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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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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찬 이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96〉

    희망찬 이별[이준식의 한시 한 수]〈96〉

    울울창창 언덕의 풀, 해마다 한 번씩 시들었다 무성해지지.들불인들 다 태울소냐, 봄바람 불면 다시 돋아나는 걸.향초는 저멀리 옛길까지 뻗어있고 해맑은 푸르름은 옛 성에 닿아있네.다시금 그대를 떠나보내려니 봄풀처럼 그득한 석별의 정.離離原上草, 一歲一枯榮. 이리원상초, 일세일고영.野火燒…

    • 2021-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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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백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95〉

    결백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95〉

    물과 때가 언제 서로를 받아주었던가. 자세히 보면 둘 다 그런 적이 없지. 등 밀어주는 사람이여, 온종일 팔 움직이느라 노고가 많으시네.살살 하게, 살살. 거사는 원래 때가 없다네.水垢何曾相受. 細看兩俱無有. 수구하증상수. 세간량구무유.寄語揩背人, 盡日勞君揮肘. 기어개배인, 진일로군휘…

    • 2021-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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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에 담긴 사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94〉

    눈에 담긴 사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94〉

    뭇 산에 새들은 더 이상 날지 않고/길이란 길에는 사람 자취 사라졌다.외로운 배 위엔 도롱이에 삿갓 쓴 노인/눈 내리는 차가운 강에서 홀로 낚시질.(千山鳥飛絶, 萬徑人종滅. 孤舟蓑笠翁, 獨釣寒江雪.) ―‘눈 내리는 강(江雪)’ 유종원(柳宗元·773∼819)

    •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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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연못이 맑은 까닭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93〉

    이 연못이 맑은 까닭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93〉

    반 이랑 크기의 네모난 연못이 거울처럼 펼쳐져 /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일렁인다.묻노니 이 연못은 어찌 이리도 맑을까. / 발원지에서 쉬지 않고 물이 흘러들기 때문이지. (半畝方塘一鑒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책을 읽다 든 생각(觀書有感·제1수…

    •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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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화, 선비의 풍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92〉

    매화, 선비의 풍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92〉

    우리 집 벼루 씻는 연못가에 매화나무, 꽃 핀 자리마다 옅은 먹 자국.사람들이 그 고운 빛 자랑하지 않아도 맑은 향기 오롯이 온천지에 넘쳐나네.(吾家洗硯池頭樹, 箇箇花開淡墨痕. 不要人誇好顔色, 只留淸氣滿乾坤.)―‘먹으로 그린 매화(墨梅)’ 왕면(王冕·1310∼1359)

    • 20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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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생각[이준식의 한시 한 수]〈91〉

    친구 생각[이준식의 한시 한 수]〈91〉

    시각을 알리는 차가운 북소리 새벽으로 향해 갈 때/맑은 거울 앞에서 노쇠한 모습 비춰본다. 창 너머 댓잎은 바람에 놀란 듯 흔들리고/문을 여니 흰 눈이 온 산에 가득하다. 눈발 날리는 깊은 골목은 더없이 고요하고/눈 쌓인 너른 정원은 마냥 한갓지다. 묻노니 그대는 은자 원안(袁安)의 …

    • 2021-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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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박한 축복[이준식의 한시 한 수]〈90〉

    소박한 축복[이준식의 한시 한 수]〈90〉

    섣달 농가의 술이 탁하다 비웃지 마소. 풍년이라 손님 드릴 닭과 돼지고기 넉넉하다오.산 첩첩 물 겹겹, 길이 없으려니 했는데 짙은 버들 환한 꽃, 마을이 새로 펼쳐지네.피리와 북소리 이어지니 봄 제사 곧 있겠고 차림새 소박한 걸 보니 옛 풍습이 남아 있네.이젠 자주 한가로이 달빛 속을…

    • 202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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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야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9〉

    제야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9〉

    금년 오늘밤이 끝나고 나면 내년 내일이 다가오리니.추위는 이 밤 따라 떠나가고 봄날이 새벽같이 도래하겠지.천지의 기운이 바뀌는 중에 낯빛도 은연중에 좋아질 테지.봄기운, 사람들이 알기도 전에 어느새 뒤뜰 매화에 스며들었네.今歲今宵盡, 明年明日催. 금세금소진, 명년명일최寒隨一夜去, 春逐…

    • 20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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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의 귀향[이준식의 한시 한 수]〈88〉

    아들의 귀향[이준식의 한시 한 수]〈88〉

    어머니의 자식 사랑 끝이 없어서 아들이 때맞춰 돌아오자 너무 기뻐하시네.겨울옷은 촘촘하게 바느질하셨고 보내준 편지엔 아직도 먹물 자국 선명하네.만나자마자 야위었다 걱정하시고 날 불러 고생한 걸 물어보시네.송구한 마음에 우물쭈물 얼버무리며 풍진 세상의 고생살이 차마 말씀 못 드렸지.(愛…

    • 20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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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를 위한 연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87〉

    아내를 위한 연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87〉

    당신은 내게 돌아올 날을 묻지만 아직은 기약이 없다오.이 가을 파산에는 밤비가 내려 연못물 그득 넘쳐나네요.어느 때면 서창에 앉아 오순도순 촛불 심지 다듬어가며비 내리는 파산의 이 밤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런지.君問歸期未有期, 巴山夜雨漲秋池. 군문귀기미유기, 파산야우창추지何當共剪西窓燭,…

    •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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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별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6〉

    작별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86〉

    말에서 내려 그대에게 술을 권하며 어디로 가려냐고 물었더니뜻을 못 이루어 남산 기슭으로 돌아간다는 그대의 대답.더 이상 묻지 않으리니 그냥 떠나시오. 그곳엔 흰 구름이 끊이지 않을 테니.(下馬飮君酒, 問君何所之. 君言不得意, 歸臥南山수. 但去莫復問, 白雲無盡時.) ―‘송별(送別)’…

    •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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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저 웃을 뿐[이준식의 한시 한 수]〈85〉

    그저 웃을 뿐[이준식의 한시 한 수]〈85〉

    왜 청산에 사느냐 내게 묻기에, 그저 웃을 뿐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느긋하다.복사꽃 물 따라 아득히 흘러가는 곳, 여기는 별천지, 인간 세상이 아니라네.(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I然去, 別有天地非人間.)―‘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李白·701∼762) 시제는 ‘산…

    • 2020-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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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나그네[이준식의 한시 한 수]〈84〉

    가을 나그네[이준식의 한시 한 수]〈84〉

    거센 바람, 드높은 하늘, 원숭이 울음 구슬프고 맑은 강가, 흰 모래톱, 새떼들이 날아든다./가없는 숲엔 우수수 낙엽이 지고 끝없는 장강 도도히 물결 흐른다./만리타향 슬픈 가을에 나그네 신세, 평생토록 병치레하다 홀로 누대에 오른다./고난으로 하얘진 귀밑머리 더없이 한스럽고 노쇠해져…

    •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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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기다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83〉

    어떤 기다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83〉

    뜰 안의 진기한 나무 한 그루, 잎 푸르고 꽃들은 만발하였네. 가지 당겨 그 꽃 꺾어 그리운 이에게 보내려는데 꽃향기 옷자락에 넘쳐나지만 길 멀어 그곳으로 보낼 수 없네. 이 꽃이 뭐 그리 소중하랴만 오랜 이별 마음으로 느낄 순 있으리. (庭中有奇樹, 綠葉發華滋. 攀條折其榮, …

    • 202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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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야청청 소나무[이준식의 한시 한 수]〈82〉

    독야청청 소나무[이준식의 한시 한 수]〈82〉

    동쪽 정원 푸른 소나무, 무성한 초목에 그 자태가 묻혀 있더니 된서리에 초목들이 시들해지자 우뚝하니 높은 가지 다 드러나네. 숲에 붙어 있으면 아무도 몰라보지만 저 홀로 서 있으면 다들 경탄해 마지않지. 술병 든 채 차가운 가지 만져도 보고 이따금 멀찍이서 바라도 보네. 우리네…

    •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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