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까∼똑∼’ 하는 소리에 여러 차례 놀라곤 했습니다.늦은 밤 눈꺼풀이 천근만근일 때 찾아오는 그 소리는 성가신 불청객입니다. 급한 일은 아니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걱정 끝에 머리맡을 더듬어 전화를 들어 확인합니다. ‘근하신년’, 아 여러 사람에게 동시에 보낸 듯한 휴대전화…
“노망이 들어 무문관에 있습니다. 금족 생활을 하기 때문에 전화 못 받습니다. 3개월 보내고 해제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설악산 신흥사의 큰어른인 조실(祖室) 오현 스님(82)으로부터 날아온 휴대전화 문자입니다. 문맥상 아마 지인들에게 같이 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갑자기 …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이 무렵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은 바로 산타클로스입니다. 주소와 행적 등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은 굴뚝과 어울리지 않는 몸매입니다. 분명, 훌쭉한 산타보다는 넉넉한 산타가 자연스럽죠. 그렇지만 그 몸매로 어떻게…
빨간 세 다리 냄비 걸이와 냄비 모양의 모금통, 제복을 입은 구세군 사관의 ‘댕그렁 댕그렁’ 하는 손 종소리…. 매서운 찬바람과 함께 구세군 자선냄비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이 무렵 익숙한 겨울 풍경이 됐죠. ‘189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교 해안에 표착(漂着)한 난파선 생존자를…
당나라 조주 스님(778∼897)은 꽤 흥미로운 캐릭터의 선승입니다. 그가 남긴 일화와 화두는 중국 선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죠. ‘차나 마셔라’ 또는 ‘차나 마시고 가라’쯤으로 옮겨질 ‘끽다거(喫茶去)’가 그렇습니다. 알려진 대로 조주 선사는 가르침을 받기 위해 온 사람…
오늘 점심시간에 ‘하늘나라 우체국장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20일 ‘슬픔이 있는 곳이 성지다’(해피홈)라는 책을 출간한 송길원 목사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우정사업본부 소속이 아닙니다. 그의 우체통은 세월호 참사 구조작업이 진행되던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하늘나라 우체통’이라는 이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는 화두로 잘 알려진 성철 스님(1912∼1993)의 백일법문이 증보판으로 새 옷을 입었습니다. 1992년 첫 출간 때 빠졌던 내용을 보완해 스님의 육성을 충실하게 담았다는 설명입니다. 11일 성철 스님의 상좌인 원택 스님(70)이 참석한 간담회는 책…
축구는 어느 종단이 가장 잘 할까요? 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4대 종단(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성직자 축구대회가 열렸습니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 경기에서 불교가 천주교를, 원불교가 개신교를 각각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결승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로 시작하는 미당 서정주의 ‘국화옆에서’라는 시가 떠오르는 계절입니다. 문득 꽃말 사전을 뒤져 보니 국화만큼 여러 꽃말을 가진 꽃도 드뭅니다. 일반적인 꽃말은 ‘당신은 정말 좋은 친구입니다’, 성실, 고귀, 진실, 청결, 청순, 정조라고 하네요.…
19일 바티칸 교황청에서 막을 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는 동성애자에 대해 교회 공동체의 환대가 필요하다는 예비보고서(초안)를 공개해 지구촌 차원의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알려진 대로 초안의 이 항목과,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과 관련한 두 항…
103세 국내 최고령 목회자로 10일 소천한 방지일 목사의 생전 마지막 설교 제목은 ‘종두득두(種豆得豆·콩 심은 데 콩 난다)’였습니다. ㈔방지일목사기념사업회(이사장 김삼환 목사)가 이날 발행한 ‘심은대로’라는 소책자 1면에 사진과 함께 이 내용이 실렸습니다. 마지막이라지만 …
얼마 전 대구를 방문했다 40대 중반의 A 신부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가톨릭 교리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동성애와 여성사제, 낙태와 피임 등 그동안 가톨릭이 금기시해 온 단어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신부님, 세상이 어쩔 …
전북 남원시 지리산 자락 출신인 그는 맨몸 맨손 맨땅의 ‘3M 목회자’를 자처합니다. 목회를 꿈꿨지만 한학자인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19세 때 집에서 쫓겨나 수박과 오이장사, 막노동판 등을 전전했습니다. 1988년 교회 개척 이후 신자 3만여 명의 대형교회를 일궈냈습니다. 경…
사제단과 정구사. 한국 가톨릭에는 다른 약칭으로 불리는 한 단체가 있습니다. 22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창립 40주년 감사미사를 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입니다. 이 단체는 오랜 관행에 따라 흔히 사제단으로 불리고 있지만, 이 명칭에 대한 가톨릭 내부의 거부반응도 만만치 않습니…
14일 강원 양양 낙산사를 다시 찾았습니다. 햇볕은 아직 뜨거웠지만 낙산사는 여전했습니다. 초입의 홍예문과 해수관음상, 바람과 어우러지는 푸른 바다 모두 그대로였습니다. 2011년 이후 3년 만의 발길이었습니다. 그때는 낙산사 동종과 원통보전을 잿더미로 만든 2005년 화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