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중 제일 바쁜 달은 5월이다. 가정의 달인 데다 연휴가 많고 전국은 축제에 빠져든다. 각 지역은 특산물 축제를 열고 특색 있는 볼거리 먹을거리를 내어 놓는다. 전주도 예외가 아니다. 전주국제영화제부터 한지축제와 단오제, 전주대사습놀이 등 전통과 어우러진 축제가 열린다. 한…
제주로 이주해 온 지 4년 가까이 된다. 이 지역 대학생들의 진로와 취업에 대한 업무를 시작한 지도 3년 차가 되니 자연스레 육지와 제주의 산업을 비교해 보곤 한다. 그동안 제주 지역에 있는 여러 업체를 방문하면서 이곳 경제와 산업에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 이곳의 산업구…
지난 주말 선배의 조촐한 집들이에 초대받아 경남 거제 옥포에 다녀왔다. 반가운 얼굴로 우리를 맞은 선배는 부엌에서 해물된장찌개의 간을 보느라 분주했고, 선배의 아내는 7개월 된 아기의 이유식을 먹이고 있었다. 대화의 주제는 탈(脫)서울에 이어 거제의 삶으로 옮겨갔다. 선배는 서울…
후배 C에게. 이곳 생활도 8개월이 지나가는군. 살아 보기는커녕 한 번도 발을 디뎌 본 적도 없는 경북 김천에서의 생활은 약간의 설렘으로 시작했지만 작은 고비들도 있었어. 한 10년 전쯤의 일이야. 경기도 양평에 작은 농가주택을 마련한 어느 선배에게 부럽다고 말했다가 내가 가…
떠들썩한 ‘쿡방’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TV나 신문에서 ‘셰프’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웃고 말하고 요리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음식을 내놓는 방법이나 자신만의 레시피를 공개한다. 현란한 칼솜씨를 뽐내면서. 쿡방 시대가 다가오기 전 나는 맛집 순례를…
제주로 이주해 오기 전 주변 지인들에게 “제주는 2년만 살면 좋다더라” “2년 뒤에는 다시 다 올라온다더라”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큰아이가 여섯 살 때 제주로 오면서 ‘2년쯤 뒤에 제주에 살기 여의치 않으면 초등학교는 서울에서 보내면 되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
남쪽 바닷가 마을에도 봄이 왔다. 바닷바람 사이로 파고드는 따스한 햇살, 코끝을 간질이는 꽃향기가 지천이다. 책방 문을 열고 열 걸음만 나서면 백여 그루의 벚나무가 연분홍빛 꽃망울을 터뜨리며 심장을 뛰게 한다. 서울에 살 때도 봄은 해마다 찾아왔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지방살이의 불편으로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누리기 힘들다는 걸 꼽는다. 하지만 이 문화생활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별스럽지 않다. 보통 사람에게는 영화나 운동 경기, 공연 정도가 아닐까? 이제 웬만한 중소도시에도 영화관이 있고 배구나 농구 등 실내 스포츠의 지방 경기도 일반화됐다…
여유 있는 생활, 많은 사람이 원한다. 나 역시 고향 전북 전주를 떠나 서울에서 회사를 다닐 때 문화생활을 많이 기대했다. 아무래도 뮤지컬이나 연극이 지방보다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한 편 볼 시간을 못 내는 게 현실이었다. 물론 서울이라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짬을 내면 뭐든 …
조기잡이 어선에서 일하는 이웃의 어선 일을 도우러 갔다가 들은 얘기다. 태풍 같은 거센 바람이 한 번씩 몰아쳐줘야 바닷속 바닥이 일어나고 물속이 뒤집혀 물고기 먹이가 많아지고 물고기도 많이 모인다고 한다. 사람 사는 일도 비슷한 것 같다. 제주로 옮겨와 환경이 한 번 크게 변하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는 통영의 가장 큰 섬으로 산과 바다, 미술관과 박물관 등 문화공간이 함께 자리한 곳이다. 매일 새벽이면 “뿌우, 뿌” 소리를 내뿜으며 통영대교 아래를 가로지르는 멸치어선들이 지나고, 고깃배가 매일 찾아드는 새벽시장에는 싱싱한 제철 생선들이 계절마다 자리를 바꾼다…
어김없이 이때쯤이면 눈이 떠진다. 그럴 나이가 되었다. 최근 1, 2년 사이 기계의 힘을 빌려 잠을 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오고부터는 뒤척이는 나를 침대 밖으로 불러내는 아주 낭만적인 소리가 있다. 철마의 아침 인사! 아침 6시 9분 김천역을 출발한 부산행 무궁화 열…
관광지에 일터가 있다면 마주치는 사람 대부분은 여행객일 것이다. 이들과 한두 마디 건네는 재미도 쏠쏠한 게 내 직업의 장점이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단골이 된 타지의 손님들이 다시 전주로 찾아오면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이 없다. 나에게도 특별한 단골 친구들이 있다. 처음엔 혼자 호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나는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직업은 헤드헌터. 전문 경력직을 스카우트하는 일이었다. 회사 소속으로, 또 내 회사를 운영하면서 13년이 흘렀다. 지금은 제주에 정착한 지 4년 되었고 이곳 대학에서 학생 취업과 진로 상담, 기업 섭외 등의 일을 하…
2주간의 조금 긴 서울 출장을 마무리하고 어젯밤 경남의 끝자락에 위치한 바닷가 통영의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니면서 지치고 힘겨웠던 몸과 마음은 비릿한 바닷바람을 들이켜는 순간, 비로소 집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새로운 힘을 충전하고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