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송중기 송혜교 커플의 결혼식은 철저한 비공개로 치러졌다. 하루 전에 불의의 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에 대한 애도 분위기 속에서 하객들에 대한 포토라인 행사도 없앴다. 그런데 결혼식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하늘에 드론 2, 3대가 날아다…
엄격한 유교 문화가 지배한 조선시대의 아버지라고 하면 근엄한 이미지가 쉽게 떠오른다. 하지만 최근 박동욱 한양대 교수가 쓴 책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휴머니스트)에는 다소 낯선 옛 아버지들의 글이 소개돼 있다. “집에서는 중처럼 지내야 하고 마을에선 아낙처럼 처신하여라.” 조…
소설 ‘토지’로 잘 알려진 박경리 선생(1926∼2008)의 흔적이 오롯이 배어 있는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 28일 제7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이 열린 문화관 주변은 시상식을 알리는 여러 깃발과 주변의 알록달록한 단풍이 어우러져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겼다. 일찍 도착한 손님들이 자연…
집 밖을 나서면 속으로 이런 말을 삼킨다. “걸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지 말아주세요”, “지하철을 탈 땐 사람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리세요”, “길을 가다 부딪치면 사과하세요”…. 요즘엔 치우고 나면 또 생기는 집 앞 강아지 똥 때문에 “반려견의 배설물은 스스로 치우세요”라는 말도 추…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진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이래서다. 노인과 경찰이 나오고 살인사건이 벌어지는데, 주인공 각각의 입장에서 이야기는 흠 없이 완결적이다. 그러나 작가는 작은 트릭을 통해 모두의 관점에서는 모순 없는 서사가 성립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짜 …
얼마 전 부모님을 모시고 경북 경주를 다녀왔다. 유명 관광지라 방문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황룡사와 분황사, 감은사 터는 팔십 평생 처음이라는 말씀이었다. 수학여행이나 효도관광으로 찾는 곳이 불국사, 석굴암, 천마총, 첨성대 등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거…
주말 밤 진짜 오랜만에 대학 친구 집에 모였다. 와이프가 아이들과 여행을 간 덕에 집이 비었다나. 배 나온 중년들이 모여 봤자 할 일은 뻔할 뻔자. 고기 구워 술 마시고, 잡다한 수다 떨다 포커 치고. 결국 다 돌려주는 돈, 뭘 그리 열 냈는지. 또 한 번 행운의 찬스(?)를 기약하며…
“너무 멀리 가지 마라.” 영화 ‘남한산성’ 마지막 장면에서 대장장이 날쇠가 어린 나루에게 하는 말이다. 원작 소설을 쓴 김훈 작가는 이를 듣는 순간 ‘저거다!’ 싶었단다. 그는 “소설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끙끙댔다”고 했다. 날쇠의 당부는 누구나 어린 시절 많이 …
나는 유행에 크게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올가을 빨간색의 유행은 반갑다. 빨간 케이스의 ‘조르조 아르마니’ 쿠션 파운데이션을 꺼내 바를 때 행복감이란. 그 빨강의 힘을 2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새삼 느꼈다. 디자이너 지춘희의 ‘미스지 콜렉…
두 달 전이었다. 지인이 추천해 준 ‘만보기 앱’을 계기로 걷기를 시작했다. 이 앱은 단순한 걸음 수를 측정해 주는 것이 아니었다. 친구와 일대일 대결을 펼칠 수 있고, 전체 사용자 중에 내가 랭킹 몇 %에 들어가는지 알려주는 앱이었다. 처음엔 별 관심 없었는데, 열심히 걷는 사람…
최근 출간된 정민 한양대 교수의 ‘다산의 제자 교육법’에는 정약용(1762∼1836)의 각종 증언(贈言)들이 소개돼 있다. 증언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당부나 훈계의 내용을 적어 주는 글이다. “네 이놈, 장가들더니 말투도 건들건들하고 근실한 몸가짐은 찾아볼 수가 없구나. 글공부할…
“스스로가 창조적인 사람이라는 걸 언제부터 알았나요?” 작가나 아티스트의 인터뷰에는 ‘창조적인 사람(creative person)’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아름다운 음악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써내는 그들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드…
청나라는 만주족이 흥기한 근본이 되는 땅이라며 중국 동북지방에 다른 민족의 출입을 금했다. 그러나 재해 등으로 생긴 유민이 흘러드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조선도 백성들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는 걸 엄격히 처벌했지만 마찬가지였다. 1619년 조선과 명 연합군이 후금(청)에 패했을 …
13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이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11월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협연자로 결정되자 클래식 팬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독일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는 급박한 움직임이 있었다. 15일 공연 주최사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따르면 베를린필은 왼팔 건초염…
“일단은 한 달에 ×××만 원은 버는 게 목표야.” 평일 오후 카페에서 만난 A 음악평론가의 말이다. 얼마 전 직장을 관두고 다시 프리랜서의 길로 돌아온 그는 그럭저럭 행복해 보였다. “장당 ××만 원보다 적게 받고는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큰소리쳤지만 그의 한 달 목표 매출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