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은 한여름을 어떻게 났을까. 자연과 더불어 거스름이 없음-무위(無爲)-을 지고의 덕으로 삼았던 만큼 지혜로 다스렸을 터. 그 핵심은 더위도 자연과 똑같이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음이다. 그건 두루 함께할 때 만사가 형통한다는 ‘소통’에 기반을 둔 생각으로 ‘피서(避暑)’라는…
1867년 10월 18일 오전. 알래스카 피오르의 작은 항구 시트카에선 미국과 러시아의 의장대가 주지사 관저 앞에 도열했다. 러시아가 720만 달러에 매각한 알래스카를 미국에 넘겨주는 영토 양도식이었다. 첫 순서는 쌍두독수리 문양의 러시아제국 깃발 하기(下旗). 러시아 병사가 줄을 당…
지난 3월 11일. 취재를 마치고 발리국제공항으로 가는 도중 곳곳에서 ‘Nyepi(녜피)’라고 쓴 플래카드를 볼 수 있었다. 또 동네마다 ‘오구오구’라는 도깨비 조형이 화려하게 치장된 것도 보았다. 다음 날 자정(12일 0시) 시작될 새해맞이 준비다. 녜피는 힌두력(曆) ‘설날’로 발…
봄은 축복이다. 하물며 수은주를 영하 50도까지 끌어내리는 겨울이 5개월이나 지속되는 북위 51도의 험준한 산악 캐나다로키에서야…. 캐나다로키에선 곰도 봄의 전령 중 하나다. 4, 5월에야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30% 이상 축난 몸을 보충하느라 왕성한 먹이활동을 펼치기 때문이다. 게다…
《 26년 전 오키나와에서다. 여기 서식 중인 귀상어의 관람 포인트를 찾기 위해 수중을 탐사하던 아라다케 기하치로 씨의 눈에 희한한 바위가 발견됐다. 도구를 이용해 깎고 다듬지 않는 한 저리도 반듯할 수 없는 모양새인데 심지어는 고대 피라미드의 일부로 비칠 정도였다. 크기는 가로 15…
《 ‘이렇게 어렵사리 서로 만나 한데 합수진 한 줄기 물은 게서부터 고개를 서남으로 돌려 공주를 끼고 계룡산을 바라보면서 우줄거리고 부여(夫餘)로… 부여를 한 바퀴 휘돌려다가는 급히 남으로 꺾여 단숨에 논뫼 강경(論山 江景)이까지 들이닫는다. 여기까지가 백마강이라고, 이를테면 금강의 …
《 대한민국 수도는 두 개다. 하나는 명실상부한 수도 서울, 또 하나는 ‘생태수도’ 순천(전남)이다.시베리아에선 흑두루미 날아오고 거대한 뻘밭에선 짱뚱어 뛰노는 갈대천국 순천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늘의 뜻에 따라 사는 순박한 사람들’의 고장. 순천(順天)의 이름 풀이에 더도 덜도…
《 이제 일주일 후(12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중부내륙권 관광열차 ‘오트레인(O Train)’이 운행을 시작한다. 노선은 서울역을 출발해 제천에서 영월∼태백∼봉화∼영주를 경유해 다시 제천으로 와 서울역에 돌아가는 환상(環狀·4시간 50분 소요)형. ‘오(O)’는 동그라미 모양의…
《 내가 그를 만난 건 1999년 9월. 그곳은 태백시(강원)와 울진, 봉화군(경북)이 경계를 이루는 낙동강 최상류의 오지 승부역(강릉∼동대구의 영동선)이었다. 그때 그는 발령 받아 온 지 넉 달밖에 안 된 서른한 살의 총각 역무원이었는데 당시 거기엔 열차(정기여객)가 하루 네 편밖에…
《 ‘보행(步行)이란 얼마나 자유스럽고 주체적인 동작인가. 맑은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스척스척 활개를 치면서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한 일이다. 보행은 어디에도 의존함이 없이 내가 내 힘으로 걸어가는 길이다… 혼자서 걷는 길이 생각에 몰입할 수 있어 좋다…
《 힐링(Healing)이란 무엇일까. 타인에게 내맡기는 ‘치료(治療)’가 아니다. 나 스스로 낫게 하는 ‘치유(治癒)’다. 치료는 대증(對症)적이다. 신속과 효율이 미덕이다. 반면 치유는 근원(根源)적이다. 느리고 포괄적이다. 치유의 ‘병 나을’ 유(癒)자를 보자. ‘병’ 녁()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