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서 시를 하나 썼습니다. 누군가와 이곳에 와서 살았으면 하는 그런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도 보탰습니다. 이 시는 그러니까, 삿포로에서 펼쳐질 나의 미래와 가능성을 드러내기도 한 것이며 또 내가 삿포로에서라면, 누구보다도 잘 살 수 있을…
삿포로에 가면 잊지 않고 타보는 게 거리를 달리는 노면전차입니다.삿포로의 노면전차는 1927년 삿포로 시영교통의 탄생과 더불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다른 교통수단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전차를 없애고 싶지 않은 시민들의 열망으로 지금까지 생존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삿포로의 일…
삿포로가 로맨틱한 도시로서 빛을 발하는 것은, 삿포로에서 기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오타루’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타루는 수더분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토록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미소(된장) 라면의 발상지는 삿포로다. 라면을 좋아하니 안 먹어볼 수 없다. 스스키노 역 앞에 모여 있는 라면 골목으로 향해 아무 집이나 들러 가리비 된장 라면 하나를 시키고 기다리는데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게 되었다. 작게는 서너평 쯤 되는 홀을 가지고 있는 라면집들이 즐비하게 늘어…
삿포로에 오면 제일 가슴 뛰는 일이 ‘걷는 일’이다.무작정도 걷고, 생각이 나서도 걷고, 일부러 운동을 하려고도 걷는다. 쇼윈도우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차분한 표정을 읽기도 하며, 그러다 어느 한 곳으로 들어가 두 발과 두 눈을 쉬게 한다.그…
운 좋게도 노보리벳츠 온천에서 하루를 묵었다. 그날 밤은 조용히 지나갔다. (단순히 눈이 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기다렸다는 듯 거센 눈발이 나부꼈다. 아, 온천을 하는 동안 눈을 맞을 수 있게 되었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준비물은 하나도 필요하지 않…
홋카이도의 두 번째 도시인 아사히가와에 대한 기억은 그저 조용한 도시라는 것이었다. 역에서 내려 정면으로 훤히 나 있는 번화가를 따라 걷다가 갑자기 활기가 끝나는 길목 끝 지점에 서서 약간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길목 한켠에 있는 그릇 가게를 만났더랬다.낡은 나무 창문 틈으로 소…
처음으로 술도가에 들렀다. 꽤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일이었다. 일단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술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어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술 마시는 사람으로서 계급장 하나를 더하는 일쯤일 것이다. 오타루의 대표 청주(淸酒)인 <기타노호마레․ 北の譽>를 만드는 …
눈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나에게는 눈을 맞는 방법이 꽤 여럿 있다. 모자나 우산을 쓰지 않고 그냥 머리에 흰 눈이 고스란히 내려앉게 맞는 방법이 그 가운데 하나인데, 눈을 실컷 맞고 실내에 들어가서도 그 눈을 털지 않는 것이다. 그 눈이 그대로 녹아 얼굴에, 그리고 목덜미에 고스란히 흘…
여기보다 더 먼 어딘가로 가려는 꿈을 자주 꾸었다. 그곳은 실제의 거리감도 마음의 거리감도 모두 적당한 곳이면 했다. 얼마나 그만한 곳을 찾았을까. 마침내 나는 본능으로 미끄러지듯, 불 붙은 종이를 막을 수 없듯이 ‘삿포로’라는 이름의 애인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그곳은 푸르렀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