿐 아니라 국가적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해, 작곡가 카미…
지난주 서울엔 두 차례나 봄비가 내렸습니다. 이번 주 중반에도 봄비가 예고되어 있군요. 봄에 내리는 비는 ‘이별’을 떠올리게 합니다.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이수복의 시 ‘봄 비’(이 비 그치면/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와 고려시대 정지상의 한시 ‘송…
여러 시대에 걸쳐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딛고 작가나 시인, 화가로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근대 이전의 여성 작곡가는 매우 드뭅니다. 옛날에도 성악가는 물론이고 기악 연주자들 중에도 스타로 군림했던 여성은 꽤 많았기 때문에 여성 작곡가가 적었던 점은 특히 눈에 뜨입니다.…
183년 동안 잠들어 있던 오페라가 세상의 빛을 봅니다. 영국 음악학자 칸디다 만티가 씨는 최근 “가에타노 도니체티(1797∼1848·사진)의 오페라 ‘니시다의 천사’ 악보 대부분을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찾았으며, 빠진 부분까지 찾아내 원형을 복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오페라는 올해 …
그는 베토벤의 제자이며 리스트의 스승이었습니다. 엄청난 계보의 한가운데 자리한 셈이죠. 1920년대 미국의 피아노 교육 잡지는 그를 ‘피아노 기법의 조상’이라고 소개하며 피아니스트들의 ‘계통수(family tree)’를 게재했습니다. 그를 나무기둥의 한가운데 놓고 그의 제자들과 그 제…
오늘은 13일. 많은 사람들이 불운을 연상하는 날짜죠. 13일의 금요일은 아닙니다만, ‘쫄깃 클래식감’ 코너는 화요일에 실리기 때문에 금요일만 기다렸다가는 13일의 금요일 얘기는 쓸 수 없죠. 그래서 오늘 그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13일의 금요일 얘기가 문헌에 처음 나오는 것은 …
이탈리아의 관현악 거장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사진)는 ‘소리로 로마를 그려낸 풍경화가’로 불립니다. 교향시 3부작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로마의 축제’ 덕분이죠. 로마의 경치와 문화유산을 담아낸 곡들을 듣고 있으면 ‘영원의 도시’ 로마가 눈앞에 생생히 그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