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대개 의자왕과 3000 궁녀, 계백장군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 광활한 영토를 거느린 고구려에 비해 관심이 부족한 백제다보니 망국(亡國)의 역사로만 기억되는 게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비로소 백제의 진면목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
수도를 보면 그 나라가 어떤 곳인지 대략 파악할 수 있다. 6세기에 최고 전성기를 맞은 백제의 위엄을 만방에 공표할 도읍지로서 백제 26대 성왕이 세운 수도 사비(현재 충남 부여)는 백제의 철학과 정서를 잘 보여준다. 특히 사비는 100% 계획도시로 설계자의 의도를 곳곳에서 뚜렷이 확…
최전선에서 싸우던 아들을 위로하려고 길을 나섰다가 복병을 만나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버린 아버지. 이를 애통해하던 아들은 당대 최고 기술을 동원해 아버지가 생전 추구하던 이념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향로를 만든다. 아들은 향로에 향을 사르며 부친의 명복을 빌고 아버지가 이…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1971년 7월 충남 공주시 송산리 6호분. 침수를 막기 위해 무덤 뒤를 파던 인부들의 삽질이 갑자기 멈췄다. 땅속에 무언가 단단한 게 박혀 있었다. 그 순간부터 이곳 공사현장은 발굴현장으로 일순간 바뀌었다. 땅을 파내자 1500년 전 백제를 호령하던 제25대 무…
아프리카 대륙에서 창궐한 에볼라 뉴스에 시시각각 귀를 기울인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멀리 떨어진 한반도 역시 에볼라 영향권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국가 간 교류가 질병의 확산으로 이어진 사례는 수없이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지로서 여러 나라와 활발히 접촉한 백제도…
불교를 처음 동아시아로 들여온 곳은 중국이다. 그러나 불교를 퍼뜨려 신라와 가야, 왜와 공유한 건 백제였다. 서해와 남해를 끼고 있던 백제는 바다를 사이로 중국, 왜와 마주했고 신라, 가야와는 육로로 접해 있어 일찍부터 해상 교류의 거점이었다. 백제는 중국 불교를 그대로 주변에 전…
일곱 개의 칼날이 마치 나뭇가지처럼 뻗어 오른 ‘칠지도(七支刀)’는 서기 369년 백제를 떠나 현재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다. 쇳물을 틀에 부어 굳히는 주조 방식이 아니라 달궈진 덩이쇠(鐵鋌)를 망치로 두드리고 담금질하는 ‘단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칠지도처럼 복잡한 모양을 단조로 …
지평선에서 해가 뜨고 질 만큼 드넓게 펼쳐진 김제평야. 예부터 곡창지대로 이름 높았던 이곳에는 최고 높이 4.3m에 이르는 약 3km 길이의 제방과 5m에 달하는 수문 돌기둥들이 남아 한반도 최초의 대규모 저수지의 위용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하고 있다. 바로, 백제 11대 비류왕(제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