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 술잔 들고 푸른 하늘에 물어본다./하늘 위의 궁궐은, 오늘 밤이 어느 해일까./바람 타고 돌아가고 싶지만, 아름다운 옥 누각, 저리도 높아 추위 못 견딜까 두렵네./일어나 춤을 추며 맑은 내 그림자와 노니, 인간 세상에 머무는 게 차라리 나으리(상편).…
병든 매미 날지 못하고 내 손바닥으로 들어온다. 날개 찢겨도 아직은 가벼이 날 수 있고, 고통스러운 울음이지만 더없이 청아하다.꽃이슬 배 속에 가득하지만, 티끌이 잘못하여 눈동자를 찔렀구나.꾀꼬리며 솔개가 한데 어울려, 너를 해치려 마음먹고 있네.(病蟬飛不得, 向我掌中行. 折翼猶能薄,…
젊은 시절 슬픔의 참맛을 알지 못한 채, 즐겨 높은 누각에 올랐지.즐겨 높은 누각에 올라, 새 노래 짓느라 말로만 슬프다 억지부렸지. 이제 슬픔의 참맛 다 알고 나서는, 말하려다 외려 그만두고 마네.말하려다 그만두고 내뱉은 한 마디, 아! 아 상쾌해서 좋은 가을날이여.(少年不識愁滋味…
바다에서 날아온 외로운 기러기, 얕은 저수지조차 쳐다보지 못한다.곁을 보니 물총새 한 쌍, 화려한 삼주수 나무에 둥지를 틀었다. 높디높은 진귀한 나무 꼭대기라도, 탄알의 두려움이 없지 않을 터.예쁜 옷은 남의 손가락질을 걱정하고, 빼어난 사람은 귀신의 미움을 사기 마련.이제 나는 아득…
장안에서 돌아보면 비단을 쌓은 듯 수려한 여산,산꼭대기 화청궁 겹겹이 닫힌 대문들이 차례차례 열린다.흙먼지 일으키는 단기필마 보며 미소 짓는 양귀비,아무도 여지(荔枝)가 막 도착했다는 걸 알지 못하네.(長安回望繡成堆, 山頂千門次第開. 一騎紅塵妃子笑, 無人知是荔枝來.)-‘화청궁을 지나며…
맑은 물에 발도 담그고 여기저기 맘껏 떠도는 그대, 반듯하게 관복 차려입고 굽신거리는구 나.번잡함과 한가로움이 이리 서로 다르니, 겨우 십리 길인데 벌써 열흘이나 못 만나고 있구나. 내 문득 고상한 흥이 돋아, 그댈 초대하니 부디 시끄러운 속세 방문을 꺼리진 말게.예전에 심은 대나무 …
나 이백 배 타고 떠나려는데 홀연 강언덕에 발 구르며 부르는 노랫소리 들린다. 도화담 물이 깊어 천 자나 된다 해도 날 전송하는 왕륜의 정에는 미치지 못하리.(李白乘舟將欲行, 忽聞岸上踏歌聲. 桃花潭水深千尺, 不及汪倫送我情.) - ‘…
옛날 어르신 말씀 들을 때면, 듣기 싫어 으레 귀를 막았지. 어쩌다 보니 내 나이 벌써 오십, 문득 내 자신이 이런 일 겪고 있네. 내 젊은 날의 즐거움 돌아보지만, 추호도 되돌릴 마음은 들지 않네. 시간은 흘러 흘러 멀어져가니, 이 생애에 다시는 또 못 만나리.가산을…
바람 멎자 풍겨오는 흙 향기, 꽃은 이미 지고 없네요.저물도록 머리 빗질조차 미적대고 있어요.풍경은 그대론데 사람은 가고 없으니 만사가 다 허망할 따름.마음을 털어놓으려니 눈물부터 흐르네요.듣기로 쌍계의 봄 아직도 좋다 하니, 그곳에 가벼운 배 하나 띄우고 싶어요.하지만 쌍계의 작은 …
사람들은 모진 더위 힘들어해도 나는 긴 여름날이 좋기만 하네.훈풍이 남쪽에서 불어와 전각엔 시원한 바람 산들거리지.한번 거처를 옮기고 나면 오래도록 남들의 고락은 잊어버리기 마련.바라노니 이런 베풂 골고루 펼쳐져 그 혜택 온 세상에 나누어지길.(人皆苦炎熱, 我愛夏日長. 薰風自南來, 殿…
버들잎 같은 두 눈썹 그려본 지 오래, 화장 자욱 눈물에 젖어 얼룩지는 비단옷.진종일 내궁에 갇혀 단장할 일 없으니, 굳이 진주로 적막감을 달래주실 건 없지요.(柳葉雙眉久不描, 殘妝和淚汚紅綃. 長門盡日無梳洗, 何必珍珠慰寂寥.) -‘진주 하사를 거절하며’(사사진주·…
누추한 집이라도 놀며 쉴 수 있고 졸졸 흐르는 샘물 즐기며 기꺼이 주릴 수 있으리.물고기를 먹는데 왜 꼭 황하 방어라야 하나. 아내를 얻는데 왜 꼭 제나라 강씨라야 하나.물고기를 먹는데 왜 꼭 황하 잉어라야 하나. 아내를 얻는데 왜 꼭 송나라 자씨라야 하나.(衡門之下, 可以棲遲. 泌之…
태산은 대체 어떤 산이런가. 그 푸르름 제나라에서 노나라 땅까지 끝없이 펼쳐지지.조물주가 모아놓은 신령하고 빼어난 경관, 밤과 새벽처럼 또렷이 빛깔이 나뉘는 산의 남과 북.겹겹이 피는 구름 보며 확 트이는 가슴, 둥지 찾는 새 좇느라 멈추지 못하는 눈길.내 언젠가 저 정상에 올라 뭇 …
《의심을 푸는 방법 하나 알려주겠네. 거북이나 풀 따위로 점 볼 필요도 없지.옥의 진위를 가리려면 사흘간 불에 태워 보면 되고 재목감을 구별하려면 7년 기다려 보면 되지.충성스러운 주공도 유언비어에 시달렸고 왕망도 왕위 찬탈 전에는 더없이 공손했지.만약 그들이 일찌감치 죽어버렸다면 그…
《베갯머리에서 두고두고 소원을 빌었지요, 절 버리시겠다면 청산이 문드러질 때까지 기다리세요.저울추가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황하가 깡그리 마를 때까지 기다리세요.대낮에 삼성과 진성이 뜨거나, 북두칠성이 남쪽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든지.버리려야 못 버리실 테지만, 절 버리시려면 한밤중에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