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해녀문화. 등재 직후 몇 편의 해녀 관련 영상을 보았다. 바닷속 풍경은 한없이 아름다웠으나 해녀들의 물질은 시종 생사를 넘나드는 처절함의 연속이었다. 영상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해녀들의 숨비 소리였다. 물질을 마치고 물 위…
일제강점기 때엔 금강산 관광이 유행이었다. 학생들의 수학여행도 많았다. 금강산 가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나 홍보물이 지금도 많이 전해올 정도다. 서울에서 금강산을 가려면 경원선을 타고 연천역, 신탄리역을 지나 철원역에서 내려 금강산 가는 열차로 갈아탔다. 경기도 연천은 금강산으로 가는 …
측백나무와 향나무 10여 그루가 늘씬하게 줄지어 서있고 그 뒤로 단층 합각지붕 목조건축물이 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거무스름한 널빤지 외벽, 오래되어 여기저기 휘어진 오르내리창, 삐걱 소리가 날 것만 같은 출입문, 처마 밑에 멋스럽게 걸려 있는 나무 간판. 문을 열고 들어서니 높게 트인…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나는 흰나리꽃 향내 맡으며/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매년 이즈음 자주 듣게 되는 ‘동무생각’. 1922년 탄생한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이다. 대구 출신의 작곡가 박태준이 곡을 짓고 시인 이은상이 가사를 붙였다. 이 곡…
서울 인왕산 아래. 흔히 서촌이라 부른다. 골목길을 따라 인왕산 초입으로 쭉 들어가면 수성동(水聲洞) 계곡이 나온다.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계곡 공원엔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 계곡 북쪽 언덕길을 오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란다…
“따스한 햇살이 들면, 금방이라도 담장 너머로 소녀의 피아노 소리가 들릴 것 같아요.” “동화 속이라고 할까, 내 마음의 집 같은 곳….” 1929년 건축된 2층짜리 목조건물, 대전 중구 대흥동 뾰족집. 사람들은 오랜 세월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만들었다. 대흥동 뾰…
2012년 개봉된 한일 합작영화 ‘백자의 사람―조선의 흙이 되다’. 일제강점기, 한국에 살았던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1891∼1931)의 삶을 다룬 영화다. 그는 형 아사카와 노리타카를 따라 1914년 한국에 건너왔다. 한복을 입었고 한국말을 했다. 한국의 산을 푸르게 하는 …
비호표(대림성냥), 복표(인천성냥), 돈표(영화인촌산업), 비마표(조양성냥), 아리랑(조일성냥), 두꺼비표(금남산업), UN(유엔화학), 비사표(남성성냥), 향로(성광성냥)…. 다방이나 카페에 가면 테이블에 꼭 성냥이 놓여 있던 시절이 있었다. 애연가들에겐 너무 당연했고, 젊은 …
1953년 여름, 6·25전쟁이 끝났다. 화가 장욱진은 부산 피란살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종로구 내수동 집은 포화로 망가졌고, 그려놓았던 그림은 옆집의 불쏘시개가 되어버렸다. 장욱진은 한동안 형과 화가 유영국의 집에서 기숙한 뒤 종로구 명륜동에 자리 잡았다. 궁핍한 시절, …
1915년 10월 부산에 전차가 개통됐다. 서울에 이어 두 번째였다. 전기를 이용해 도로 위를 달리는 노면전차. 1899년 5월 서울의 전차 개통이 고종의 홍릉(당시 청량리에 있던 명성황후 무덤) 참배를 돕기 위해서였다면 부산의 전차는 동래온천 여행객을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첫 운행…
1973년 봄, 파독 광부 출신의 유학생 유준영은 독일 쾰른대 도서관에서 ‘한국의 금강산에서’란 책을 읽게 되었다.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장이었던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1870∼1956)가 1927년에 쓴 독일어 책. 거기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 3점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한…
대학에 합격하거나 취직을 하면 정장 한 벌, 구두 한 켤레 맞추던 시절이 있었다. 양화점 양복점 양장점이라는 말이 익숙했던 1960∼80년대. 살림이 좀 어려워도 말끔한 구두 한 켤레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시절. 구두는 품격과 낭만의 상징이었다. 서울역 바로 옆 염천교에 가…
백제 고도 부여. 백마강을 배경으로 한 부소산과 낙화암은 부여의 절경 가운데 하나다. 부소산에 오르는 길, 그 고즈넉한 초입에 눈에 확 들어오는 건물이 하나 있다. 옛 국립부여박물관이다. 설계자는 건축가 김수근. 그는 1965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이 건물을 설계했다. 한옥을 떠올…
1950년 8월, 우리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까지 밀렸다. 낙동강이 뚫리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최후의 방어선 낙동강.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수해야 했다. 그 절박함 속에서 미군 제1기병사단은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왜관철교의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북한군의 남진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매년 봄 군항제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중원로터리. 고즈넉한 그 한편에 오래된 우체국이 있다. 1912년 지어진 러시아풍 목조건물 진해우체국. 현존하는 우리나라 우체국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이 전보를 보내던 곳이기도 하다. 진해우체국은 흰색 톤에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