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은 ‘삼겹살데이’입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자 ‘오겹살데이’가 되고, 8월 8일은 ‘꽈배기데이’라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5월 9일의 경우 발음을 조금 응용하면 ‘아구데이’가 됩니다. 턱관절 즉, 악관절만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치과도 있는데 병원 전화번호 뒷자리가 ‘5975’…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튀김 음식이 없는 나라는 없다. 중국의 탕수육이나 영국의 피시앤드칩스, 한국의 치킨 등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상당수가 튀김 음식이다. 고기나 생선에 반죽이 입혀진 채 뜨거운 기름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식욕을 자극하는 튀김으로 둔갑한다. 옛날 기름이 귀한 …
부모님은 커피를 마시면 잠을 설치신다. 대추차나 식혜를 더 맛있게 드셨다. 빵을 먹으면 더부룩하다고 하셨다. 흑임자 가득 묻힌 구름떡이나 조청이 흐르는 다식을 드시면 까르르 웃으셨다. 아이처럼. “거 참 맛나네. 아껴 먹을란다.” 부모님과 나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나는 일터나 …
우연히 본 어느 블로그에서 몇 년 전 내게 요리수업을 들었던 수강생의 후기를 읽게 됐다. 그 한 번의 수강을 끝으로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는데 그 글을 읽고 이유를 알게 됐다. “태국 요리를 좋아한다면서 고수를 못 먹는다는 건, 한국 요리를 좋아하는데 마늘을 못 먹는다는 것과…
평소 아재개그랍시고 아주 추운 날에는 “날씨가 많이 시원하다!”고 하고 그 반대일 경우엔 “날씨가 참 따뜻하다!”라며 농을 하면 친구들은 피식 웃으면서도 잠시나마 추위나 더위를 잊곤 합니다. 올해 유난한 무더위도 분명 이달이 지나면 꺾일 것이고, 박완서 작가의 소설 제목에 빗대어 ‘그…
가지를 좋아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밥솥 안에 큰 대접을 얹는데 그 안에 가지가 들어 있었다. 밥을 짓는 센 김으로 익혀진 가지는 그냥 무른 정도가 아니라 조금만 건드려도 바로 터질 듯 흐물거렸다. 엄마는 김이 채 빠지지도 않은 가지를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듯 찢었다. 칼을 댈 …
난생처음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입학한 그해 여름이었다. 방학을 앞두고 날이 더워지니 바람도 안 통하는 합성섬유 교복을 입고, 언덕배기에 올라앉은 학교 건물을 오르내리는 일이 고역이었다. 철없이 뛰놀다가 중학생이 됐는데 지키라는 규칙과 하지 말라는 규율이 왜 그리 많은지. 게다가 몸을 …
평범한 세상에서 평범한 삶을 살다가 비범한 국수의 부름을 받는다. 콩국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수많은 식당에 ‘콩국수 개시’라는 간판이 내걸린다. 하지만 진정한 콩국수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은 기막히게 구수하여 심장이 콩콩 뛰고 목 넘김마저 좋은 명품 콩국수와 만날…
거북손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TV의 한 오락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부터입니다. 촬영지였던 만재도라는 섬에 거북손(사진)이 많이 자생하는 관계로 우정출연(?)을 했겠지요. 방송 제작진은 한창훈 소설가가 쓴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라는 책에 나오는 거북손을 소재로 썼던 모양입니다. …
나라마다 ‘Everything is one’의 음식, 원디시 요리가 있다. 한국과 일본으로 말하면 바로 비빔밥과 돈부리(일식 덮밥) 아닐까? 우리 비빔밥이 육회비빔밥, 열무비빔밥 등 종류가 많듯 일본 돈부리도 오야코돈부리, 덴돈 등 아주 다양하다. 둘은 비슷한 점이 있지만 차이도 …
5년 전쯤이었을까. 빵을 먹고 뱉어 버린 적이 있다. 시큼털털한 게 흡사 땅에 떨어진 노지 귤을 씹는 느낌이었다. 베테랑 제빵사가 권해준 터라 잔뜩 기대했건만 빵 껍질 뒤에서 뿜어져 나오던 산미는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신이 가장 잘 만든 빵은 무엇인가.” 그 후 몇 번의 질문에…
어렴풋한 기억으로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듯하다. 여름을 앞두고 한 식품회사가 야심작으로 인스턴트 메밀국수를 처음 내놓아 광고가 한창이었다. 달달한 간장소스에 톡 쏘는 고추냉이를 살짝 곁들여서 말아 먹든 찍어 먹든 내 맘대로 먹는 메밀국수가 맵고 짠 음식을 잘 못…
육회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몽골 군대의 전투식량에서 시작해 흉노와 훈족이 등장하고, 함부르크와 햄버거의 관계가 언급되며, 종국에는 스테이크 타르타르에 이르게 됩니다.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우리의 육회와 워낙 비슷하고 계란 노른자까지 고기 위에 올라가니 …
젊은층은 잘 모르겠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연합고사라는 시험을 치렀다. 그날 먹었던 음식이 돈가스였다. 코스 맨 처음에 나오는 옥수수크림수프, 모닝빵과 비슷한 빵과 돈가스 그리고 옆에 나온 마카로니감자샐러드, 사각으로 길게 썰어 놓은 단무지가 있던 큰 접시가 생각난다. 당시 돈가스는 얄…
산채비빔밥을 잘하는 식당은 대부분 산을 끼고 생겨난다. 주인장도 산이 좋아 산자락에 터를 잡고 사람이 좋아 식당을 열게 된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산을 떠다 밥그릇에 오롯이 담아낸 산채비빔밥. 야생에서 채취한 취나물과 당귀 잎, 오가피 잎, 다래 순, 두릅, 고사리, 머위 잎 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