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을 발효·숙성시킨 젓갈 가운데 ‘감칠맛 대장’은 자하젓을 꼽는다. 자하젓은 세하(細蝦), 갓난아기의 손톱만큼 여리고 작은 바다새우로 담근다. 강과 바다가 맞닿은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세하로 젓갈을 담그면 숙성되면서 투명하게 붉어지니 자하(紫蝦)젓 혹은 자하해(紫蝦해)라는 이름이…
뤼크 베송 감독 덕분에 ‘제5원소’까지는 들어봤는데 무려 제육원소라니…. 맛을 떠나 작명 자체가 멋들어집니다. ‘제육원소(醍肉元所)’, 맑은 술과 고기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는 뜻입니다. 대표 메뉴가 제육볶음이라는 사실을 중의적으로 알려줍니다. 이곳은 ‘돼지족발의 성지…
술을 먹다 안주가 떨어지면 엉뚱한 이야기가 시작되곤 하는 모임이 있다. 한번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돌아가며 이야기하기로 했다. 머릿속에 수백 가지 음식이 오가니 결정 장애를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멤버 중 일본인은 라멘, 영국인은 동네에서 만든 맥주…
11월 들어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니 도루묵 생각이 간절합니다. 인디언 몇몇 부족은 11월을 ‘기러기 날아가는 달’ ‘많이 가난해지는 달’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때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도루묵 알이 꽉 들어차는 달’이라 한다면 조금은 넉넉해…
날씨와 식습관은 관계가 깊다. 입맛이나 취향에 따라 오늘 뭐 먹지 결정하는가 싶지만 만추의 바람이 홀연히 맨살에 스칠 때면 따스한 국물 한 모금이 간절해진다. 어묵탕이 맛있는 계절이다. 어묵탕을 제대로 하는 집을 찾기가 참 어려웠다. 3년을 찾아다녔을까. 허름한 선술집부터 고급 일…
짙어가는 늦가을 정취에 나들이 겸 분위기 있는 식사를 즐겨 보셔도 좋을 것 같아 프렌치 레스토랑을 추천해드립니다. 모던 프렌치는 감성을 흔드는 회화 같은 아름다운 플레이팅이 한 특징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식재료는 미각을 일깨워주지만, 시각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다채로운 색과 독특한 형…
조리사가 언제부터인지 ‘셰프’로 불리고 있다. 프랑스어를 쓰니 더 멋지게 보여서일까. 조리사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주목을 받는 직업이 됐다. 조리사도 구분해 볼 수 있다. 레스토랑이나 본인의 브랜드를 높여 규모의 확대를 도모하는 사업형 조리사, 활동 업적을 지향하는 명예형 조리사, …
친구들과 늦게까지 어울리다 보면 술이 술을 불러 과음을 하고 다음 날 아침 숙취에다 시야까지 흐릿한 경우가 있습니다. 속만 해장할 것이 아니라 눈도 해장해야겠다는 생각에 해장국 한 그릇 먹고 미술관을 들러볼까 고민할 때도 있지요. 술 때문에 눈이 흐릿하거나 눈동자가 풀렸으면 해장이 아…
요즘 샤오룽바오, 하가우를 먹을 수 있는 중국 음식점은 많지만 딤섬 중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창펀(腸粉)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드물다. 중국 광둥 지역 사람들이 아침으로 많이 먹는 창펀은 증기로 쪄낸 쌀 반죽에 고기나 해산물을 소로 넣어 돌돌 말아낸 딤섬이다. 맛이나 모양은 요즘 …
이제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피했던 따뜻한 국물이 입에 딱 붙는 계절이네요. 손이 곱을 정도로 추운 겨울날 따끈한 김 올라오는 얼큰한 육개장이나 국밥은 국민적 솔 푸드임에 틀림없지만, 가을에 먹을 만한 국밥은 따로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
‘장시간 해외여행 할 때 간절히 생각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일까?’ 음식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과 이런 토론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칼칼한 김치, 매콤달콤한 떡볶이, 진한 간장게장 등이 나왔다. 하지만 ‘한국인이 속풀이할 때 가장 먼저 찾는 음식은?’으로 질문을 바꾸니 결론은 의외로…
꼼장어가 맞는지 곰장어가 맞는지 많은 사람이 헷갈려 합니다. 표준말은 먹장어입니다. 일상적으로는 곰장어라고 하는데 대체로 꼼장어라고 발음합니다. 일본에서는 곰장어를 ‘장님장어’라며 메쿠라우나기(盲鰻)라 썼지만 장애인 비하 문제가 있어 ‘누타우나기’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누타는 점액을…
꾸덕꾸덕하고 짭조름한 맛, 언젠가 보리굴비의 절묘한 맛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여행이나 모임, 심지어 일도 금지해야 한다는 힘겨운 시간들. 최대한 단순하게 삶을 꾸리는 일과 우울감, 갑자기 치솟는 화, 결핍감 등을 잘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다. 녹차를 우리고 얼음 동동 띄워서…
꾸덕꾸덕하고 짭조름한 맛, 언젠가 보리굴비의 절묘한 맛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여행이나 모임, 심지어 일도 금지해야 해야 한다는 힘겨운 시간들. 최대한 단순하게 삶을 꾸리는 일과 우울감, 갑자기 치솟는 화, 결핍감 등을 잘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다. 녹차를 우리고 얼음 동동 띄…
얼핏 보기에 우리나라 갈비찜과 비슷해 보이는 뵈프 부르기뇽(Bœuf bourguignon)은 ‘부르고뉴식 소고기 요리’라는 뜻으로 프랑스 부르고뉴 사람들에게는 영혼과 같은 음식입니다. 이 지역은 워낙 유명한 와인 생산지여서 와인을 사용하는 요리가 많습니다. 이곳의 피노누아르 와인과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