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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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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거이의 첫사랑[이준식의 한시 한 수]〈66〉

    백거이의 첫사랑[이준식의 한시 한 수]〈66〉

    울지도 못한 채 몰래 한 이별,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그리워하네요 우리 둘 외에는 아무도 모르지요/깊은 새장에 갇혀 홀로 밤을 지새는 새, 예리한 칼날에 끊어진 봄날의 연리지 신세/황하수는 흐려도 맑아질 날이 있고 까마귀 머리 검다 해도 하얘질 때 있으련만/남모르는 은밀한 이별…

    •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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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 수]〈65〉

    어떤 상봉[이준식의 한시 한 수]〈65〉

    산에 올라 궁궁이를 캐다 하산 길에 옛 남편을 만났네/무릎 꿇고 옛 남편에게 묻는 말. “새 여자는 또 어때요?”/“새 여자가 좋다고들 하는데 옛 사람만큼 예쁘진 않다오 얼굴은 비슷비슷해도 솜씨는 그렇지 못해요.”/“새 여자가 대문으로 들어올 때 옛 사람은 쪽문으로 나갔지요.” …

    •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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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용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64〉

    시인의 용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64〉

    지금 총애를 받는다고 옛정을 잊을 수 있다고 생각지 마오. 꽃을 보고도 눈물만 그렁그렁, 초왕과는 말도 나누지 않았다오. (莫以今時寵, 能忘舊日恩. 看花滿眼淚, 不共楚王言.) ―‘식부인’·왕유(王維·701∼761)식부인은 춘추시대 식국(息國) 군주의 아내. 초나라 문왕(文王)…

    •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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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돌이 시인[이준식의 한시 한 수]〈63〉

    떠돌이 시인[이준식의 한시 한 수]〈63〉

    여린 풀 미풍에 하늘대는 강 언덕, 높다란 돛대 올린 외로운 밤배./광활한 들판으로 별들이 쏟아지고 흘러가는 큰 강 위로 달이 용솟음친다./명성이 어찌 문장으로 드러나리? 관직마저 늙고 병들었으니 그만둘밖에./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 무엇에 비기랴. 천지간에 한 마리 갈매기라네.…

    • 2020-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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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님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62〉

    나라님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62〉

    2월에 새 명주실을 팔고 5월에 햇곡식을 팔아버리니 눈앞의 종기는 치료될지언정 마음속 살점을 도려낸 꼴./바라노니 군주의 마음, 광명의 촛불이 되어/비단옷 화려한 연회장일랑 비추지 말고 도망 다니는 백성들 빈집이나 비춰주시길. (二月賣新絲, 五月조新穀. 醫得眼前瘡, 완각心頭肉. 我願…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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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61〉

    비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61〉

    지난날 사후 생각을 농담 삼아 말했는데 오늘 아침 모든 게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소.옷은 이미 남을 주어 거의 남지 않았지만 반짇고리는 그대로 둔 채 차마 열지 못하였소.옛정 생각에 시중들던 사람들은 각별히 챙겨주고 꿈속에선 그댈 만나 재물도 보냈다오.누군들 이 한이 없으리오만 가난한 …

    • 20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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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연명의 갈등[이준식의 한시 한 수]<60>

    도연명의 갈등[이준식의 한시 한 수]<60>

    두 나그네 늘 함께 지내지만 취사선택하는 건 영 딴판이다. 한 사내는 언제나 저 홀로 취해 있고 한 사내는 평생토록 말짱 깨어 있다. 말짱하니 취했느니 서로 비웃으면서 얘길 해도 서로가 이해하지 못한다./구차하게 얽매여 사니 우둔한지고! 꿋꿋이 제 뜻대로 하는 게 외려 더 현명…

    •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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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내의 속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59>

    아내의 속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59>

    낭군께선 분명 남다른 재능 있으신데 어찌하여 해마다 그냥 돌아오시나요? 이젠 저도 그대 얼굴 뵙기 민망하니 오시려거든 날 어둑해지면 그때 돌아오셔요. (良人的的有奇才, 何事年年被放回. 如今妾面羞君面, 君若來時近夜來.) ―‘남편의 낙방(부하제·夫下第)’ 조씨(趙氏·당대 중엽)아내가…

    • 20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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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누에처럼 촛불처럼[이준식의 한시 한 수]〈58〉

    봄누에처럼 촛불처럼[이준식의 한시 한 수]〈58〉

    만날 때 어렵더니 헤어져서도 괴롭구나./봄바람 잦아들자 온갖 꽃이 다 시든다.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뽑기를 멈추고/촛불은 재가 돼서야 눈물이 마르지. 아침엔 거울 앞에서 변해버린 귀밑머리 탄식,/밤엔 시 읊으며 달빛 싸늘타 여기시리. 봉래산 여기서 멀지 않으니/파랑새야 날 위해 정…

    •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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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모곡[이준식의 한시 한 수]〈57〉

    사모곡[이준식의 한시 한 수]〈57〉

    서리에 스러진 갈대꽃을 보노라니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사립문에 기대 선 백발 어머니를 더 이상 뵈올 수 없게 되다니/작년 오월 장맛비가 한창이던 때였지/가사(袈裟)를 전당 잡히고 쌀팔아 집에 돌아왔었는데. (霜殞蘆花淚濕衣, 白頭無復倚柴扉. 去年五月黃梅雨, 曾典袈裟糴米歸.) ―‘어머니…

    •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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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새의 소망[이준식의 한시 한 수]〈56〉

    참새의 소망[이준식의 한시 한 수]〈56〉

    높은 나무엔 소슬한 바람 잦고 바닷물에는 파도가 드높기 마련./예리한 칼 손에 없으면서 굳이 많은 친구를 사귀어야 할까./울타리 속 참새가 매를 보고는 그물에 뛰어드는 걸 보지 못했나./그물 친 자는 참새 잡아 좋아라 해도 소년은 참새 보며 서글퍼하네./칼을 뽑아 그물을 베자 참새는 …

    •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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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간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55〉

    봄날은 간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55〉

    어젯밤 듬성듬성 빗발 뿌리고 바람은 드세게 휘몰아쳤지./깊은 잠 이루고도 술기운은 사그라지지 않네./발 걷는 아이에게 넌짓 물었더니/해당화는 여전하다는 뜻밖의 대답./모르는 소리, 네가 알기는 해?/초록은 더 짙어졌을지라도 붉은 꽃은 져버린 게 분명하리니. (昨夜雨疏風驟, 濃睡不消殘酒…

    •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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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 그리는 마음[이준식의 한시 한 수]〈54〉

    꽃 그리는 마음[이준식의 한시 한 수]〈54〉

    복사꽃 다 떨어져 흔적도 찾기 어려우니/사람들은 뒤늦게 온 걸 못내 아쉬워한다./그래도 난 늦게 온 게 더더욱 좋은 것이/꽃 그리던 마음이 꽃구경보다 더 절절했기 때문이지. (桃花吹落杳難尋, 人爲來遲惜不禁. 我道此來遲更好, 想花心比見花深.) ―‘호반의 상념(호상잡감·湖上雜感)’원매(袁…

    •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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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황된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53〉

    허황된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53〉

    식사할 때 고기는 없을지언정 사는 곳에 대나무가 없을 순 없지./고기 없으면 사람이 야위긴 해도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저속해지지./사람이 야위면 살찌울 수 있지만 선비가 저속해지면 고칠 수가 없지./옆 사람이 이 말을 비웃으며 하는 말, “고상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대나무도 마…

    • 202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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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란의 지조[이준식의 한시 한 수]〈52〉

    모란의 지조[이준식의 한시 한 수]〈52〉

    내일 아침 정원으로 나들이 갈 참이니 서둘러 봄에게 알리도록 하라. 꽃들은 밤새워서라도 다 피어 있으라. 새벽바람 불기를 기다리지 말고. (明朝遊上苑, 火急報春知. 花須連夜發, 莫待曉風吹.) ―‘연말에 상원 행차를 명하다(납일선조행상원·臘日宣詔幸上苑)’·무측천(武則天·624∼705)화…

    •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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