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가수’ 현숙(정현숙)은 12남매(6남 6녀) 중 막내딸(11번째)이다. 어머니(김순애·1922∼2007)는 문고리를 잡고 끙끙대며 혼자서 현숙을 낳았다. 논에서 모심다가 산기를 느끼고 부랴부랴 집에 들어와 출산했다. 현숙 어머니는 잠깐 누워 있다가 다시 물 벙벙한 무논으로 모를 …
조석 한국수력원자력사장(57)의 취미는 ‘무작정 걷기’다. 매일 아침마다 집 주변의 서울대공원이나 양재천을 발길 닿는 대로 걷는다. 가끔 한강을 따라 걷기도 한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절대 볼 수 없는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겹고 새롭다. 그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함기선은 ‘미스코리아 닥터’ ‘미스코리아 메이커’로 불렸다. 그는 미스코리아선발대회 단골 심사위원(1976∼1990)이었다. 영화배우 신성일(77),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1935∼2010)과 함께 최장수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1983년 그가 서울 명동에 낸 오인성형외과병원은 한 …
함기선 한서대 총장(74)은 ‘호기심 덩어리’다. 아직도 새로운 것을 보면 소년처럼 눈을 반짝인다. 단순하고 엉뚱하다. 뭐든 한번 필이 꽂히면 기어이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끌리는 것에 무턱대고 빠져든다. 일단 저지르고 본다. 그러다가 뒷감당을 못해 쩔쩔매곤 한다. 함기선은 내포사…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65)은 ‘제주 섬 촌놈’이다. 그는 서귀포 한 귀퉁이 갯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지금의 중문해수욕장 부근이 바로 그곳이다. 그는 한여름 한라산 지하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천연수영장(논짓물)에서 천방지축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그러다가 목이 타면 어디서나 콸콸 솟는…
김정행 대한체육회장(71)은 뼛속까지 유도인이다. 각진 얼굴에 무뚝뚝한 표정. 체구(171cm, 97kg)가 산처럼 당당하다. 몸무게가 선수 시절(93kg 이하)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함이 없다. 근육질에 부리부리한 눈. 주름살도 잘 보이지 않는다. 김정행은 단순하다. 솔직담백하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에너지가 넘친다. 나이는 잊은 지 오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다. 걸음걸이가 오십 대보다 더 활기차다. 허리도 꼿꼿하다. 종아리엔 젊은이들처럼 힘줄이 돋아 있다. 손을 잡으면 아귀힘이 묵직하다. 그러면서도 두툼한 손바닥살집이 따뜻하고 부드럽다. 안경 너머 눈빛은…
이택주 한택식물원장(73)은 멋쟁이 노신사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매(178cm 69kg)가 영락없이 참나리꽃을 닮았다. 중절모를 쓰고 뚜벅뚜벅 걸어가면, 마치 패랭이꽃이 바람에 살짝살짝 나풀거리는 것 같다. 걸음걸이가 꼿꼿하다. 마침 용인 한택식물원에선 나리꽃이 하나둘 피어나고, …
윤홍근 제너시스 BBQ회장(59)은 도무지 겁이 없다. 그는 1995년 창업할 때부터 세계 공룡기업 맥도널드사와 한판 붙어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푸하하. 그게 가당키나 한가. 맥도널드는 전 세계 패스트푸드 시장 점유율 40%, 하루 5000만 개 햄버거를 파는 회사다. 한…
이종상 화백(76)의 호는 ‘일랑(一浪)’이다. ‘첫 파도’ ‘큰 물결’이다. 당대의 한학자 월당(홍진표)이 대학 재학시절 지어준 아호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최초의’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러려니 끊임없이...
영화감독 이장호(69)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123번지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근인 아현동으로 이사했다가, 상도동에 살 때 영화 ‘별들의 고향’을 찍었다. 그 이후 한동안 서울 강남으로 건너가 살다가, 2000년 다시 그의 뿌리 북아현동으로 돌아왔다. 그…
이인정 대한산악연맹회장(69)은 인왕산(338m)자락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그에게 인왕산은 뒷동산놀이터였다. 청와대 뒤 북악산(342m)과 남산(262m)을 바라보며 뼈와 근육을 키웠다. 인왕산 범바위 너머 말안장을 닮은 안산(296m)도 지척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롤러스케이트…
한국화가 이왈종(69)은 제주 서귀포 동네할아버지다. 아침저녁으로 꽃피는 바닷가를 어슬렁거리고, 동네식당에서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밥을 먹는다. 식당의 쭈그러진 양은 막걸리주전자에도 어김없이 그가 그려준 새가 날고 물고기가 헤엄친다. 어느 땐 그의 이름을 딴 왈종미술관에서 동네꼬마들과…
1994년 독일, 김청자(아녜스) 나이 쉰. 그의 인생에 또 한번 세찬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느닷없이 모국 한국이 미친 듯이 그리워진 것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가슴이 허전할까. 옆구리에 구멍이 뻥 뚫린 듯 뼈가 시렸다. 한국에 가면 내 할 일이 태산 같을 텐데. 한국에 가서 내가 여…
경기소리 ‘국민명창’ 김영임(61)이 ‘회심곡’을 처음 부른 건 스물한 살(1974년) 때였다. 이창배 스승(1916∼1983)으로부터 두 달 동안 배운 뒤, 전깃불을 끄고 촛불 하나만 켠 채 녹음을 했다. 녹음실 밖에선 다들 울었다. 가슴이 먹먹하고, 애간장이 다 녹아내렸다. 어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