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와 눈부신 태양이 기다리는 곳, 강원 강릉시로 향하는 KTX 열차 안 모습은 그들이 목적지에서 기대하는 풍경과 판이했다. 승객 앞 테이블에는 종이컵과 먹고 남은 플라스틱 도시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바닷가에 도착해도 이어지는 답답한 정경. 전날 피서객들이 먹고 마신 맥주…
《“피아노 한 곡쯤은 하루 만에 완성한다?” “수영은 잘 못해도 하루 만에 서핑한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 효율적으로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하루 만에 특정 분야를 배우는 수업)가 뜨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짧게는 2시간부터 길게는 5∼6시간 동안 자기계발을 하는 동…
방탄소년단(BTS) 해외 콘서트에서 한국어 ‘떼창’은 이젠 익숙한 풍경이다. 유튜브 등을 통해 팬들이 가사 ‘선행학습’을 해오기 때문. BTS의 ‘IDOL’ 뮤직비디오에는 “지화자 좋다” “덩기덕 쿵더러러러”처럼 지극히 한국적인 추임새가 ‘Hooray it‘s so awesome’, …
경기 김포시의 복합문화공간 ‘나인블럭 아트스페이스 김포’. 카페와 함께 운영되는 이곳 전시관에는 495m²(약 150평) 규모의 텅 빈 공간이 있다. 관람객이 들어서면 60여 대의 빔 프로젝터가 작동하고, 삭막했던 바닥과 벽돌은 캔버스가 된다. 흐르는 음악과 함께 빈센트 반 고흐의 작…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달 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VR스퀘어’ 홍대점. 이곳을 찾은 기자는 누덕도사의 도술로 평정심을 훈련받는 애니메이션 ‘머털도사’ 속 머털이가 된 느낌이었다. 버려진 우주선 내부는 위험천만했고, 한 발 잘못 디디면 아찔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올해 2월 경기 광주시로 이사한 구현수 씨(32) 가족은 최근 조촐한 집들이를 열었다. 으레 있을 법한 상다리가 부러질 듯한 음식과 파티용 장식품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직접 설치한 포인트 조명과 아이를 위해 특별 제작한 아치형 출입문 등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1. “병아리 모양 지우개를 살까, 핫도그 모양 자석을 살까.” 직장인 한선주 씨(32)는 요즘 주말마다 ‘소품 가게 도장 깨기’를 하러 다닌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거리와 망원동 일대에 포진한 소품 가게를 돌면서 눈에 들어오는 물건들을 하나씩 사 모은다. 그는 “도장 깨기 목록에…
“여기 혹시 빌리 아일리시 주황색 카세트테이프 있어요? 와, 여기 있다!” 17일 서울 마포구의 음반 매장 ‘도프 레코드’. 한 고교생이 들어오더니 아일리시의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하자마자 계산대에 들이밀었다. 18세의 아일리시는 올 들어 가장 뜨겁게 떠오른 신인 팝스타다. 빌보드 앨…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황채민!” “블링블링 임채민!”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500여 명이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미취학 아동부터 20대까지, 5인조 아이돌 ‘비타민’의 공연을 보려 오전부터 줄을 서고 공연장에 입장했다. 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시리즈 21편의 한국 시장 총 누적 관객 수는 1억 명이 넘는다. 피날레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이 22편의 오락영화 시리즈에 ‘인피니티 사가(saga·신화나 대서사시를 뜻하는 말)’라는 이름이 붙었다. 마블 영화들이 한 세대가 공유하는 ‘영웅의 대…
“한 획, 한 획 글자의 의미를 생각하며 만든 캘리그래피(Calligraphy)를 보면…
커피 잔 두 개만 놓아도 꽉 찰 만큼 작은 테이블. 게다가 한 모금 마시려면 모이 쪼는 닭처럼 고개를 숙여야 할 만큼 낮기까지 하다. 의자라고는 딱딱한 나무 벤치에 동그란 쿠션 하나. 구인서(가명·46) 씨는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배된 명소라기에…
《“저렇게 책을 망가뜨리고선 양심도 없지….” 새로 문을 연 서점형 복합 문화공간에서 톡톡 튀는 큐레이션과 개성 있는 생활용품을 구경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직장인 김현경 씨(36)는 최근 불쾌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남성이 모서리를 접어가며 책을 읽더니 책장 맨 아래에 넣어두고선 유유히…
2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사무실.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이었지만 서로 얼굴을 모르는 30대 직장인 5명이 모였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사회자가 정적을 깼다. “최근 여러분이 느낀 감정이 적힌 카드를 골라 볼까요.” ‘짜증나는’ ‘서운한’ ‘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