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시(軍器寺)의 궁인(弓人)과 시인(矢人)을 중국 사신의 청지기로 삼았는데,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활과 화살을 귀중하게 여기니, 그들과 함께 지내면 틀림없이 활과 화살을 매매하는 자가 있을까 염려됩니다.”―‘성종실록’ 중에서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동이족(東夷族)이라고 불…
“외지부라 불리는 자들은 항상 관아 근처에 있다가 원고나 피고를 몰래 사주합니다. 또 이들은 스스로 송사를 대신하며 시시비비를 어지럽게 만들어 관리를 현혹하고 판결을 어렵게 합니다. 해당 관부에 명하시어 조사해 처벌하소서!” ―성종 3년 12월 1일, 성종실록 조선은 양반뿐 …
“유광억은 경남 합천군 사람이다. 시를 대강 할 줄 알았으며 과체(科體)를 잘한다고 남쪽 지방에서 소문이 났으나, 집이 가난하고 신분도 미천하였다. 시골에 과거 글을 팔아 생계를 삼는 자가 많았는데 유광억 또한 그것으로 이득을 보았다.” ―이옥의 유광억전(柳光億傳) 중 ‘전통…
“끝이 갈라진 나무 활과 구부러진 나무막대를 가지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약초를 캐다가 뱀을 만나면 큰 놈이건 작은 놈이건 나무 활로 머리를 누른다. 뱀이 머리를 들고 입을 벌리면 구부러진 나무막대로 조여서 뱀의 이를 다 뽑고 손으로 껍질을 벗겨 화살통에 보관한다. 밥이 다 되면 …
“서울 이남에 무당 같으면서 무당이 아니고, 광대 같으면서 광대가 아니고, 비렁뱅이 같으면서 비렁뱅이가 아닌 자들이 있어 떼 지어 다니며 음란한 짓을 행한다.” ―이옥(李鈺) 전집 유랑하며 공연을 선보여 먹고사는 무리를 사당패라 불렀다. 사당패의 기원은 재승(才僧)이다. 재승은…
“화폐를 위조하다가 적발된 자는 중범으로 처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득이 크다 보니 아무리 엄하게 금지하더라도 위조를 막기 어렵습니다. 화폐를 위조하다가 발각되면 직접 만든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공범으로 도와준 사람은 유배에 그치기 때문에 화폐를 위조하다 체포된 자는 모두 …
둥근 땅의 둘레가 365와 4분의 1척이다. 크고 작은 개미 두 마리가 나란히 출발해서 이 땅의 둘레를 돈다. 작은 개미는 하루에 1자, 큰 개미는 하루에 13과 19분의 7자를 이동하면 두 마리 개미는 며칠 만에 만나겠는가? ―홍정하(洪正夏) ‘구일집(九一集)’ 조선은 건…
염색 가격이 옛날보다 세 배나 올라 머리카락이 쭈뼛할 정도입니다. 한양에 있는 염색집은 으레 부자가 되니,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조정에서 조처해야 할 일입니다. ―양성지(梁誠之) ‘눌재집(訥齋集)’ 우리나라 사람을 백의민족이라고 한다. 삼국시대부터 흰옷을 즐겨 입은 것은 사실이다…
조선시대의 맹인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점을 보고 경전을 외우는 판수가 되거나 침과 뜸을 놓으며 생계를 이었다.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는데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소리에 민감해지기 때문이었다. 맹인 연주자를 관현맹(管絃盲)이라고 한다. 관현맹은 궁중 행사에서 음악을 연주…
“쾌가(쾌家·세책점)에서 소설을 깨끗이 베껴 쓰고 빌려주어 그 값을 받아 이익을 삼았다. 부녀자가 비녀나 팔찌를 팔거나 빚을 내면서까지 다투어 빌려 그것으로 긴긴 하루를 보냈다.” ―채제공(1720∼1799)의 ‘번암집’ 가운데 ‘여사서서(女四書序)’에서 17세기 후반 상업이…
“소매치기도 그 사이에 끼어 있어 남의 자루나 전대 속에 무엇이 든 것 같으면 예리한 칼로 째어 빼간다. 소매치기를 당한 줄 알고 쫓아가면 식혜 파는 골목으로 요리조리 달아난다. … 거의 따라가 잡을라치면 대광주리를 짊어진 놈이 불쑥 ‘광주리 사려’ 하고 튀어나와 길을 막아버려 더 쫓…
“강물은 깊고 세찬데, 내 어깨 위에는 가마채로다. 술렁술렁 흐르던 물도, 용돌이치고 용을 쓰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월천꾼 부르는 소리로구나. 깊고 어둔 밤 흐르는 물은, 일만 짐승이 우짖는 듯.”(‘월천꾼(越川軍)의 노래’에서) 한반도는 산이 많아 강과 시내도 흔하다. 조선시…
“우리나라에서 혼인과 회갑 잔치에 쓰는 병풍, 탁자, 자리, 향촉 따위는 관청에서 빌리고, 그 밖의 골동품은 상점에서 빌린다. 머리장식, 가체, 비녀, 가락지, 비단, 예복, 스란치마 등 꾸미는 물건은 장파(粧婆)에게 빌린다. 속칭 ‘수모(首母)’라고 한다.” ―이규경, ‘오주연문장…
“꼭두각시 무대에 올라오자/동방에 온 사신은 손뼉을 친다/원숭이는 아녀자를 깜짝 놀라게 해/사람이 시키는 대로 절도 하고 꿇어도 앉네.”―박제가의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에서 조선 후기 다양한 공연 문화가 꽃피는 가운데 원숭이로 공연하는 걸 ‘후희(후戱)’라고 했다. 원숭이를 길…
“강원도 회양에 사는 금순채는 해금에 뛰어나 금선(琴仙)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10대부터 연주를 시작해 일흔 살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금강산을 유람하는 사람들은 경치 좋은 곳에서 연주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그를 데리고 가고 싶어 했다. 덕분에 그는 금강산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