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직업을 물어보는 게 싫었습니다. 축구 선수라고 소개하면 자꾸 설명이 길어져서요. 30년 가까이 공 차는 것만 알고 살았는데 이상한 일이죠. 저는 2013년 K3리그(프로 4부 리그 격) 청주직지 FC에서 득점왕이 됐고, 지난해에는 화성 FC로 팀을 옮겨서 우승까지 했습니다.…
‘송도순, 김병기, 전유성….’ 그가 건넨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창회 수첩에 적힌 67학번 이름들이다. 송도순 씨는 성우로, 김병기 씨는 탤런트로, 전유성 씨는 개그맨으로 전공을 살려 활약했다. 수첩을 건넨 그의 이름도 적혀 있다. 김원배(67). 그의 직업란엔 전공과 어울리지 않게…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었지만 웃을 수 없었다. “김 과장은 장인이 하는 꽃게잡이 배 타고 있대.” “이 대리는 금융회사 들어갔다고 하더라. 잘됐지.” 이런 대화들이 간간이 오갔지만 대부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본사 대강당에 직원 수백…
일하는 엄마, 집안일 하는 아빠. 이런 역할 분담이 일반적인 가모장(家母長)제 사회로 가는 걸까. 여성 가장을 뜻하는 여성 가구주가 늘고 있다. 여성 가구주란 남편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 남편과 사별 또는 이혼했거나 미혼으로 가장 역할을 하는 경우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남편의 실직 후 3년째 가장 역할을 하는 김모 씨(40)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여보, 아무래도 나 그만둬야겠어, 회사….” 나는 말릴 수가 없었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꽤 오랫동안 어려웠다. 회사 형편이 다시 좋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어차피 오래 못…
키 165∼170cm, 몸무게는 50∼55kg. 30대 주부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몸매다. 건국대 산업대학원 차주현 씨가 석사 논문인 ‘30대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라이프스타일이 외모 관심도 및 미용 관심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2014년)에서 출산 경험이 있는 30대 전업주부와 …
※직장을 그만두고 6년째 아이 둘을 키우며 사는 전업주부 한모 씨(39)의 이야기를 일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올해 3월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백화점에 갔다. 기필코 마음에 드는 옷에 지갑을 열겠노라. 결혼 전에는 시간만 나면 쇼핑을 했다. 이젠 백화점에 가도 어느…
황혼육아를 하게 된 친정엄마는 이래저래 ‘샌드위치 신세’다. 뭘 해줘도 불만인 딸부터 육아 참견꾼이 된 남편, 무심한 사위, 그리고 언제 어디서 사고 칠지 모르는 천방지축 손자까지…. 육아는 물론이고 집안 살림까지 도맡다 보니 황혼육아의 각종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일컫는 ‘손주병’…
“할마….” 이제 겨우 단어 몇 개를 말하는 생후 20개월인 현이(가명)가 나를 부를 때 하는 말이다. 돌이 갓 지났을 때 이 녀석은 “엄마” 하며 내게 달려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엄마가 아니야. 할머니야”라고 가르쳤더니 이제는 나를 ‘할마’라고 부른다. 그렇다. 나는 …
“1차 서류전형 합격 문자를 받고 눈물이 나네요. (아이 키워 놓고 다시 일하려고) 40군데쯤 이력서 넣었는데 학습지 회사 말고 처음 받은 합격 통보예요. 하루 2∼3시간 단순 알바조차도 아무 연락이 없어 제 무능에 많이 좌절했어요. 아줌마는 노동시장에서조차 기회가 없네요.” 대표…
※아이 둘을 키우며 경력 단절의 위기를 겪고 있는 김모 씨(43)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결국 그날도 죄책감만 안은 채 집에 돌아왔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내 아들 준서(가명) 얘기다. 준서는 어려서부터 좀처럼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도 …
“우리 아들 눈 좀 뽑아가 주세요. 제발….” 2010년 7월.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방금 자식의 죽음을 확인한 A 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학 신입생인 A 씨의 아들이 전북 부안의 계곡에서 놀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것. 사망한 지 4시간이 지났다…
오전 5:30 매일 아침 알람과 함께 휴대전화 화면에 뜨는 숫자다. 아침잠이 많아 고3 때도 지각을 밥 먹듯이 하던 나였는데, 벌써 10년 넘게 새벽 기상이다. 올해 딸이 대학입시에 낙방하면서 ‘실패한 엄마’라는 선고를 받은 뒤로는 기상 시각이 30분 빨라졌다. ‘재수는 …
“부모는 30년 가고, 자식도 독립하면 그만이죠. 하지만 부부는 평생을 가요. 탈무드에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건 늙은 마누라란 말이 나오잖아요.”(이미영 씨·54·서울 송파구 방이동) “부부관계가 좋으면 불행하지 않아요. 그런 부모 밑에서 큰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아 어떤 …
“온 가족이 외식하거나 해외여행을 갔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엄마 때문에 아이 성적이 안 좋은 거야’라고 말할 땐 상처받죠. 집안일 분담은 내가 90%, 남편이 10%, 내 행복 점수는 70점이에요.”(아내 강모 씨·42) “아내는 혼자 TV 보거나 쇼핑하는 걸 좋아하죠. 그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