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거 오징어 다리 같아.” 음악회에서 옆자리에 앉은 꼬마 숙녀의 말에 그만 픽 소리가 나게 웃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오징어 다리 같다고 한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플루트였습니다. 복잡한 키(누름쇠) 장치가 오징어 빨판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게 보였…
100년 전인 1917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자 귀족과 기업가들 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국외로 탈출했습니다. 그중에는 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명작곡가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위 사진)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아래 …
기다리던 한가위 연휴가 다가왔군요. 한가위는 달과 친해지는 때죠. 바쁜 생활 속에서 하늘을 잊고 살던 사람들도 사랑하는 이들과 모처럼 보름달 한번 쳐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인 제롬 랄랑드(1732∼1807)는 달과 친한 사람이었습니다. 천문학자였으니까요. 지구의 자전에…
피아노 앞에 다가앉은 피아니스트. 머리를 깊이 숙여 건반에 닿을 듯 가까이 댑니다. 머리를 흔들고, 눈을 찌푸리고, 선율을 콧노래로 흥얼거립니다. 피아노 팬이라면 기억나는 이름이 있죠?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입니다. 그런데 왕성하게 활동 중인 현역 피아니스…
어린 시절 TV로 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한밤, 무덤에서 해골들이 나와 춤을 추다가 닭이 울자 황급히 무덤으로 들어가는 단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해골이 정강이뼈를 들고 다른 해골을 실로폰 치듯이 치는 장면은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자라서…
1874년, 요하네스 브람스는 41세에 불과했지만 오스트리아 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였습니다. 이 해에 그는 제국 정부가 주관하는 음악가 장학금의 심사위원이 되었습니다. 여러 신진 작곡가들이 보낸 악보들 속에서 방대한 분량의 악보 꾸러미가 눈에 띄었습니다. 당시 33세였던 보헤미아(체코…
4년 전 이맘때 ‘마지막 4중주’라는 미국 영화를 보았습니다. 예술가와 노화, 가족관계를 통해 인생의 숨은 면모를 들여다보는, 다소 ‘무거운’ 영화였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유명 현악4중주단인 ‘푸가 4중주단’은 창단 25주년 기념 연주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가 닥칩…
이달 6일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체코 칼리슈테 생가를 다녀왔습니다. 기념관 겸 펜션으로 쓰이고 있는 그 집의 주인은 일요일인데도 문을 열고 커피를 대접해 주었습니다. 함께 간 분들과 뜰의 잔디를 바라보면서 말러의 삶, 그리고 그의 음악 얘기를 한참이나 나누었습니다…
‘템페스트(폭풍우)’는 셰익스피어 로맨스극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셰익스피어가 연극계에서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직전 썼다고 하죠. 그런 만큼 인생과 세계를 관조하는 성숙한 작가의 시선이 두드러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극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밀라노 대공 프로스페로는 나폴리 왕 …
푸치니의 유작 오페라인 ‘투란도트’에는 타이틀 롤인 투란도트 공주 외에 두 번째 히로인이 등장합니다. 망명해 떠도는 칼라프 왕자의 시녀 ‘류’입니다. 류는 ‘왕자의 이름을 대라’는 투란도트 공주의 강요를 거부하다 자기 가슴을 찔러 죽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에 흔한, 비련의 히로인이죠.…
여름이면 이 코너에서 ‘휴가지에 가져갈 만한 음악’을 종종 추천해 드렸습니다. 물(水)의 느낌을 짙게 주는 슈베르트의 즉흥곡집, 초원의 저녁과 밤을 연상시키는 보로딘의 음악들, 말러의 ‘밤의 노래’ 교향곡, 바다를 연상시키는 라벨과 드뷔시의 관현악곡 등을 소개했었죠. 이번에는 음악…
벌써 10년이 되어 가는군요. 2008년 2월 26일, 로린 마젤이 지휘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의 동평양 대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미국 오케스트라의 북한 연주는 전무후무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이 “이 콘서트가 동아시아의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로 가는 길을 열었…
지난달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필리프 헤레베허 지휘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7번을 연주했습니다. 이 악단은 이른바 ‘시대악기’ 또는 ‘원전(原典)연주’ 악단의 하나입니다. 19세기 중반에 서양 악기들이 크게 변화했으므로, 그 이전의 음악은 옛 악기와…
한때 독일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녀 ‘독일 관광’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로렐라이 언덕이 순 사기라며?”라고 묻는 분도 많이 만나보았습니다. 요정이 뱃사람을 홀렸다는 유명한 언덕인데, 막상 가보면 볼 것도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가? 제 느낌은 반반입니다. 가보면 주변에 …
올해 3월,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오신 세계 각국 11명의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습니다. ‘한 사람만 피아니스트 아님’이라는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지인들은 바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척 보고도 알겠어요. 귀하만 손이 작은데요.”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