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덜덜…, 이놈의 비루한 몸뚱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무용단 연습실. 어느새 주위 시선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홀로 벌이는 중력과의 싸움. 온몸의 경련을 느끼면서도 넘어지지 않으려 애썼다. 스텝을 계속 바꿔도 쉼 없이 흔들리는 무게중심. 머리로는 알겠는…
8일 오후 공사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20t 화물차가 줄지어 서울 관악구 쑥고개로로 쏟아져 나왔다. 흙먼지로 뒤덮인 아스팔트는 누런색에 가까웠다. 차량이 지나며 도로에 깔린 먼지가 날리자 한 어린이가 콜록댔다. 이 도로는 지난해 ‘도로 다시날림 미세먼지(PM10)’ 농도가 m³당 평균…
“빵빵, 빵빵”. 귀를 울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불안감이 커지며 내 심장은 철렁 내려앉았다. 운전자는 빨간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운전석에 앉아서 경적을 눌러댔다. 내가 타고 있는 휠체어에 바짝 차를 댄 그는 ‘빨리 안 지나가고 뭐하느냐’고 묻듯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아…
지난달 1일(현지 시간) 스웨덴 린셰핑시의 한 왕복 2차로 도로. 제한 최고 속도인 시속 30km를 넘긴 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주변에 학교와 유치원이 있어 속도를 낮게 지정한 것을 어긴 것이다. 그런데 도로가 10cm가량 스스로 땅속으로 내려앉았다. 스웨덴의 교통기술 개발업체 ‘에…
서울시 주차난은 고질적 문제다. 특히 대형 건물보다 주택 밀집지를 찾았을 때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난처했던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가 주택가의 주차난을 줄이기 위해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공유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2015년이다. 지난해까지는 성과가 크…
앞서 달리던 택시가 신호에 걸려 멈춰 섰다. 갑자기 운전사가 문을 열고 나왔다. 기자가 살짝 긴장한 순간, 운전사는 “허허 그놈 진짜 신기하게 생겼네” 하며 요리조리 훑어봤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초소형 전기자동차 ‘트위지’를 서울 시내에서 1박 2일간 몰던 중 겪은 일이다. 자동차…
《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이면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은 상당수가 병원 이용이 쉽지 않은 고령 환자다. 의사의 원격진료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국내 원격진료는 의료계 반대로 군부대, 교정시설, 산간도서벽지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시행될 것으로 전망…
“소리꾼, 드랍 더 장단∼!” 13일 오후 경기 용인시 한국민속촌. 한복 차림에 갓을 쓴 소리꾼이 폭풍 비트박스를 쏟아내자 노천극장으로 150명 넘는 관객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국악 장단과 힙합 댄스가 어우러진 ‘이상한 나라의 흥부’ 뮤지컬 공연에 세 살배기 어린아이부터 서양인 노부…
“이렇게 ‘백화(白化)현상’이 일어나면 마음이 급해지죠.” 13일 오전 7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지하 주차장 내 사무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 10대가 실려 있는 1t 트럭에 올라탄 서울시설공단 공공자전거운영처 분배팀 소속 정승만 반장(41)이 말했다. 정 반장은 서…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둘러앉은 잔디밭. 편의점에서 막 끓여온 즉석 라면과 과자에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들이켜는 밤. 여름에는 열대야를 피해서, 가을에는 선선한 바람을 즐기고자 시민들이 서울 한강공원을 찾는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소박하지만 기분 좋은 이 장면이 누군가에게는 꿈같은 일…
스키선수를 연상시키는 두꺼운 고글을 쓰자 도로가 뿌옇게 변했다. 시야는 평소의 5∼10% 수준으로 줄었고 위아래를 볼 때에도 크게 목을 움직여야 했다. 몸은 젖은 솜 같았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최소 20kg짜리 포대를 진 것처럼 무거웠다. 무릎 관절이 잘 구부러지지 않다 보니 바닥…
16일 전남 순천 모 종합병원에서 노모 응급의학과 과장이 응급실 환자 박모 씨(57)에게 막무가내로 구타를 당했다. 노 과장은 “환자가 다짜고짜 ‘날 아느냐’며 물어 ‘모른다’고 하니 갑자기 뺨을 때렸다”며 “나중에 환자 차트를 보니 2년 전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에 신고한 기록…
컴컴했다. 뿌연 연기 속에 쉴 새 없이 울리는 ‘삑’ 하는 경보기 소리가 신경을 긁고 지나갔다. 산소호흡통의 산소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신호다. 들이켜는 숨을 아끼며 왼손은 벽을 짚고 오른손은 호스를 잡은 채 오리걸음을 걸었다. 등에 멘 8kg 무게의 산소호흡통과 두꺼운 방화복 때문에…
사찰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목탑인 팔상전(국보 제55호)이 반긴다. 전남 화순군 쌍봉사 3층 목탑이 1988년 화재로 소실되면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우리나라 전통 목탑이다. 이날 동행한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 탑은 화강암이 풍부한 특성 때문에 대…
햇볕에 달궈진 콘크리트 위 온도는 수은주의 측정 한도인 50도를 가리켰다. 금세 옷이 땀에 젖어 축축해졌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웠다. 3일 오후 1시경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은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열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근로자 40여 명은 공사 자재를 어깨에 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