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선택
  • [소소한 도서관]세상 어느 곳이든 삶의 본질은 ‘이것’…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소소한 도서관]세상 어느 곳이든 삶의 본질은 ‘이것’…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냉담해질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긴장할 수는 있겠지만 냉담해질 수는 없다. 삶의 본질은 온기다.” -페터 회의 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중에서 이 소설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눈(雪)을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 눈에서 읽은 …

    • 2017-12-27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뜨거운 사랑의 시편…신경림 시 ‘세밑’

    [소소한 도서관]뜨거운 사랑의 시편…신경림 시 ‘세밑’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째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바람은 무엇인가 눈도 귀도 멀게 하는 해도 달도 멎게…

    • 2017-12-26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좋은 나라’로 갈 수 있을까…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소소한 도서관]‘좋은 나라’로 갈 수 있을까…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어쨌든 앞으로 서울 나올 일 있으면 우리 카페로 와. 신사동 로타리 바로 앞이니까 찾기도 쉬워. 일주일 후에 오픈할 거야. 이름도 정했어. 작가 선생 마음에 들는지 모르겠다. ‘좋은 나라’라고 지었는데. 네가 못마땅해도 할 수 없어. 벌써 간판까지 달았는걸 뭐.” 좋은 나라…

    • 2017-12-13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박준  시 ‘당신의 이름…’

    [소소한 도서관]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박준 시 ‘당신의 이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 2017-12-11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강신재 ‘젊은 느티나무’

    [소소한 도서관]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강신재 ‘젊은 느티나무’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 냄새가 난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언제나라고 할 수 없다. 그가 학교에서 돌아와 욕실로 뛰어가서 물을 뒤집어쓰고 나오는 때이면 비누 냄새가 난다. 나는 책상 앞으로 돌아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더라도 그가 가까이 오는 것을, 그의 표정이나 기…

    • 2017-11-29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안현미 시 ‘곰곰’

    [소소한 도서관]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안현미 시 ‘곰곰’

    ‘주름진 동굴에서 백일 동안 마늘만 먹었다지 여자가 되겠다고? 백일 동안 아린 마늘만 먹을 때 여자를 꿈꾸며 행복하기는 했니? 그런데 넌 여자로 태어나 마늘 아닌 걸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하니?’ -안현미 시 ‘곰곰’에서 ‘곰곰’은 얼핏 ‘곰곰이’라는 부사를 떠올리게 한다.…

    • 2017-11-27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랄프 로렌을 탐구하겠다고 나선 청년은…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

    [소소한 도서관]랄프 로렌을 탐구하겠다고 나선 청년은…손보미 ‘디어 랄프 로렌’

    “그 친구는 내가 학교에 안 나간 후부터 내 집 문을 두드렸어요. 노크 말이에요. 누군가 내 집 문을 노크해줬죠. 섀넌, 나는 그걸 계속 비웃었지만. 이제는 비웃는 걸 그만해야 할까 봐요. 섀넌, 이 세상의 누군가는 당신의 문을 두드리고 있을 거예요. 그냥 잘 들으려고 노력만 하면 돼…

    • 2017-11-23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암담한 젊음의 언어 속에 어찌할 수 없는 아름다움…기형도 ‘안개’

    [소소한 도서관]암담한 젊음의 언어 속에 어찌할 수 없는 아름다움…기형도 ‘안개’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안개의 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나오는 것이다. (…) 날이 어두워지면 안개…

    • 2017-11-21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말놀이’라는 오은 시인의 시 철학…‘1년’

    [소소한 도서관]‘말놀이’라는 오은 시인의 시 철학…‘1년’

    ‘11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랑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밤만 되면 꾸역꾸역 치밀어오릅니다 어제의 밤이, 그제의 욕심이, 그끄제의 생각이라는 것이.’ -오은 시 ‘1년’ 중에서 오은 시인의 ‘1년’은 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를 한 연 한 연 적어나간 작품이다. ‘1월엔 뭐든지 …

    • 2017-11-16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마지막으로 한 번만” 속물이 되기 직전 청춘은…‘무진기행’

    [소소한 도서관]“마지막으로 한 번만” 속물이 되기 직전 청춘은…‘무진기행’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 가는 것을, 유행가를,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 만이다. 꼭 한 번만. 그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 속에서만 살기로 약속한다. 전보여, 새끼손가락을 내밀어라. …

    • 2017-11-14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당신이 있어야 내가 있다…유희경 ‘당신의 자리’

    [소소한 도서관]당신이 있어야 내가 있다…유희경 ‘당신의 자리’

    나는 당신의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사람이다 당신 발밑으로 가라앉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이다 당신이 눈감으면 사라지는 그런 이름이다 내리던 비가 사라지고 나는 점점 커다란 소실점 복도가 조금씩 차가워진다 거기 당신이 서 있다 당신이 소중하게 …

    • 2017-11-14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이상국의 ‘혜화역 4번 출구’

    [소소한 도서관]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이상국의 ‘혜화역 4번 출구’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의 소작이다 내 조상은 수백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

    • 2017-10-26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어두웠던 시대, 희망을 꿈꾸던 아웃사이더의 삶…최윤 ‘회색 눈사람’

    [소소한 도서관]어두웠던 시대, 희망을 꿈꾸던 아웃사이더의 삶…최윤 ‘회색 눈사람’

    ‘나는 가끔 희망이라는 것은 마약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건 그 가능성을 조금 맛본 사람은 무조건적으로 그것에 애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이 꺾일 때는 중독된 사람이 약물 기운에 떨어졌을 때 겪는 나락의 강렬한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리라. 그…

    • 2017-10-24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 ‘개 같은 가을이’…모든 금기에 대한 뱉음

    [소소한 도서관] ‘개 같은 가을이’…모든 금기에 대한 뱉음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 번 떠나간 …

    • 2017-10-18
    • 좋아요
    • 코멘트
  • [소소한 도서관]유하의 시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2’

    [소소한 도서관]유하의 시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2’

    ‘압구정동은 체제가 만들어낸 욕망의 통조림공장이다. 국화빵기계다. 지하철 자동 개찰구다. 어디 한 번 그 투입구에 당신을 넣어보라. 당신의 와꾸를 디밀어보라. 예컨대 나를 포함한 소설가 박상우나 시인 함민복 같은 와꾸로는 당장은 곤란하다. 넣자마자 띠-소리와 함께 거부 반응을 …

    • 2017-10-16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