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여행하다 지갑을 통째로 도둑맞은 적이 있다. 다행히 신분증이나 카드는 없었지만, 산 지 얼마 안 되는 아끼는 지갑인 데다 쇼핑하기 위해 현금을 잔뜩 찾아둔 상태라 무척 충격이 컸다. 지갑을 도로 찾을 수도 없었을뿐더러 여행 기분을 완전히 잡쳐 버렸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
“내 역할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이다. 나사못의 임무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를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물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검사내전’(부키)을 출간한 김웅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한 선배 검사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직업관을 이같이 밝혔다. 검…
주말 낮 시간, 한글 자막 아닌 ‘더빙’판 애니메이션. 재잘대는 꼬마들 사이에 껴서 영화를 볼 가능성이 99%였다. 망설이다 그냥 표를 샀다. “할머니, 이 노래 기억 좀 해보세요….” 주인공인 멕시코 소년 미겔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옛 추억을 떠올리려 애쓰는 장면이 나오자 사…
14일 방영한 MBC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 지난해 작고한 고 김영애 배우의 아들 이민우 씨 사연은 눈물을 참기가 무척 힘들었다. 생계를 책임졌던 고인의 바쁜 스케줄 탓에 아들은 어머니와의 추억이 거의 없었다. 사춘기 시절엔 너무 갈등이 심해 쫓겨 가듯 해외로 떠났단다. 미국…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최근 열렸던 새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기자간담회는 뒷맛이 씁쓸했다. 요즘 시끄러운 tvN 드라마 ‘화유기’에도 출연하는 이승기에게 드라마 관련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주최 측은 답변을 차단하고 행사를 종료해 버렸다. ‘우리 집 잔치’에서 ‘남의 집 우…
스테이크 집에서 일하는 폴 사프라넥(맷 데이먼)은 늘 돈에 쪼들린다. 10년째 같은 식당의 포장 음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넓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아내의 소원도 대출 신청이 번번이 거절되는 바람에 들어줄 수 없다. 영화 ‘다운사이징’(11일 개봉)은 우울한 인생을 살던 주인공…
일본 코미디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2006년) 이야기다. 어느 마을에 평범한 서민으로 가장한 스파이들이 숨어 산다. 그들 가운데 한 명은 자그마한 라면 가게를 운영한다. 스파이로서 그의 우선과제는 라면을 ‘평범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나면 주목…
“중편소설을 쓸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문예지에서 청탁하는 건 대부분 단편소설이니까요.” 처음 쓴 중편소설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로 제42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손홍규 소설가(43)의 말이다. 한국은 단편소설이 특히 발달한 나라로 꼽힌다. 권영민 문학평론가(단국대 석좌교…
“오늘이 쉽게 가 버리는 것이 슬프네/공주로 이사 가는 이정재를 보내며(送李定載往公州序).”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는 한양을 떠나 충청도 공주로 이사 가는 친구 이정재에게 주는 시(詩) 한수를 전했다. 한양에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낙향하는 친구의 뒷모습…
신앙심이 깊은 한 남자가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날마다 기도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기도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남자가 낙담해 신에게 따졌다.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 왜 들어주지 않는 거죠?” 신이 대답했다. “얘야, 제발 복권부터 좀 사거라.” 영화 ‘먹고, 기도…
새해면 올해의 목표나 소망을 품는다. 물론 ‘누구나’는 아니다. 하루하루 버티기 힘겹거나 절망만 가득한 이도 있을 테니까. 그래도 1월 1일. 저무는 해보다 솟아오르는 태양을 떠올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때론 새로운 시작이 또 다른 상실을 맞닥뜨리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2008년…
“늘 적자였어요. 집에 돈 한 푼 가져다주지 못한 지 4년이 넘었습니다.”(김민섭 세실극장 극장장) 지난해 12월 29일 42년 역사를 지닌 세실극장이 끝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본보를 통해 알려졌다. 5년 가까이 극장을 이끌어온 김민섭 극장장은 “공연 한 편 올릴 때마다 오히려 …
인기 드라마들이 제작 시간 부족으로 줄줄이 결방한다. 가장 먼저 손을 든 건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12월 마지막 주 2회 분량을 스페셜 프로그램과 단막극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다음엔 tvN ‘화유기’(사진)였다. 24일 후반 작업 문제로 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진 뒤…
‘역대 최악의 뱀파이어’ ‘캐스팅한 감독의 판단 미스’…. 배우의 ‘발연기’ 논란은 비단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10여 년 전 미국 배우 로버트 패틴슨(31·사진)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주연 에드워드 컬렌 역을 맡았지만 연기가 무척 어색했던 탓이다…
한국고전번역원이 올해 개발에 착수한 고전문헌 자동(인공지능) 번역 시스템의 번역 결과물들이 최근 전문 번역자 평가에서 평균 3점(5점 만점)을 맞았다. 개발 초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성과다. 어떤 번역을 틀렸을까? 일례로 승정원일기 영조 5년(1729년) 11월 26일 20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