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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의 사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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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장갑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장갑

    지난 학기 학생들이 종강 후에도 모여서 소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해서 학교에 나가보았다. 내가 맡고 있는 강의는 ‘소설창작’인데 4학년이 되면 취업을 위한 강의 위주라 이제 창작 수업을 들을 수 없는 학생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었다. 날도 추운데 월요일 저녁마다 실습실에 나와 소설을…

    •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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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에어캡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에어캡

    튼튼한 골판지로 만들어진 각종 상자나 에어캡을 버릴 때마다 망설이게 된다. 두 가지 모두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멀쩡한 데다, 필요할 때 찾으면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중 선별한 박스들은 소포 부칠 때를 대비해 모아두기도 하고 오래돼서 기포가 빠지거나 처치 곤란할 정도로 많아진 …

    • 201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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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탁상시계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탁상시계

    사발시계라고 아시는지. 둥근 사발 모양의 탁상시계. 새해 첫날을 작업실 청소를 하면서 보냈다. 책장 먼지를 털고 마른 걸레로 책등도 문지르고, 그러다가 눈에 띄는 책들을 꺼내 몇 장씩 읽느라 시간을 다 보내버리고 말았지만. ‘방망이 깎던 노인’으로 잘 알려진 윤오영 선생 수필 ‘사발시…

    •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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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슬리퍼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슬리퍼

    연말까지 약속이 몇 개 있으니 머리를 짧게 자르지 말고 다듬어 달라고 하자 헤어숍 주인이 송년 모임이냐고 물었다. 그렇기도 하고 생일이 아직 안 지나서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사각사각, 내 머리칼을 자르면서 아주머니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그런지 자신의 생일이 되면 유난히 엄마…

    • 2016-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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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레몬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레몬

    겨울방학 동안 다른 도시에 가 있게 된 한 사진학과 선생을 만난 자리에서 첫 번째 연말 선물을 받았다. 냉장고도 다 비웠고 이제 내일 출발하면 된다면서 나에게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그 봉투에 든 것을 확인한 순간, 몇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미국 아이오와에서 석 달 동안 세…

    • 201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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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연하장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연하장

    내가 얼마나 게으른 사람인지 가끔은 정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후배가 지난봄에 첫아기를 출산했다고 해서 축하 카드와 아기 옷을 사 놓고는 며칠 전에야 소포로 보냈다. 너무 늦은 인사가 돼버린 것은 물론이고 아기 옷 역시 지금은 맞지 않을 게 뻔하다. 그 축하 카드…

    •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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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달력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달력

    이맘때면 보험회사나 잡지사 같은 데서 보내주는 달력들을 우편으로 하나둘씩 받고는 했는데 올해는 소식이 없다. 단단하게 돌돌 말려온 벽걸이형이나 귀한 그림처럼 커다랗고 납작한 박스에 담겨오는 달력, 그리고 몇 개의 탁상용 달력들. ‘김영란법’의 영향인지 달력 업계에도 올해 주문과 물량이…

    •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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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접착테이프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접착테이프

    가족과 사는 데도 몇 가지 약속들은 필요하고 가능하면 지켜야 마음 편한 것들도 꽤 있다. 11월의 가장 큰 약속은 마지막 주 주말에 모여 어머니를 중심으로 김장을 담그는 일이다. 내 어머니는 ‘한겨울 식량은 김치’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으며 내가 보기에는 11월 내내 총각김치, 파김…

    • 20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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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밀대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밀대

    초등학교 때 살았던 집의 재래식 부엌에서 나는 처음 요리를 시작했다. 연탄을 때던 엄마의 그 부엌에는 요리 도구들이 많았다. 크기가 다른 싸리 채반들, 밥통같이 생긴 제빵기, 크고 둥근 중국식 프라이팬, 양은 냄비, 국자, 밀대. 내가 동생들과 같이 어설프게 빚은 도넛을 튀기고 뽑기와…

    • 2016-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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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양초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양초

    사람들은 언제 초에 불을 붙일까. 축하할 일이 생겼을 때, 재난을 당했을 때, 죽은 사람을 기릴 때, 진실을 듣고 싶을 때. 부부인 쇼바와 슈쿠마가 사는 동네에 전선 보수작업 때문에 닷새 동안 저녁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정전이 된다. 출산을 앞둔 아내가 병원에서 사산의 고통을 겪…

    • 201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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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돼지저금통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돼지저금통

    지난여름인가, 막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교 3학년 조카가 결연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큰 이모, 나연이는 커서 꼭 평민이 될 거야.” 나는 오랜만에 듣는 ‘평민’이라는 단어에 잠깐 주춤하다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학교에서 계급 사회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양반들은 나쁜 …

    •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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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이야기]압정

    [조경란의 사물이야기]압정

    작업실 문 안쪽에 스케치북 사이즈만 한 코르크 보드 하나를 걸어두었다. 잊고 싶지 않은 글귀나 그때그때 필요한 메모들을 압정으로 고정시켜 놓고 작업실을 오갈 때마다 들여다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마감 날짜가 지난 원고 청탁서를 떼려다가 오랜만에 그 보드 앞에 멈춰 서서 벌써 수개월째 혹…

    •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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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이야기]와인 코르크

    [조경란의 사물이야기]와인 코르크

    문학 계간지에 단편소설 마감을 앞두고 있다. 잠시 손을 놓고 딴생각에 빠져 본다. 학창시절 시험 기간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시험 끝나고 나면 무엇을 하고 놀까? 신나게 계획을 세우던 때처럼. 그러고는 온갖 잡동사니들을 올려둔 피아노 위를 한번 흘긋 본다. 십오륙 년 전에 한 이…

    • 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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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가위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가위

    미국 대선이 한창이다. 8년 전 이맘때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 머물고 있었다. 4개월 동안 살게 된 숙소에 도착해 보니 ‘가구’라는 것은 일절 없었고 화장실에도 두루마리 휴지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와 당장 필요한 이불 매트리스 책상 의자를 사러 이케아로 달려갔다. 하룻밤…

    •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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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비닐우산

    [조경란의 사물 이야기]비닐우산

    태풍 피해 복구가 한창인 제주에서 며칠 머물게 되었다. 평생교육원에서 일을 마친 당일 저녁만 제외하고 거의 온종일 비가 오고 세차게 바람이 불었다. 늘 가방에 챙겨 갖고 다니는 삼단 우산으로는 턱도 없어 커다란 박쥐우산 같은 것을 하나 사야 하지 않을까 망설일 때는 또 잠깐씩 비가 그…

    •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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