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개한 요즘 떠오르는 프렌치 레스토랑 하나를 소개합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에빠뉘’는 프랑스어로 ‘꽃이 핀’, ‘무르익은’이라는 뜻입니다. 아담하고 조용한 실내 분위기는 남쪽으로 난 통창 밖으로 열린 하늘과 싱그러운 꽃, 나무들이 내려다보여서 답답하지 않고, 미술 …
함경도 향토음식인 가자미식해(食해)가 생선 배 속에 밥 또는 조밥, 소금, 양념을 넣고 염장한 발효 음식인 것처럼 스시는 생선에 밥을 채워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한다. 하지만 지금의 스시는 양조식초 등이 발달해 굳이 긴 발효의 시간을 거치지 않고 초가 든 밥과 생선회의 적절한 조화로만…
치과의사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속담으로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라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실제 치아를 다 빼서 하나도 없거나 구강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제대로 씹을 수가 없음에도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든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은 걸 보면 속담도 경험칙에 의한 과학이라는…
아무 조건 없이 아무 때나 찾아가도 무르팍을 내어주며 복슬강아지처럼 쓰다듬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 시골집 할머니. 나는 아직도 할머니 방의 담요 냄새와 구식 텔레비전, 처마 밑에 걸려 있는 흑백 가족사진들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그중 가장 뚜렷한 것은 부엌에서 내어 주시던 수수팥떡의 맛…
봄이 왔습니다. 지난해 심어놓은 튤립 구근의 싹이 터서 흙을 밀어올리고 뾰족하게 얼굴을 내놓습니다. 봄이 오면 봄 음식이 먹고 싶어지죠. 우리 몸이 원하는 바대로,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올라오는 춘곤증을 밀어내줄 제철음식을 소개합니다. 남도음식의 참맛을 표방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
음식을 만드는 공간에서 여러 번 파티를 개최한 적이 있다. 평소 대량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무미건조한 작업장이었지만 파티가 열릴 때는 특별한 다이닝 장소로 변신했다. 셰프가 즉석으로 직화 스테이크를 구워내고 산지 직송 석화찜 등 별미 음식을 만들 때의 현장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소프라노…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이런 전염병이 돌 때마다 저는 일부러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를 먹으러 다니고, 구제역이 돌 때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찾아 나섭니다. 청개구리 심보가 아니라 사람이 걸리면 치명적이라고 조금 과장되게 알려진 까닭에 이…
조금 높은 곳에 있는 카페로 걸어 올라가 안락의자에 앉았다. 나른하고 아득한 느낌이 감싸 안는다. 싱글 오리진 커피와 프렌치 토스트를 앞에 두면 유쾌하고 안정된 편안함이 느껴져 휴식으로는 그만이다. 설과 정월대보름 사이에서 삶의 작은 의식 같은 것이 있다면 긴장을 풀고 일상을 내려다보…
칼국수처럼 서민적인 음식이 또 있을까요. 먹을 게 마땅치 않았을 때 밀가루 한 포대만 있으면 쉽게 반죽해서 수제비나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먹을 게 풍족하다 못해 넘쳐나는 요즘도 칼국수의 인기는 여전합니다. 오늘 소개할 음식은 서민적인 칼국수에 사치스러운 조합이 곁들여져 별미가 …
장돌뱅이의 삶을 그린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주인공 허생원은 젊은 날 봉평장 물레방앗간에서 만난 처녀와의 하룻밤 첫사랑을 평생 간직하며 사는 순정의 왼손잡이 장돌뱅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을 떠올리며 봉평장을 오가던 그와 왼손잡이 동이의 만남은 독자들에게 훗날을 상상하게 만든다. “…
‘곱창전골’이라는 록밴드가 있습니다. 20여 년 전 여행을 왔다가 우리의 곱창전골 맛에 놀라고, 신중현과 산울림 음악에 홀딱 빠져 그대로 눌러앉은 일본 친구들이죠. 곱창요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는 ‘모쓰나베’라는 곱창전골 음식이 명물이라고 합니다.…
들기름 내음 솔솔 퍼지는 청정 나물 밥상이 서울의 빌딩 숲 사이에 있다. 서울 서초구의 ‘오대산산채전문점’은 고요히 밥을 먹고 평화롭게 휴식할 수 있는 곳이다. 강원 오대산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20여 가지의 정성스러운 밑반찬에 자박하게 끓인 된장찌개가 나온다. 30여 년 한결같은 주…
이맘때면 1990년대 초 프랑스에 공부하러 갔을 때 먹었던 바칼랴우가 생각납니다. 친하게 지내던 포르투갈 출신 부부가 초대한 연말 저녁 식사 때 처음 먹었는데 당시만 해도 그런 조리법의 생선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어 인상 깊었습니다. 프랑스에는 유난히 포르투갈에서 이민 온 분들이 많습…
고소하고 부드러우며 슈퍼마켓에서도 만만하게 살 수 있는 다용도 소스가 마요네즈다. 그 흔한 마요네즈를 만들어 보면 몇 가지 놀라움을 경험한다. 일단 시중 마요네즈보다 훨씬 고소하고 맛있어 깜짝 놀란다. 마요네즈에 들어가는 재료가 일반 가정 주방에 흔한 것들이라 신기하기도 하다. 계란…
중국집을 평가하려면 코스 요리를 선택하기보다는 친구들 서넛과 그 식당을 대표하는 단품 요리들을 몇 개 주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침 그곳이 노포 화상(華商) 중식당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지요. 요즘 아파트 단지 내 중국집들은 짬뽕, 짜장면, 탕수육같이 잘나가는 메뉴 몇 가지만 취급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