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석가모니상 왼쪽에 새로 모신 약사여래불상을 가렸던 흰색 천이 내려지고 흰색 고깔이 벗겨지자 명안 스님(38)의 독경 소리가 빨라졌다. 양옆에 앉아 독경을 하던 무상 스님(36)과 덕성 스님…
“아기가 일찍 나올 수도 있겠어요. 스스로 숨을 쉴 수 있을지….” 두 손이 바르르 떨렸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눈칫밥을 먹어가며 얻은 둘째였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빠 과장’이,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내와 첫째를 뒷바라지하고 얻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둘째였…
《 꿈과 행복은 당연히 잘 어울리는 한 쌍.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이 두 낱말과 잘 어울리는 또 다른 단어들을 고르라면 그중 하나는 아마 서울대일 것이다. 이렇게 꿈, 행복, 서울대를 한 묶음으로 만들고 나면 야구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서울대 입학이 아니라 …
《 사람 한 명 없는 도축장에선 수백 개의 허연 입김이 파란 하늘로 피어올랐다. 빛을 반사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빛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구슬처럼 둥글고 커다란 소들의 눈이었다. 우유 생산량이 많아 사랑받던 젖소 ‘순둥이’도 두 눈을 껌벅이며 도축장 안에서 ‘차례’를…
고등학생 유장호는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된 채 논바닥에 퍼질러 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얼굴에 묻은 흙덩이가 눈물과 뒤범벅돼 입안으로 흘러들어와 서걱서걱 씹혔다. 학교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웬일인지 그날따라 어머니는 버스정류장에 아들을 데리러 나오지 못했다. 더듬더듬…
희귀광물 약 3000점을 모아 전시 중이라는 건 사전 취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과연 얼마나 대단할지’는 사실 직접 들르기 전엔 감이 잘...
《 “지∼나가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아영이(9·여)는 그룹 다섯손가락의 ‘풍선’ 노래를 제일 좋아했다. 동요시간에 이 곡이 나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어서서 따라 불렀다. 아영이의 ‘예쁜 꿈’...
사람들은 나를 ‘장의사’라고 부른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장의사가 아니라 ‘디지털 장의사’가 내 호칭이다. 내가 하는 일은 디지털, 그러니까...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 위생병이었던 92세 노인이 8년 전부터 전쟁터에서 보고 겪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증언을 계속하고 있다. 병사들이 성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위안소에 수용된 조선인 여성들의 검사를 돕는 게 그의 임무였다. 증언의 주인공인 마쓰모토 마사요시(松本榮好) 씨는 스스로를…
노인이 말문을 연다. 올해 92세의 ‘극노인’이다. 그는 일본군 위생병...
‘不客氣.’ 테이블에 앉은 류재윤 씨(52)는 하얀 종이를 꺼내더니 검은색 펜으로 이렇게 썼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말 가운데 하나로 ‘부커치’라고 읽는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겸손해하거나 예의를 갖출 때 ‘편하게 계세요’라는 의미로 쓴다. 과거 주…
2010년 겨울. 경기 수원시 장안구 장안대로에서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던 청년은 입김을 불어가며 꽁꽁 언 두 손을 연신 비비고 있었다. 이곳에서 주먹밥 장사에 나선 지 사흘째. 아직 개시도 못했다. 이틀 동안...
‘첫날부터 세컨드 어시스트(수술 보조의사)? 아이고 죽었네.’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강한 흰 램프 빛이 33m² 남짓한 수술방을…
“저기요. 제가 한글을 모르는데요. 여기 내비게이션에 주소 좀 찍어주실래요?” 오늘도 아빠는 낯선 행인을 붙잡고 부탁한다. 1t짜리 트럭에 고물을 잔뜩 실은 채…. 행인은 얼굴이 까무잡잡한 아빠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목적지가 적힌 종이를 건네받는다. 내비게이션을 꾹꾹 눌러 주소를 …
13일 낮 12시경 강원 태백시 연화동 한보광업소 제1사갱 1280m 지점 막장에서 채탄작업을 하던 광원 서모 씨(44·선산부) 등 6명이 천장에서 갑자기 쏟아져 내린 10여 t의 죽탄에 출입구가 막히면서 갱내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중략) 사고지점 갱도가 경사진 곳으로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