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서곡’…. 음악 애호가들 대부분은 들어보지 못한 곡목일 것입니다. 그래도 유쾌하고 발랄한 멜로디가 펼쳐질 것 같지 않습니까. 네덜란드 작곡가 요한 바헤나르(1862∼1941)의 관현악 작품 제목들입니다. 아시다시피 ‘말괄량이 길들이…
올겨울은 북미와 유럽에서 폭설 소식이 유독 많은 듯합니다. 서울에서도 다른 해에 비해 잦은 눈발을 봅니다. 어릴 때는 눈이 오면 무조건 즐거웠지만, 어른이 되니 눈발을 보면서 출퇴근 걱정도 하고 눈을 치우는 사람들의 노고도 생각하게 됩니다. 피아노 소리의 명징함이 찬 느낌하고도 통…
1880년대 이탈리아 오페라계는 위기감에 빠졌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아이콘인 주세페 베르디가 나이 들어 신작을 뜸하게 내놓는 동안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 오페라가 인기를 끌면서 오페라 공연 작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이탈리아 오페라…
2년 전의 1월 12일, 검색엔진 ‘구글’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구글 로고가 동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왕자가 잠자는 공주를 찾아오는 장면의 그림으로 바뀌어 있었거든요. “차이콥스키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초연된 날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림은 동화 …
1862년, 러시아 역사상 첫 음악원이 당시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3년 뒤 열린 첫 졸업식에서 최고상을 받은 학생은 법무 공무원으로 일하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사표를 낸 남자로, 동급생들에 비해 나이가 약간 많은 24세였습니다. 음악원장의 동생이…
유명 지휘자들이 매년 번갈아 지휘대에 오르는 빈 신년음악회가 새해 2018년에는 이탈리아의 거장 리카르도 무티 지휘로 열린다고 합니다. 무티에게는 1993년 처음 이 콘서트를 지휘한 이후 다섯 번째 자리입니다. 올해도 슈트라우스 집안 작곡가들을 비롯한 빈 왈츠와 폴카들로 콘서트가 채워…
1935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 모데나. 이발사의 아내 잔나는 딸을 낳은 뒤 생활비가 부족하자 동네 담배공장에 취직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의 총통(두체)이었던 무솔리니는 ‘사회 효율화’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 전속 유모를 두도록 했습니다. 잔나의 딸 미렐라도 엄마 젖과 함께 …
“소용돌이치는 구름 사이로, 왈츠를 추는 남녀 몇 쌍이 보이다 사라지곤 한다. 구름이 걷히면, 춤추는 사람들로 가득 찬 넓은 홀이 나타난다. 차츰 밝아지며, 샹들리에가 일제히 켜진다. 1855년경, 어느 궁전의 모습이다.”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사진)이 쓴 피아노곡 ‘라 발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마지막 길을 가던 장면을 기억하시는지요. 매서운 바람과 눈발이 휘날리던 날, 1791년 12월 5일이었습니다. 모차르트의 시신이 관도 없이 차가운 구덩이에 떨어지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죠. 오늘이 그가 세상을 떠나고 22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보다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일이 있습니다. 2막,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파리의 카페를 찾은 주인공들이 길옆의 바깥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파리도 크리스마스이브엔 춥기 때문에 굳이 밖에 앉을 이유는 없습니다. 밖에 앉는다는 설정이 무대 구성을 위해…
음악 방송을 듣다가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 들려드리겠습니다’ 하는 아나운서의 말에 ‘번호는 알겠는데 C단조는 뭐지…’ 할 때가 있죠. 우리가 노래를 부를 때 자기 목소리에 맞게 음높이를 올리거나 내려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작품은 작곡가가 음높이를 정해 놓습니다. …
월드컵 결승에 오른 두 축구팀이 서로 감독을 바꿔 경기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 야구팀이 감독을 서로 바꿔 보면 어떨까요? 최고의 성적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을 선보일 수는 있을 듯합니다. 물론 상상에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
음악가들의 탄생 100주년, 200주년, 서거 100주년 등 이른바 ‘기념연간’은 작가나 화가 등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에 비해 떠들썩하게 치러지게 마련이죠. 음악계가 유독 떠들썩한 걸 좋아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문학작품은 어느 때나 책으로 만날 수 있고, 명화도 늘 일반에 공개되지만 …
클래식이 20세기 만들어진 대중음악 장르들과 다른 점은? “악보를 바꿀 수 없고 악보 그대로 연주한다는 점이죠!” 한 분이 대답합니다. 다른 분은 “악보 그대로만 연주하는데도 연주자마다 다른 느낌이라는 점이 더 매력 있고 신기해요!”라고 말합니다.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악…
오늘은 1945년 유엔이 설립된 것을 기념하는 ‘유엔의 날’입니다. 설립 4년 8개월 만에 일어난 6·25전쟁 당시 유엔의 결의에 의해 16개국 군대로 구성된 유엔군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고, 이후 한국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등 유엔은 우리나라에 각별한 의미가 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