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우연히 책꽂이에서 피천득의 수필집을 발견했다. ‘인연’의 아사코는 잘 지내나 궁금해 펼쳐 봤다가 ‘플루트 플레이어’라는 글을 봤다. 깜짝 놀랐다. 평소 방송에 임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늑하고 아득했다. 나는 방송에서 한 번도 일인자가 돼 본 적이 없…
‘걱정도 팔자다’란 말이 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고 놀릴 때 쓰는 말이다. 현대 과학은 이 문장에서 풍자를 걷어낸 애초의 뜻이 진실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 즉 걱정 역시 타고난 팔자라는 것이다. 한나 홈스는 ‘성격’(사진)에서 진화론이 우리의 성격을 설명한다…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태양계 모형을 본 적이 있다. 교과서에서 삽화로도 봤다. 그러나 크기와 거리의 비례를 정확히 한다면 그런 모형과 삽화는 불가능하다. 이럴 땐 오히려 비유가 더 정확하다. 물리학자 김상욱의 비유를 토대로 재구성해 본다. 태양을 오렌지만 하게 줄여서 부산역 분수대에…
대화가 중요하다고 한다. 정치나 가정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말이 화의 근원이 되는 경우도 많다. 말이 오가다 엮이고 꼬이면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 특히 설득을 위한 대화는 자신의 주장을 반복하다가 결국 서로의 차이를 재확인하는 것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
KBS1 ‘역사저널 그날’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역사에는 생각보다 빈틈과 우연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과학 저술가가 쓴 이 책을 통해서는 역사를 인간이 아닌 사물을 중심으로 서술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역사를 인간의 의도적 행위에 의한 인과적 필연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야기를 선…
과학책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책을 좋아한다. 나 자신에게 오독과 오해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레너드 서스킨드의 ‘블랙홀 전쟁’(사진)은 내 오독과 오해의 결정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이론물리학 교수인 저자는 “블랙홀에 들어간 정보는 사라진다”는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