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사람들이 강원도의 푸른 바다를 보러 갈 때면 영동고속도로나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합니다. 예전보다 많이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터널도 부지기수요, 앞차 꽁무니만 보며 제한속도와 구간속도에 맞춰 운전을 해야 하고, 백미러로 보이는 뒤의 대형 차량까지 신경을 써야 하니 이래저래…
너무 더워서 씹기조차 귀찮던 어느 날 서울 종로구 익선동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는데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비를 맞으면서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곳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해결해 줄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이었다. 한옥 처마 아…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입니다. 예전에는 바캉스 하면 인파가 가득한 산이나 바다를 찾아 고생을 사서 하는 게 다반사였지만, 요즘은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호텔을 찾아 짧게 푹 쉬고 오는 게 유행이기도 합니다. 호캉스라고들 하지요. 호캉스까지는 아닐지라도 36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주말 오후…
사찰음식을 테마로 음식문화 탐사를 1년간 다닌 적이 있다. 말린 가죽나무 줄기로 채수(菜水)를 내는 절집의 승소(僧笑·국수) 끓이기를 배우고, 봄철 짧게 초록을 띠는 제피(조피)의 순간을 포착해 열매를 따고 껍질을 가루로 내는 비법도 익혔다. 보리등겨 메주에 고춧가루, 조청, 무, 마…
오래전, 귀하디귀한 자연산 전복에 홀려 저지른 ‘죄’를 이제야 고백합니다. 한때 골프에 빠져 겨울만 되면 제주도를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다닌 적이 있습니다. 남자들끼리 실컷 놀고는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수협공판장에 들러 수산물을 잔뜩 사가는 것으로 그 죄를 갚으려고 했습니다. 팔…
국물은 참 뽀얗고 구수하고 진했다. 소의 사골과 우족, 도가니 부위를 넣고 12시간 이상 가마솥에서 끓였기 때문이다. 건더기는 녹진하고 부드럽다. 틀니를 한 어머니가 한 그릇 드시고는 잇몸으로도 씹을 수 있다고 하실 정도다. 경기 화성시 ‘원천설렁탕’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맛집이 …
스위스 다보스 포럼, 청와대 국빈만찬 등에서 세계 정상들의 만찬을 기획했던 한식 레스토랑 ‘콩두’가 ‘콩두 점점’을 오픈했습니다. 2002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시작된 콩두의 한윤주 대표는 콩으로 대변되는 우리 문화유산이자 발효 과학인 ‘장(醬)’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
한식을 취급하는 식당에 가면 벽면 어딘가에서 국민 식생활 지침들을 읽게 된다. 한식의 간이 세서 위암 원인으로 부각될 때는 저나트륨 권장 문구가 보이는가 하면 잔반 재활용을 금지하는 표시도 간혹 보인다. 한식당 주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빠지지 않는 내용이 반찬 줄이기다. 봉고차가 …
최민식 주연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기억나는 대사는 딱 하나입니다. 전화를 걸어온 범인에게 “누구냐 넌”이라고 했었죠? 그가 감금되었던 15년 동안 오로지 군만두만 먹었는데 풀려난 뒤엔 그 음식을 배달한 식당을 찾으러 다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미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만두 맛의 차이를…
요즘 와인시장이 활황입니다. 그냥 활황이 아니라 폭발적입니다. 와인숍이 늘고 있고, 이젠 동네 편의점도 다양한 와인을 갖추고 있어 와인 소비가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술을 깨끗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길 만한 곳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듯합니다. 양식 레스토…
여행을 떠나면 습관적으로 먹던 것을 떠나 새로운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게 된다. 메밀이 생각날 때면 평양냉면이나 막국수를 먹곤 했지만 메밀 산지인 제주에서는 정작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꿩메밀칼국수가 있으니 꼭 한번 맛볼 만하다. 제주시 관덕로 동문시장을…
정겨운 단어 ‘중국집’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맞닿아 있습니다. 만만한 외식공간이 없던 시절, 뭔가 기념할 일이 생길 땐 무조건 중국집이었지요. 한 세대가 지나면서 이제 중국집은 먹을 만한 게 특별히 생각나지 않을 때 한 끼를 때우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시절과 …
강원 삼척시 고든내마을은 두타산 아래 오래된 산촌지역이다. 옛날 강원도 언저리가 그렇듯 이곳도 척박한 땅으로 쌀이 귀할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물이 좋아 좋은 콩이 생산되는 곳이었다. 마을에서 평생을 지낸 토박이 어르신들과 옛날 음식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콩요리 비법들만 쏟…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졌습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가던 1981년에는 16만 t이나 잡혔다는데, 지금은 kg 단위로도 잡히지 않고 또 잡아서도 안 됩니다. 역사적으로 청어는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고, 대구는 꾸준한 치어방류 사업으로 옛 명성을 찾아가지만, 명…
천문대로 향하는 차에서 라디오를 틀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같은 방송이 나올 것만 같았다. 별을 잃어버린 서울 생활에서 그저 푸른 하늘만 바라보아도 가슴이 시원했다. 강원 양구군 하늘과 맞닿은 곳에 국토정중앙천문대가 있다. 별밤지기 같은 두 사람이 천문대 앞에 카페를 열고 손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