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살 대용 씨의 한옥은 서울 북촌에 있다. 대지 약 99m²에 건평은 그 절반. 10여 년 전부터 시행된 서울시 한옥활성화 정책 이전 북촌의 도시한옥들이 대개 그랬듯이 여기저기 늘이고 덧대어졌던 집은 최근 대수선을 거치면서 방 두 개, 대청, 부엌, 욕실에 넓은 지하공간과 붙박…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감동받을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화장실의 작은 시설물 때문에.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갈 때 많은 이가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운전자라면 자동차 열쇠도 함께. 그런데 막상 화장실 안에는 작은 물건들을 올려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난감하다.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한옥에서 한옥으로, 그 외에는 ‘집’이라는 개념이 사라져 버렸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한옥에 살면서 그것이 사람의 집이라고 생각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칠순이 넘어 다시 한옥으로 짐을 풀면서 이상하게도 그 중간의 집이 사라지고 한옥에서 계속 살았다는 생각이 …
건축설계를 가르치고 비평을 하면서 줄곧 한국의 현대건축은 우리 고전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믿음을 직접 실천하면서 지은 나의 두 번째 집이 다물마루이다. 현대식 콘크리트 구조에 한옥을 결합한 형식을 시도하여, 경기도에서 가 볼 만한 곳으로 선정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서울 남대문시장 맞은편에는 1900년대 초에 지은 2층짜리 한옥 상가가 한 채 있다. 서울에서 손꼽히게 번잡한 곳이며 고층 건물이 즐비한 지역이니 “100년 전 집이 아직 남아 있었어?” 하겠지만 대로변에 줄지어 있던 상가용 2층 한옥 중 간신히 한 채가 살아남았다. 근대 서울 도심의…
여의도 사옥 집무실에서 창밖을 본다. 오늘은 어쩐지 수많은 고층 빌딩이 애잔하다. 저 높은 빌딩을 세우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샐러리맨이 땀과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해가 저물어 노을이 빌딩을 감쌀 때야 샐러리맨들의 속살을 본다. 사무실 한쪽에 쌓인 서류 무더기, 뚜껑이 닫히지 않…
‘next 21’은 미래 주거를 준비하기 위한 실험주택이다. 일본 간사이(關西) 지역 가스공급 기업인 ‘오사카 가스’가 지었고, 오사카(大阪)에 있다. 피할 수 없는 과제인 환경의 보전과 공생, 에너지 절약, 고령화 그리고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 등에 대한 해법 찾기가 목표다. 설계…
예전에 살던 집은 세 방향이 숲에 면한 서울 북악산 자락 부암동 숲속 빌라 3층이었다. 창엔 햇살이 가득하고 맞바람이 불어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집 주위에 자연이 가득했다. 2년 반 전 인왕산 자락 서촌 체부동의 작은 한옥으로 이사했다. 전체 면적은 전과 같…
얼마 전, 새로 한옥이 들어선 시골마을 몇 곳으로 집 구경을 다녔다. 농촌이나 산촌에 가면 깊은 오지가 아님에도 골짜기에 드문드문 서너 채의 집들이 동네를 이루고 있는 곳이 꽤 많다. 한때는 꽤나 그들먹했으나, 경제개발기에 일자리를 찾아 주민들이 대도시로 이주하면서 마을이 비기도…
역사학자로서 한국 가족사를 연구하기 위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종가를 조사하던 중 한옥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옥은 현대 건축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특히 한옥의 벽은 비대칭의 균형, 자유로운 면 분할, 여백의 아름다움 등 독특한 예술혼이 살아 숨쉬고…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실내 온도를 5도나 낮출 수 있는 에어컨이 나왔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었다. 창문 크기의 패널에 바닥 부분을 잘라낸 페트병 수십 개의 주둥이를 집 안쪽으로 향하게 붙여서 모으면, 넓은 통로를 지나던 공기가 좁은 통로를 만나 흐름이 빨라지면서 …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보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그렇기에 회사는 단순한 업무공간이 아니라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복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선 넉넉함과 온유함이 풍겨 나온다. 서울 혜화동 로터리의 북쪽 한 골목을 지나가다 보면 의젓하게 잘 지어진 한옥이 …
아무리 그래도 부부 단둘이 한옥을 다 지었을까. 참여를 많이 했다는 뜻이겠지. 오영록 씨가 찾아와 “아내와 둘이서 한옥을 지었습니다”라고 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더구나 목구조 이층 한옥이라니. 오 씨는 2002년 한옥문화원에서 ‘한옥 짓기’ 강좌를 수강했다. 당시에는 한옥에 …
한옥을 공부한다고 시작한 지가 30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처음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꽤 긴 시간들이 3배속으로 돌린 무성영화 필름의 잔영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그중에 어떤 놈을 골라 한옥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볼까? 섬을 돌아다니며 길섶에서 우연히 만났던 ‘방-정지(부엌)’ 달랑 두 …
은경 씨는 경기 양평에 귀틀집을 짓고 산다. 2002년에 지었으니 벌써 15년째다. ‘사람 위에 사람이 사는’ 아파트를 내 집이라고 살 수는 없다는 확고한 생각으로, 나와 내 가족이 어떤 집에서 살까를 고민하고 찾던 그녀가 만나게 된 집이 귀틀집이었다. 예부터 이 땅에서 지어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