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살’이 그의 별명이다. 이름에서 딴 별명이라면 초패왕 항우가 그토록 사랑했다던 ‘우미인’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우보살’은 조금 의외였다. “2003년에 극단 연우무대출신들이 모여 ‘이루’라는 극단을 만들었다. 내가 언니 축에 든다. 어떤 사건, 어떤 일이 벌어지면 끝까…
내 첫 질문이 그를 자극했는지도 모른다. “혹시 의상디자이너는 연극판에서 소외를 당하나요? 예전에 인터뷰한 자료를 찾아봤는데 하나도 없어서… ” 그러자 그는 바로 속내를 털어놨다. “한국에서 연극은 배우 중심이라고 하는 데 그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우리…
어느 인터뷰는 그를 ‘내성적’이라고 하고, 어느 인터뷰는 ‘열정적’이라고 했다. 왜 그런지 궁금했다. “어렸을 때 본성은 내성적이었다. 천성이 그랬다.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을 하다보니, 그래서는 클 수 없다, 해낼 수 없다,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래서 작게나마 내 …
그의 말을 들으며 ‘한 순간에 인생이 바뀐다’는 게 진짜구나, 하고 실감했다. “95학번으로 연세대 천문대기과학과에 들어갔다. 그런데 적성이 맞지 않았다. 다시 공부를 해서 97학번으로 같은 대학의 기계전자공학부에 들어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3년쯤 다니다가 개인 사정으로 휴학을…
그가 쓴 희곡 6편을 내리 읽었다. 언제나 울림을 주는 단어를 만났다. 맨 마지막에 쓰여 있는 한 글자, ‘막’이라는 단어였다. ‘끝’을 ‘막(幕)’이라고 쓰는 장르는 연극이 유일하다. 그러나 ‘막’이라는 말은 직접 연극을 관람할 때는 접할 수 없고, 희곡을 읽어야만 만날 수 있다. …
써도 되냐고 물었다. 써도 된다고 답했다. 그의 러브 스토리와 결혼에 대해…. “전남 진도에서 실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했으나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답이 연극이었고 무작정 상경했다. 연극 포스터를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
목소리, 목소리, 목소리…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3월 14~19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의 연기보다 그의 목소리에 빨려 들어갔다. 그의 목소리는 전화로 잠깐 들은 적이 있지만 무대 위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중저음이라거나 베이스 …
나뭇가지와 거기에 달린 잎들의 모습이 철따라 바뀐다고 해서 그 나무의 이름이 네 개일 수는 없다. 그가 예전에 했던 인터뷰들을 찾아 읽으며 철따라 바뀌는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을 받았지만, 줄기라고 할 그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많이 부족했다. 멀리서 보면 나뭇가지와 잎들의…
인간과 시간이 만나면 ‘변화’가 일어난다. 그런 변화는 대체로 지향점이 있다. 그래서 아무리 긴 인터뷰라도 시간대별 변화만 놓치지 않으면 기자가 망신당할 일은 없다, 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를 인터뷰하면서 기존의 상식이 흔들리는 불길한 예감을 했다. 이는 인터뷰 정리가 고단할 것임…
첫 화살부터 빗나갔다. “연극, 창극, 뮤지컬, 오페라에다 극본, 각색, 연출 등 장르와 역할을 넘나들며 너무 많은 작품에 손을 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힐난성 질문에 그는 “계산한 것은 아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살짝 변명을 기대했는데, 꾸지람 들을 일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