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이준식의 한시 한 수

기사 307

구독 144

인기 기사

날짜선택
  • 강남에서의 호사[이준식의 한시 한 수]〈172〉

    강남에서의 호사[이준식의 한시 한 수]〈172〉

    사람들 모두가 강남이 좋다 하니, 나그네는 당연히 강남에서 늙어야 하리.봄 강물은 하늘보다 푸른데, 꽃배 안에서 빗소리 들으며 잠이 든다.술청 곁엔 달처럼 어여쁜 여인, 눈서리가 엉긴 듯 희디흰 팔. 늙기 전엔 고향에 가지 말지니, 고향 가면 분명 애간장이 다 녹을 터.(人人盡說江南好…

    • 2022-08-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호기로운 출정[이준식의 한시 한 수]〈171〉

    호기로운 출정[이준식의 한시 한 수]〈171〉

    막걸리 갓 익을 즈음 산으로 돌아오니, 가을이라 기장 먹은 닭 오동통 살이 올랐네.시동(侍童) 불러 닭 삶고 술 마시는데, 아이들은 희희낙락 내 옷자락에 매달린다.스스로 위안 얻으려 목청껏 노래하고 술에 취해, 더덩실 춤을 추며 낙조와 빛을 겨룬다.천자께 내 뜻을 펼치는 게 분명 늦긴…

    • 2022-07-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과거 급제[이준식의 한시 한 수]〈170〉

    과거 급제[이준식의 한시 한 수]〈170〉

    관직 여러 번 옮기는 것보다 과거 급제가 훨씬 낫지. 황금빛 도금한 안장에 올라 장안을 나섰네. 말머리가 이제 곧 양주(揚州) 성곽으로 진입하겠거니, 두 눈 씻고 날 보라고 사람들에게 알려주게.(及第全勝十改官, 金鞍鍍了出長安, 馬頭漸入揚州郭, 爲報時人洗眼看.) ―‘급제 후 광릉 친구…

    • 2022-07-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시인과 도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169〉

    시인과 도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169〉

    저녁나절 부슬부슬 비 내리는 강마을. 밤 되자 찾아온 도적들이 날 알아보네.앞으로는 이름 숨기고 살 필요 없겠군. 지금 세상 절반이 그대들과 같겠거늘.(暮雨瀟瀟江上村, 綠林豪客夜知聞. 他時不用逃名姓, 世上如今半是君.)―‘정란사에서 묵다 밤손님을 만나다(정란사숙우야객·井欄砂宿遇夜客)’ …

    • 2022-07-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뭉클한 우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168〉

    뭉클한 우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168〉

    그대의 시집 들고 등불 앞에서 읽었소. 시 다 읽자 가물대는 등불, 아직은 어두운 새벽.눈이 아파 등불 끄고 어둠 속에 앉았는데, 역풍에 인 파도가 뱃전 때리는 소리.(把君詩卷燈前讀, 詩盡燈殘天未明. 眼痛滅燈猶闇坐, 逆風吹浪打船聲.) ―‘배 안에서 원진(元유)의 시를 읽다(주중독원구시…

    • 2022-07-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술빚 변명[이준식의 한시 한 수]〈167〉

    술빚 변명[이준식의 한시 한 수]〈167〉

    조정에서 나오면 날마다 봄옷 저당 잡히고, 매일 강가로 나가 잔뜩 취해 돌아온다.가는 곳마다 으레 술빚이 깔리는 건, 인생 일흔 살기가 예부터 드물어서지.꽃밭 속 오가는 호랑나비 다문다문 보이고, 물 위 스치며 잠자리들 느릿느릿 난다.봄날의 풍광이여, 나와 함께 흐르자꾸나. 잠시나마 …

    • 2022-07-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무욕의 에고이즘[이준식의 한시 한 수]〈166〉

    무욕의 에고이즘[이준식의 한시 한 수]〈166〉

    중년부터 퍽이나 좋아했던 불도, 만년 들어 마련한 남산 기슭의 집.흥이 나면 늘 혼자 그곳에 갔고 즐거운 일은 그저 혼자만 알았지. 물줄기가 끊어진 곳까지 걸어가서는 앉아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바라보았고 우연히 숲속 노인을 만나면 담소 나누느라 돌아올 줄 몰랐지.(中歲頗好道, 晩家南山수…

    • 2022-06-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초여름의 정취[이준식의 한시 한 수]〈165〉

    초여름의 정취[이준식의 한시 한 수]〈165〉

    매실은 신맛이 돌아 치아를 무르게 하고, 파초는 창문 비단 휘장에 초록빛을 나눠준다. 긴긴해 낮잠에서 깨어나 무료해진 마음, 버들솜 잡는 아이들을 한가로이 바라본다. (梅子留酸軟齒牙, 芭蕉分綠與窓紗. 日長睡起無情思, 閑看兒童捉柳花.)―낮잠에서 깨어난 한가로운 초여름(한거초하오수기·閑…

    • 2022-06-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슴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164〉

    가슴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164〉

    다시 오마 빈말 남기고 떠난 뒤엔 뚝 끊은 발길. 달은 누각 위로 기울고 새벽 알리는 종소리만 들려오네요. 꿈속, 먼 이별에 울면서도 그댈 부르지 못했고, 다급하게 쓴 편지라 먹물이 진하지도 않네요.촛불은 희미하게 비췻빛 휘장에 어른대고, 사향 향기 은은하게 연꽃 수 이불에 스미네요…

    • 2022-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초승달의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163〉

    초승달의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163〉

    활 모양의 초승달 아직 반달은 아니지만, 또렷하게 푸른 하늘가에 걸려 있구나.사람들이여, 눈썹 같은 초승달 작다 마시라. 보름날 둥글어지면 온 천지 비출지니. (初月如弓未上弦, 分明掛在碧소邊. 時人莫道蛾眉小, 三五團圓照滿天.)― ‘초승달을 노래하다(부신월·賦新月)’ 무씨의 아들(무씨자…

    • 2022-06-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봄날의 회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162〉

    봄날의 회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162〉

    근심이라곤 모르던 안방 젊은 새댁, 봄날 단장하고 화려한 누각에 오른다. 문득 시야에 잡힌 길섶의 푸른 버들, 낭군더러 벼슬 찾으라 내보낸 걸 후회한다.(閨中少婦不知愁, 春日凝粧上翠樓. 忽見陌頭楊柳色, 悔敎夫壻覓封侯.) ―‘안방 여인의 원망’(규원…

    • 2022-05-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어떤 한풀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161〉

    어떤 한풀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161〉

    ‘이 괘씸한 까치 녀석, 거짓말을 일삼다니. 희소식 전한다지만 통 믿을 수가 없어.몇 번 날아오기에 산 채로 잡아다, 튼실한 새장에 가두고 더 이상 얘기 않기로 했지.’“호의로 희소식 전하려 했는데 절 새장 속에 가둘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집 떠난 낭군께서 일찍 오길 바라신다면, 저 …

    • 2022-05-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승을 기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160〉

    스승을 기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160〉

    남쪽 땅으로 좌천된 동파, 당시 재상은 그를 죽이려고도 했지만,그곳 혜주에서 식사도 잘하고 꼼꼼히 도연명 시에 화답도 했지.도연명이 천년에 하나 나올 인물이라면 동파는 백년토록 이름 날릴 선비.벼슬길 들고 난 건 서로 달랐어도 풍기는 정취는 둘이 꼭 빼닮았지.(子瞻謫嶺南, 時宰欲殺之.…

    • 2022-05-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깜찍한 낚시꾼[이준식의 한시 한 수]〈159〉

    깜찍한 낚시꾼[이준식의 한시 한 수]〈159〉

    낚시질 배운 더벅머리 아이, 삐딱하게 이끼 위에 앉으니 풀이 몸을 가린다. 행인이 길 물어도 멀찍이서 손만 내저을 뿐, 물고기 놀랠까봐 대꾸조차 않는다.(蓬頭稚子學垂綸, 側坐매苔草映身. 路人借問遙招手, 파得魚驚不應人.)― ‘낚시하는 아이(小兒垂釣·소아수조)’ 호령능(胡令能·785∼82…

    • 2022-05-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푸근한 격려[이준식의 한시 한 수]〈158〉

    푸근한 격려[이준식의 한시 한 수]〈158〉

    듣자하니 촉(蜀)으로 가는 길, 가파르고 험난하여 다니기 어렵다지.얼굴 앞으로 홀연 산이 치솟고, 말머리 사이로 구름이 피어난다고. 그래도 꽃나무가 잔도를 뒤덮고, 봄 강물은 촉의 도성 감돌며 흘러가리.인생 잘되고 못되고는 이미 정해져 있는 법. 굳이 점 잘 보는 군평(君平)에게 물을…

    • 2022-04-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