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은 5주마다 한 번씩 쓰다 보니 장단점이 있다. 기고 직후부터 여러 사건 사고가 생겨나는데 다음번 5주가 될 때쯤에는 몇 주 전 흥미롭다고 생각한 주제들이 금세 다른 이슈로 덮여서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사라져 버리기 일쑤다. 그래도 좋은 점은 그 5주 동안의 시간이 어떤 시각을 …
최근 호주에 갈 기회가 있었다. 다른 나라에 가면 매번 한국보다 불편한 점들을 꼭 찾아내고 오는 편인데, 내가 어렸을 적에 호주에서 머물렀던 좋은 기억들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예쁜 도시 풍경, 여기저기 볼거리들, 저렴한 대중교통과 여러 신선한…
나는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우기 전에는 중국어가 대학교 전공이었다. 중국어를 배운 경험은 한국어를 배우는 데에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두 언어가 문법은 다르지만 한국어의 많은 단어들이 한자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서 단어를 보고 뜻을 유추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중…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 2022년 12월 31일도 여느 때처럼 해가 서쪽에서 졌고 2023년 1월 1일에도 어느 평범한 날처럼 해가 떴다. 적어도 물리적인 세계에서 그랬다. 그런데 어떤 날은 더 뜻깊은 날이 된다. 지구가 해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았다는 의미로 어제는 작년이 되고, 오…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가 20년 만에 아시아권으로 돌아왔다. 아시아권이라도 한국과의 시차가 6시간이나 나는 카타르에서 개최됐으니 거리감이 있다. 이 시차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과 동일해서 이번에도 한국의 수많은 ‘축구 덕후’들이 나처럼 매일 밤잠을 설치며 주요 경기들을 보느라 기진…
한국은 시험이 몹시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사법시험, 외무고시, 공무원시험, 한국어능력시험 모두 어렵기로 소문났다. 몇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에 합격하는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더 높으니 말이다. 영국은 시험이 꽤 쉬운 편이다. 아주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마도 수백 명의 한국 분을 만났던 것 같다. 내가 영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중 많은 분들은 친절하게 영국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해 주신다. 그 질문들은 대부분 다음의 내용 중 하나이다. 날씨, 음식, 축구, 혹은 영국 왕실에 관해서이다. 최…
내가 한국에 사는 동안 부모님은 20여 번 나를 보러 한국에 오셨다. 특히 애들이 어렸을 때 너무 자주 오셔서 내가 10잔 구매하면 한 잔 공짜로 주는 커피쿠폰처럼 한국관광공사에서 여행 한 번은 공짜로 보내줘야 하지 않나 농담을 해본 적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은 한국에 …
최근 인공지능 관련 번역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는 필자 자신도 번역할 때 사용하는 기계 번역이나, 혹은 자연어 학습, 머신러닝 같은 여러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있는데, ‘미래’가 바로 내 코앞에서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놀랍게 발…
미세한 차이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을 깻잎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운전을 멀쩡히 하다가 갑자기 끼어들어 큰 사고를 낼 뻔한 얌체 운전자를 보면서 깻잎 한 장 차이로 사고를 피했다고 얘기하는 상황이 그렇다. 그렇게 미묘한 차이를 얇고도 얇은 깻잎 한 장으로 표현하는 한…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안녕하세요’라는 간단한 인사말 한마디로 한국어 실력을 칭찬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칭찬을 하는 쪽에서는 한국어 실력 자체를 칭찬했다기보다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노력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더 클 것 같다. 게다가 출중한 한국어 원어민 발음으로 인사…
며칠 전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다. 윤여정 선생님이 시상자로 무대에 나오는 장면이 있어서 반가웠다. 시상식 덕분에 봐야 할 영화 목록이 몇 개 늘었다. 기나긴 겨울이 끝날 듯하면서도 아직 약간 쌀쌀하고, 이제는 끝나야 할 것 같은 코로나도 마지막 기승을 부리고 있는 듯하니 난 집에서 …
며칠 전에 스팸처럼 보이는 모르는 번호로 전화벨이 울렸다. 보통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 그날도 답변 없이 지나갔는데 며칠 후 같은 번호로 연락이 왔다. 여전히 응답은 하지 않고 발신자가 누구인지 검색을 해 보았다. 재미있게도 이번 대선 후보 중 한 사람이 발신자였음을 …
난 영국 사람인데도 홍차가 맛없고 카페인에 예민한 체질이라 커피도 잘 안 마시고, 뜨거운 음료 자체를 잘 마시지 않는다. 그래도 커피 쿠폰을 사용하려고 오랜만에 동네 커피숍에 간 적이 있다. 한참 전에 받았는데 곧 사용기한이 만료되기 때문이었다. 문 앞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짜 손을…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다. 몇 주 전부터 계절 변화가 느껴질 정도로 온도차가 분명해졌다. 계절의 근무교대라고나 할까? 가을 팀장이 퇴근하고 겨울 팀장이 출근하는 바람에 하루 만에 20도나 하락했으니 말이다. 갑자기 추워져 집집마다 보일러 온도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게 됐고,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