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선(線)이고 선은 점(點)의 집합이다. 점은 선을 잉태하고 선은 점을 품으니 둘은 같아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도 그럴까. 아니다. 둘은 대치관계다. 선이 점의 이동궤적이어서다. 정지된 점에 운동에너지를 가해보자. 점의 정지는 파괴된다. 점이 움직이기 시작해서다. 선은 그게 끝나는…
여행을 떠나는 이유, 제각각이다. 그래서 목적지도 각양각색. 그럼에도 그 허다한 여행엔 관통하는 공식이 있다. 여행지가 여행목적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다. 이 겨울, 누군가는 인도양 몰디브의 섬 리조트를 찾는다. 추위와 번잡함을 피해. 또 누군가는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다. 따분한 겨울을 …
한겨울에 떠나는 유럽 여행과 허니문. 단연 설산고봉의 알프스 산악마을을 권한다. 3000∼4000m급 설산고봉이 바다의 파도처럼 대지에서 일렁이는 모습.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장관이다. 게다가 그걸 감상할 정상전망대 밑 설원에선 스키와 썰매는 물론 설원하이킹까지 즐긴다. 그런데 알…
《등잔 밑은 정말로 어둡다. 등잔대에 가리니 당연하다. 여행도 비슷하다. 주변, 가까이에도 찾을 곳이 많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먼 곳부터 떠올린다. 가본 적 없고 잘 몰라서 그럴 텐데 가깝다고 다 가봤을까? 그렇지는 않다. 인천이 그렇다. 영호남엔 해당되지 않겠지만 수도권 주…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 간다 바람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의 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
평생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분이 계셨다. 여든여덟 생을 그렇게 살다간 미국의 헬렌 켈러 여사(1880∼1968)다. 그런 그녀의 삶, 기적과 같다. 보고 듣고 말하는 어떤 이보다도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났다. 손바닥에 쓴 필담, 입술과 목에 댄 손가락으로 읽어낸 말, 그것도 여…
올 단풍은 때깔이 그리 곱지 못하다는 게 세평이다. 지난여름의 살인적 폭염 때문이란다. 생각해보니 끔찍했다. 더위는 더위대로, 그게 물러간 뒤 전기요금은 요금대로. 그래서 올가을은 더 소중하다. 그런데 이젠 가을조차 모두의 것이 아니다. 느끼려 노력하지 않으면 왔는지, 갔는지조차 모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란 영화(2005년 작).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이 독특한 분장으로 출연한 동화작품이다. 줄거리는 두문불출해온 초콜릿 공장 주인 윌리 웡카가 내놓은 경품에 당첨돼 공장투어를 하게 된 어린이와 보호자가 벌이는 한바탕 소동. 그런데 이 영화를 보던 중 한 장소가 떠…
일본 혼슈(열도에서 가장 큰 섬) 최북단 아오모리 현. 쓰가루 해협을 사이에 두고 최북방 섬 홋카이도와 마주한 삼면 바다의 고장이다. 아오모리라고 하면 ‘후지사과’의 산지이자 신선한 해물을 맛볼 수 있는 명소. 그 맛의 상징은 참치의 지존 ‘오마 마구로(大間유·아오모리 최북단 오마 항…
크루즈 체험 후엔 온통 이 생각뿐이다.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다는…. 크루즈는 여행길에서 감내할 수밖에 없는 통상의 불편에서..
‘하빠’란 ‘아빠 역할을 자임한 할아버지’를 뜻하는 신조어. 맞벌이가 확산되면서 태어난 말이다. 여태까지의 추세는 할머니가 직장을 가진 딸이나 며느리 대신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할아버지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손자 손녀에게 아빠를 대신하는 것이다. 그 주역은 전후 …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정호승 시인의 ‘고래를 위하여’) 지난달 스위스의 열차 칸에서다. 우연히 찾아 가져온 MP3에서 송창식의 ‘고래사냥’이 흘러나왔다. 순간, 잊혀졌던 기억의 …
여행에선 목적지보다 동행이 더 중요하다.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갈 곳도, 여행스타일도 달라진다. ‘아름다운 동행’은 동행별 최적의 여행지를 제안하는 시리즈다. 오늘의 동행은 어린 자녀. 온 가족이 산큐패스(SunQ Pass·사흘간 북규슈 지역의 모든 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승차…
《‘아름다운 동행’, 오늘 주제는 ‘가족’이다. 가족여행은 다른 여행과 다르다. 친구나 친척, 생면부지의 타인과 떠나는 여행에 비교해서. 가족끼리니 보통은 더 쉽고 편안할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반대인 경우도 적지 않다. 세대차와 성별차, 누적된 불만과 몰이해가 표출된다면…. 그래서…
여행에서 진짜 중요한 건 ‘어디’가 아니다. ‘누구와’다. 마음이 통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