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섶다리 설치하는 날입니다. 오전 8시까지 독바위 앞으로 참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마을회관 앰프에서 개띠 이장님의 음성이 울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들깨 밭의 비닐 멀칭을 걷다 말고 삽 한 자루 둘러멘 채 내촌천 독바위 앞으로 갔다. 아직 20분 전임에도 6, 7명 정도…
귀촌을 생각하면서 ‘어디서 뭘 해먹고 살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어 귀촌 전 나는 번역을 공부했고 남편은 목수학교를 졸업했다. 영어강사로 15년을 살았지만 강의와 번역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 어려웠다. 남편 역시 펜으로 먹고살던 사람이라 망치로 생계를 유지할 …
문외한에게 훌륭한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현재 귀농 귀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기관이나 단체는 많이 있다. 나도 전문가들의 강의도 듣고 성공한 임산물 재배자도 만나고, 귀·산촌의 현장학습을 다니면서 많이 보았다. …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할 때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성공과 행복의 잣대가 일에 대한 성취감과 그에 따른 경제력이라고 생각하던 시절, 나에게는 친구와 가족들의 경조사조차도 챙길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었다. 귀촌을 결심했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그동안 사회생활이 바쁘다는…
강원 홍천군 내촌면 ‘동화마을 사업’은 금년 초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이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 사업은 2년 전 중앙부처의 ‘마을 만들기’ 사업에 당선되면서 시작됐다. 가족 단위 야영객, 단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야영장과 객실을 제공하고 체험과 놀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
19년 만에 추석과 함께 찾아온 기나긴 연휴. 전주 남부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나는 추석 연휴 3일을 제외한 다른 날은 모두 가게에서 일을 했다. 나는 테이블 네 개가 전부인 허름한 음식점을 운영한다. 프라이팬 하나로 볶음밥과 볶음요리 등 퓨전 볶음요리를 만든다. 요리 재료는 모두 음식…
집을 사기 전까지 1,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녀야 했다. 그때마다 이사 비용으로 100여만 원, 부동산 중개 비용으로 몇십만 원씩 쓰면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도시에 살아서 피곤한 이유 중 하나였다. 집을 사고 나서는 이사 다닐 필요가 없어졌지만, 사람도 차도 많은 도…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어느 분야나 조예가 깊을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초보자는 두려움이 없고 좋은 얘기만 귀담아들으며 쓴소리는 걸러 듣는 경향이 있다. 경험 부족과 욕심 때문이다. 나도 지난 2년 동안 강의를 듣느라 성공한 현장을 다녔기 때문에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성…
집을 완성한 뒤 가구를 보러 아내와 딸이 서울 여행길에 올랐다. 섬에서 가구처럼 덩치 큰 물건을 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구미에 맞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서울길에 올랐던 아내가 제주공항에 내려서 한 첫마디는 “서울 너무 좋다”였다. 한평생…
우리 집에서 10여 분 걸으면 펜션과 휴양소 야영장이 있고, 그 중간에 ‘수목원’이 있다. 완만한 경사의 야산 1만2000평에 다양한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 마을에선 그곳을 ‘수목원’이라 부르고 있다. 나무를 워낙 좋아하는 분이 30년 전에 임야를 매입하여 …
시골에 와서 1년간은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 보고, 계절에 따라 여러 농장에서 일손을 거들며 생활비도 소소하게 벌었다. 시골에 오기 전 1년간은 ‘소비 단식’을 했다. 최소한의 고정비 지출을 제외하면 나가는 돈이 없도록 단단히 챙겨두…
진입조차 어려운 숲의 숨통을 틔워주는 작업을 시작한다. 7, 8월의 삼복더위에 숲을 가꾸는 작업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잡목을 제거하고 간벌작업(나무 간 간격을 유지시키는 작업)을 하면 살림이 울창해지고 서식 환경이 개선돼 개체수가 늘어난다. 작업 후에는 나무 직경이…
내가 사는 제주 서쪽은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서귀포에 비해 비도 적어 여름의 열기가 더 찌는 듯하다. 농사일이 생계인 동네 삼촌들의 한숨 소리는 하나둘씩 모여 큰 근심으로 쌓인다. 그럼에도 저녁이 되면 앞바다엔 갈치잡이, 한치잡이 배가 크고 작은 불빛을 만들며 낮과는 다른 풍경을 이…
한여름 밤의 꿈만 같다. 아침저녁으로 어제는 고추밭 감자밭, 오늘은 오미자밭, 내일은 정원에 물을 주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랐고 비는 이제 잊혀져 가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장마가 찾아왔다. 150mm, 200mm 그렇게 사흘씩 나흘씩 쉬지 않고 쏟아부었다. 새벽에 일어나 밭고…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바쁘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는 귀촌 준비를 이민 준비처럼 시작했다. 언어, 문화, 화폐가치, 지켜야 할 매너까지 아예 다르기에 처음부터 배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도시는 이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