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감(美感)을 미감(味感)으로 이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미술관과 갤러리 주변에는 수많은 음식점과 카페가 있다. 부속시설로 붙은 곳도 적잖다. 하지만 전시와 연결한 먹을거리가 ‘모두 맛있었느냐’ 묻는다면 답은 ‘아니요’다. 자신 있게 알릴 만하다 싶은 곳은 절반 정도였다. 그에 대한 만…
원래는 같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른 전시와 근처 냉면집에 대해 쓸 작정이었다. 현장에서 마음을 바꿨다. 냉면에 대한 얘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개인 취향이 어떤 메뉴보다 극명히 갈린다. 게다가 이미 널리 알려진 체인점이다. 즐겨 찾는 음식점 정보를 가급적 글이나 말로 옮기지…
‘샘플 몇 개 복사해 붙여서 잘 짜깁기한 것이겠거니.’ 그렇게 확고한 선입견을 끌어안고 찾아갔다. 서울 종로구 키미아트는 코앞에 도열한 대형 갤러리와 비교하면 문자 그대로 손바닥만 하다. 14년 전 2층 주택을 갤러리로 개조한 공간이다. 1층이 전시실이고 2층은 카페를 겸한다. 콕…
17일 폐막한 ‘2015 아트 바젤 홍콩’ 후원사인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만찬장에서 “조금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를 이번 아트페어에 초청했다”며 그를 소개했다. 프랑스 요리사 피에르 가니에르(65). 올 초 프랑스 요리전문지 ‘르 셰프’가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
웹 지도에서 ‘구슬모아 당구장’을 검색하면 서울에서만 9곳이 나온다. 지난해 겨울 대충 찍고 출발했다가 용산구 원효로 상가 뒷골목 문 걸어 잠근 진짜 당구장 현관 앞에 서서 한참을 당황했다. 한남동 대사관길 초입 골목 안 건물 반지하층에 있는 ‘구슬모아 당구장’은 신진 작가 개인전을 …
여행길 몇 밤 머물기로 한 숙소 주방에 가스레인지가 없으면 난감해진다. ‘불 맛’ 더한 요리는커녕 라면만 끓여 먹고 치울 게 뻔한데도 불꽃 없는 전기레인지는 어째서인지 음식 해먹을 기분을 돋우지 못한다. 레스토랑 주방에 가스불이 없다면 어떨까. 한 요리사는 “건강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
“생존해 계셨다면 본인 함자 내건 미술관에 음식과 차를 파는 가게 내는 걸 허락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미술관 건물이 너무 크다 하셨을 수도….”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 내 카페 ‘사미루’(02-3217-6485)의 사장은 한사코 이름 밝히길 거절했다. 처음 취재 요청 전화에도 그…
서울 북촌(종로구 재동, 가회동, 삼청동 일대)은 정체가 모호한 동네다. 2001년 시작한 ‘한옥 가꾸기’ 지원 정책 이후 신축 또는 개보수 한옥이 줄줄이 들어섰지만 예스러운 정취는 느끼기 힘들다. 멀끔한 기와지붕과 담벼락 틈틈이 국적불명 상업공간이 흩뿌려져 생장했다. 조정구 구가…
초행이 아니어도 길 찾기가 만만찮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은 그런 동네다. 경복궁 서측 담장 건너편에 앉은 덕에 옛길 자취가 군데군데 남았다. ‘어라, 이 골목이었는데’ 싶으면 영락없이 몇 발짝 잘못 짚어 꺾어든 거다. 두 여인이 7년 전 이곳에 간판 없는 가게를 냈다. 원래부터 식…
편견일 수 있지만, 갤러리가 자리 잡을 입지는 아니다. 버스에서 내려 들어선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연희동) 골목은 최근 먹고 즐기기 좋은 곳으로 주목받는 ‘그 연희동’에서 도보로 20여 분 북쪽에 떨어진 동네다. 홍제천 위 고가도로 그늘이 종일 영향력을 행사한다. 재개발이 지지부진해지…
서울 홍익대 주변은 시간이 좀처럼 쌓이지 않는 공간이다. 3개월 만에 후루룩 올렸다 와르르 무너진 와우아파트의 잔상이 45년을 건너뛰어 문득문득 재생된다. ‘홍대 앞에 가자’는 말뜻의 기억은 화자(話者) 연령에 따라 어지럽게 갈라진다.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잔다리는 그 파랑(波浪) …
서울 홍대 주변은 시간이 좀처럼 쌓이지 않는 공간이다. 3개월 만에 후루룩 올렸다 와르르 무너진 와우아파트의 잔상이 45년을 건너뛰어 문득문득 재생된다. ‘홍대 앞에 가자’는 말뜻의 기억은 화자(話者) 연령에 따라 어지럽게 갈라진다.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잔다리는 그 파랑(波浪) …
내년 2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오, 홀리 나잇!’전은 파격을 성취로 이끄는 요체가 과감함보다 정치(精緻)함에 있음을 보여 준다. 운보 김기창 화백이 1952∼53년 그린 연작 30점의 주제는 ‘예수의 생애’다. 그림 속 예수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었다. …
처음 식탁에 놓인 건 브로콜리무침이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 1층의 레스토랑 ‘셰프K&R’(02-3448-4466). 선후배 동업자 김영택(45) 류진근 셰프(42)는 불갈비 샐러드와 농어 튀김을 대표 메뉴로 권했다. 샐러드는 눅눅했고 튀김은 당혹스러웠다.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