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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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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261〉

    봄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261〉

    3월 끝자락, 꽃잎 떨어지니 마음은 한결 싱숭생숭. 님은 가고 없는데 달빛 아래 한가로이 걸린 그네, 버들에 매인 말의 게으른 울음소리 바람결에 들리고, 제방 옆에는 텅 빈 꽃배 하나.취한 듯 나른해진 몸, 온종일 작은 휘장에 머문다.잠자려 날아든 제비는 은촛대 불빛 밖을 맴돌고, 녹…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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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제의 경고[이준식의 한시 한 수]〈260〉

    황제의 경고[이준식의 한시 한 수]〈260〉

    신하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을 때 짐은 먼저 일어나고, 신하들이 이미 잠들었어도 짐은 잠들지 못하노라.황제인 내가 강남의 부자 영감만 못하다니, 저들은 해가 중천에 떠도 아직 이불 뒤집어쓰고 있거늘.(百僚未起朕先起, 百僚已睡朕未睡, 不如江南富足翁, 日高丈五猶披被.)―‘무제(無題)’ 명 …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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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취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9〉

    봄날의 취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9〉

    세상살이 한바탕 꿈과 같거늘, 왜 제 삶을 수고롭게 하나. / 하여 종일토록 취해, 질펀하게 앞 난간에 기대어 누웠노라. / 술 깨어 뜰 앞을 바라보니, 꽃 사이에서 울고 있는 새 한 마리. / 묻노니 지금이 어느 시절? 봄바람이 꾀꼬리에게 말 건네고 있네. / 만감이 교차하여 탄식이…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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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풍경[이준식의 한시 한 수]〈258〉

    한식 풍경[이준식의 한시 한 수]〈258〉

    봄날 장안성 도처에 흩날리는 꽃, 한식날 봄바람에 일렁이는 황궁의 버들.저물녘 궁전에서 촛불을 건네주니, 가벼운 연기 고관대작 집안으로 흩어져 들어가네.(春城無處不飛花, 寒食東風御柳斜. 暮漢宮傳蠟燭, 輕煙散入五侯家.)―‘한식(寒食)’·한굉(韓翃·생졸 미상·당 중엽)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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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체 못 할 봄기운[이준식의 한시 한 수]〈257〉

    주체 못 할 봄기운[이준식의 한시 한 수]〈257〉

    푸른 이끼 위에 나막신 자국이 찍힐까 봐서인가.가만가만 사립문을 두드려 보지만 오래도록 열리지 않는다.뜰 가득한 봄기운이야 막을 수 있을쏜가.발간 살구꽃 가지 하나가 담장을 넘어섰다.(應憐屐齒印蒼苔, 小扣柴扉久不開. 春色滿園關不住, 一枝紅杏出墻來.)―‘화원 구경을 놓치다(유원불치·遊園…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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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기다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56〉

    봄을 기다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56〉

    봄바람이 하늘 끝 이곳까진 불어오지 않는 듯, 2월 산성에는 꽃이 피지 않았네.잔설이 가지를 눌러도 귤은 아직 매달려 있고, 겨울 우렛소리에 놀란 듯 죽순이 싹트려 하네.밤 기러기 소리 들으니 고향 생각 간절하고, 병든 몸으로 새해 맞으니 만물의 변화가 새록새록하다.한때는 낙양에서 고…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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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의 애도사[이준식의 한시 한수]〈255〉

    최고의 애도사[이준식의 한시 한수]〈255〉

    주옥같은 시문을 지어온 60년, 누가 그댈 죽음의 길로 몰아 시선(詩仙)이 되게 했나. 떠도는 구름처럼 얽매이지 않았기에 이름은 거이(居易), 무위자연의 삶을 좇았기에 자가 낙천(樂天). 어린애조차 그대의 ‘장한가(長恨歌)’를 읊어대고, 오랑캐도 ‘비파행(琵琶行)’을 부를 줄 알았…

    •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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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의 소명의식[이준식의 한시 한 수]〈254〉

    시인의 소명의식[이준식의 한시 한 수]〈254〉

    숯 파는 노인, 남산에서 나무 베어 숯을 굽는다./얼굴은 온통 재와 그을음, 희끗희끗한 귀밑머리에 새까만 열 손가락./숯 팔아 번 돈은 어디에 쓰나. 몸에 걸칠 옷과 먹을거리에 쓰지./불쌍하구나. 홑옷을 걸치고도 숯값 떨어질까 걱정하며 추워지길 바라다니. (중략)기세등등 말 타고 온 …

    •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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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백의 권주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3〉

    이백의 권주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3〉

    대지는 백설로 뒤덮이고 바람은 찬데, 주먹만 한 눈송이가 공중에 흩날린다.도연명이 웃다 자빠지겠소. 잔 그득한 술을 마시지 않겠다시니.그대 거문고 어루만져 봐야 부질없고, 버드나무 다섯 그루 심은 것도 헛된 노릇.머리 위 망건도 괜히 쓴 것이려니, 내 존재가 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 2024-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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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은 산, 물은 물[이준식의 한시 한 수]〈252〉

    산은 산, 물은 물[이준식의 한시 한 수]〈252〉

    여산 안개비와 전당강(錢塘江)의 물결, 와 보지 않았을 땐 온갖 여한이 남았었지. 와서 보고 나니 별다를 게 없구나. 여산 안개비와 전당강의 물결! (廬山煙雨浙江潮, 未到千般恨不消. 到得還來別無事, 廬山煙雨浙江潮.) ―‘물결을 바라보다(관조·觀潮)…

    • 20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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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의 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251〉

    가난의 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251〉

    가난한 집안이라 비단옷은 알지도 못하고, 좋은 중매인에게 부탁하고 싶어도 마음만 더 상하네.격조 있고 품위가 있다 한들 누가 알아주리오. 다들 요새 유행하는 특이한 차림이나 좋아하는걸.열 손가락 바느질 솜씨는 대놓고 자랑할지언정, 두 눈썹 예쁘게 그려 남과 겨루진 않지.한스럽구나. 해…

    •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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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욕에 대한 질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0〉

    허욕에 대한 질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0〉

    강남 일대 강산이 전쟁에 휘말렸으니, 백성들이 무슨 수로 즐거이 나무하고 풀을 베리오.권하건대 그대여 봉작(封爵)에 대해선 말을 마시오. 장수 하나가 공을 세우면 만 명이 마른 해골로 변한다오.(澤國江山入戰圖, 生民何計樂樵蘇. 憑君莫話封侯事, 一將功成萬骨枯.) …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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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뜩잖은 관직[이준식의 한시 한 수]〈249〉

    마뜩잖은 관직[이준식의 한시 한 수]〈249〉

    하서위(河西尉)를 맡지 않은 건, 처량하게 허리를 굽혀야 하기 때문이었지.늙은이라 분주히 오가는 게 걱정스러웠는데, 율부(率府)의 일은 그런대로 한가롭지.술 즐기려면 적은 녹봉이나마 꼭 있어야 하고, 거리낌없이 노래하려면 이 조정에 기댈 수밖에.고향으로 돌아갈 꿈 사그라진 지금, 고개…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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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수의 기개[이준식의 한시 한 수]〈248〉

    장수의 기개[이준식의 한시 한 수]〈248〉

    야광배에 담긴 달콤한 포도주, 마시려는 순간 비파 소리 흥을 돋운다.술 취해 모래밭에 눕더라도 비웃지 마라. 예부터 전쟁터에서 몇이나 살아 돌아왔더냐.(葡萄美酒夜光杯, 欲飮琵琶馬上催. 醉卧沙場君莫笑, 古來征戰幾人回.)―‘양주의 노래(양주사·涼州詞)’ 왕한(王翰·생졸미상 당 중엽)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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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속의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247〉

    반속의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247〉

    그대에게 술 따르니 그대 마음 푸시게. 사람 마음은 파도처럼 쉼 없이 뒤바뀐다네.백발 되도록 사귀었대도 칼을 빼들 수 있고, 출세한 선배가 갓 벼슬길에 나선 후배를 비웃기도 하지.초록 풀은 가랑비 덕분에 촉촉해지지만, 꽃가지는 움트려는 순간 찬 봄바람에 시달리기도 한다네.세상사 뜬구름…

    • 20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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