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취재를 위해 이달 초 처음 찾아간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다시는 찾아가고 싶지 않은 도시였다.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왜 그렇게 한풀이하듯 악착같이 받아내려 했는지 돌이켜 수긍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비엔날레는 고색창연한 동시에 고리타분한 …
대한민국 연극인들에게 2015년은 ‘상실의 시대’다. 한국 연극 대중화의 씨앗이 된 70∼150석 규모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들이 줄줄이 폐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6일 28년간 대학로를 지켜온 ‘대학로극장’이 폐관한 데 이어 40년 역사의 삼일로창고극장도 내년에 문을 닫을 처지에 …
‘1만8154원.’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도서구입비입니다. 단행본 도서 한 권 값 평균이 1만8648원이니 한 달에 책을 한 권도 사지 않는 가구도 적지 않을 겁니다. 출판계가 얼마나 불황인지 여실히 알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변을 잘 찾아보…
일제강점기 출토된 서봉총 유물 9점이 사라졌다는 4일자 동아일보 A1면 기사가 한 포털 사이트에 소개되자 이날 오전부터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양대(梁帶·머리에 쓸 수 있도록 테두리 안쪽에 십자로 붙여 놓은 금띠)’를 지닌 유일한 신라 금관인 서봉총 금관이 일제강점기 때 인위적으…
“글쎄요…. 화제가 된 것에 비해 생각보다는 판매량이 적습니다.”(교보문고 관계자) 지난달 29일 판매를 시작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은 교보문고에서 3일 오전까지 2200부가량 판매됐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도 3일 오전까지 6일간 1318부가 팔렸다. 출…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딸들이 나섰다. 최근 작고 4주기를 맞아 박완서 선생이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출간한 산문집 개정판 7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교정 작업에는 맏딸 호원숙 씨를 비롯해 원순 원경 원균 씨까지 네 자매가 참여했다. 지금까지는 가족 대표 격인…
14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는 한국성악가협회, 대한민국민간오페라연합회, 예술비평가협회 등 7개 음악 단체들이 모여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한예진 신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단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자리였다.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단장은 “문화 행정가들의 일방적인 진행에 …
“박수근이 누구지?” “백남준…? 아, 그 TV 뚝딱거리던 사람? 그이가 여기 살았다고?”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 거리를 지나는 사람 10여 명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곳이 박수근 화백 작업실 터 맞나요?” “백남준 씨가 어릴 때 이 동네에 살았다던데요?” …
독립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사진)가 28일 344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다양성영화 1위에 올랐다. 곧 400만 명도 넘어선다고 한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주인공인 강계열 할머니의 근황이다. 당연하다. 감동이 컸으니, 조병만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으니 이후…
최근 출판인들 사이에서는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쌤앤파커스’ 이야기가 자주 화제에 오른다. 지난달 24일 쌤앤파커스 박시형 대표(51)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며 보유한 회사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절정을 이…
지난달 초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문화재 복원 전문기관 고등보존복원연구소(ISCR)를 다녀왔다. 성 아고스티노 성당의 제단화 ‘피에타와 산 조반니’는 2010년 3월부터 이곳에 놓여 있었다. 지금까지 4년이 훌쩍 넘었지만 복원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베네치아 산 자카리아 성당의 제단화 등…
“오늘 청장님이 하신 말씀은 ‘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밖에 없어요. 좀 소신을 가지십시오.”(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장에선 국회의원들의 호통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국감에서 기관장들에 대한 의원들의 공세는 일상이…
자신들을 ‘기막힌 행운아’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시각장애로 빛을 잃었지만 무대에 서는 꿈을 이뤘기 때문이란다. 관현맹인전통예술단원들의 이야기다. 이 예술단은 조선시대 재능이 뛰어난 시각장애인에게 궁중 잔치 등에서 음악을 연주하게 했던 ‘관현맹인제도’를 본떠 2011년 문화체육관…
영화계에는 ‘갑’과 ‘을’이 있다. 최고 갑은 전체 스크린의 95%를 차지하는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다. 하루 평균 2, 3편의 영화가 개봉하는 상황(지난해 기준 907편)에서 스크린 확보는 흥행의 최고 변수다. 또 다른 갑은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
코스요리는 대개 모 아니면 도다. 순서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음식을 내면서 전체 흐름의 완급을 조율하는 건 쉽지 않다. ‘이걸 굳이 왜 코스로 주는 거야.’ 여차하면 불만과 허기에 지친 원성이나 듣기 십상이다. 20일 개막한 부산비엔날레는 ‘도’ 코스요리의 기억을 되새기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