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한국 사학계가 미시 연구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최근 만난 원로 고고학자는 토기 편년(제조 연대를 규명하는 것) 연구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절대 연대가 확인되지 않는 발굴 현장에서 유물들의 세부 양식을 분류하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유물이 가리키는 당대 사회의…
“아! 소리 질러도 되는 거지?” 1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처음 공연장에 온 듯 두리번거렸다. 클래식, 무용, 오페라를 담당하는 기자로선 정말 오랜만의 대중음악 공연이었다. 클래식 공연에선 대화는 금물이다. 기침 소리 내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봄철 대화의 편한 ‘메뉴’는 무얼까? 아무래도 날씨와 꽃, 조금 더 편한 사이라면 옷 아닐까 싶다. 중년 남성들의 고민 중 하나는 ‘사이즈’다. 운동도 하고 덜 먹으려고 노력해도 체중과 허리 치수는 언제나 완만한 상승곡선이다. 이때부터 허리띠 구멍을 더 뚫거나 상의를 바깥으로 꺼…
15일 채널A ‘사심충만 오!쾌남(오쾌남)’을 봤다. ‘본격 역사 예능’을 지향하는 이 프로그램은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찾아가 우리 역사를 배운다. 이날 3회에선 걸그룹 다이아의 채연 은채와 함께 봄꽃이 만발한 창경궁을 찾았다. 곱디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을 보니 최근 본보에 실…
서울 LG아트센터 로비에 긴 줄이 생겼다. 연극 ‘파운틴헤드’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31일 원작인 동명 소설(아인 랜드 지음·사진)을 사려는 이들 때문이었다. 두툼한 책 두 권은 투명한 봉투에 담겨 쉴 새 없이 건네졌다. 이 연극은 예술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타협을 거부한 건축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 중인 네덜란드 시각아티스트 멜빈 모티의 ‘이끼정원에 관한 연구’(사진)는 비무장지대(DMZ)의 이끼를 가로세로 각 60cm의 모판에 키우는 작품이다. 그는 지난해 DMZ를 처음 방문했을 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끼 수집가’를 자처하…
그리스도교 교회력에서 부활절은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다음에 오는 주일(일요일)로 정해진다. 이 때문에 매년 날짜가 바뀐다. 보통 부활절이 있는 4, 5월은 격동의 현대사와 관련된 기념일이 적지 않다. 올해 부활절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3주년 날짜와 겹쳤다. 가톨릭과 개…
봄꽃이 절정을 향하고 있다. 여름에 금세 자리를 내주곤 하는 봄이지만 매년 풍선처럼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건 남녀노소, 지위 고하, 애인 유무와 별개인가 보다. 화사한 봄꽃과 달리 봄은 ‘잔인한 계절’이기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다른 계절보다 1.5배 많다고 한다. …
“제 나이가 한국의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중간보다 높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미국의 촬영 현장에서는 오히려 어린 쪽이죠.” 미국 드라마에 출연하다 ‘시간 위의 집’으로 한국 영화에 3년 만에 복귀한 배우 김윤진(44)이 최근 인터뷰 중 한 말이다. 그만큼 미국에는 나이 든 현장 스태…
신기루처럼 요원하지만 언젠가 정원 있는 집에 살게 되면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싶다. 바깥 공기 들이켤 수 없는 아파트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게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낯모르는 인스타그램 주인장들이 올린 강아지 사진만 넋 놓고 구경한다. 동물은 아니지만 동거 생명체는 있…
영화관에서 오랜만에 울었다. 내 눈물샘을 자극한 건 다름 아닌 ‘미녀와 야수’였다. 저주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가 벨을 만나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되는…. 줄거리도 익숙한 동화 같은 영화를 보며 애처럼 울다니, 참 별일이었다. 눈물의 원인을 굳이 찾아보자면 TV 앞에 앉아 ‘미녀…
문화체육관광부 박정렬 대변인은 서울과 세종시를 일주일에 수차례 오가며 업무를 본다. 지난해 7월 부임한 그는 문체부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휩싸였을 때 부처와 500여 명에 이르는 문체부 출입기자 사이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 언젠가 그가 항상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백팩…
이사하면 보물이 나온다. 사무실 자리를 같은 건물 다른 층으로 최근 옮겼다. 수년간 벽장에 박아둔 물품을 그 덕에 정리하게 됐다. 작업은 고단했지만 옛날에 내가 숨겨둔 선물들을 잘 받았다. 갖고 있는지도 몰랐던 괜찮은 CD 몇 장. 다른 부원들과 마찬가지로, 필요 없는 것들은 …
“요즘 계속 일기예보만 본다니까요.” 최근 공연기획자와 공연장 관계자들은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봄이 다가오면서 실내를 벗어나 야외공연이 잇달아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혹시 비라도 내릴까 싶어 그런 걸까? 아니다. 다름 아닌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
27일 부산 동삼동 패총(사진)을 취재했다. 이 패총은 1930년대 일본 학자를 시작으로 1960, 70년대 서울대, 국립박물관을 거쳐 1990년대 부산박물관에 의해 발굴이 꾸준히 이뤄진 중요한 신석기 유적이다. 특히 이곳에서 발견된 사슴 그림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제작 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