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인사동의 한 주점에 사람들이 모였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가운데 ‘쓰치다 마키(土田真樹)’라는 일본인이 있었다. 그 곁에는 거품이 올라오는 생맥주, 카메라와 렌즈들, 그리고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그는 노트북으로 취재한 내용을 보여줬고, 사람들은 귀를 …
한국 영화를 상징하며 서울 충무로를 대표하는 영화관, 대한극장이 66년 역사의 막을 내린다. 대한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이제 알았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황급히 찾아갔지만 이미 극장 앞에는 펜스가 쳐져 있고, 공사 중이라 온통 먼지투성이였다.…
‘그대가 좋아, 아∼ 내 사랑은 남풍을 타고 달려가요∼(あなたが好き, あ∼私の恋は 南の風に乗って走るわ∼).’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松田聖子)가 1980년 데뷔 후 두 번째로 발표한 ‘푸른 산호초(青い珊瑚礁)’의 한국 내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올해 6월 말 도쿄돔에서 열린 K팝 …
까악, 까악, 까악! 2024년 첫날을 이 소리와 함께 시작했다. 옆집 지붕에 놀러 온 까치 소리다. 나는 까치의 모습을 보면 늘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가슴이 설렌다. 까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음력 설날 노래에 나오고, 민화 속에서는 사나운 호랑이 곁에서 호랑이를 놀리고 때…
일본 젊은이들에게 K콘텐츠는 동경 그 자체다. 올해 9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우연히 고교생 손녀와 같이 다니는 60대 여성을 만났다. 우리는 버스를 놓쳐 전철을 타러 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됐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걸 알자마자 고교생 손녀의 눈은 빛나기 시작했고, 한국어를 독학…
“조선 사람이라면 죽여도 되는 거냐(朝鮮人やったら殺してもええんか)?” 올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 번 관람한 작품이 있다. 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된 비참한 사실을 배경으로 한 모리 다쓰야 감독의 영화 ‘1923년 9월’이다. 원제목은 ‘후쿠다무라사건(…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물(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노래 ‘임진강’의 일부) 곤돌라를 타고 임진강을 건넜다. 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두 가지 평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하나는 민간인통…
가끔 내가 일본인이라고 확실히 자각될 때가 있다. 최근 영화 ‘오펜하이머’를 시사회에서 관람하고 극장을 나와 눈을 반짝이며 감동을 주고받는 한국인 관계자들을 보았을 때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8월 15일, 개봉일에 두 번째 관람했을 때는 완전히 차분하게 영화를 즐길 수…
지난 주말까지 경기 부천시에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열려 올해도 찾아갔다. 이 영화제는 1997년 처음 개최된 이후 지금까지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축제다. 특히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夕張)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판…
경기 과천시 추사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후지츠카와 난학(蘭學)’이라는 제목으로 특별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 첫째 날인 이달 3일, 나는 그곳으로 전시를 보러 다녀왔다. 나는 한국 문화와 예술에 흥미를 가져 25세 때 한국에 와서 공부해 왔지만 계속 다가가지 못한 분이 …
지난주 두 고양이에게 집을 맡기고 전주를 다녀왔다. 올해 24번째를 맞이하는 전주국제영화제. 옛 도시의 아름다운 향기 속에 좋은 영화와 편안한 휴식을 만날 수 있어 늘 즐거움을 준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가게 된다. 올해는 그곳에서 9년 만에 장률 감독의 영화 ‘경주’(…
오전에 수업이 끝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대학교 캠퍼스 주변을 혼자 걸으며 한 바퀴 돌았다. 아직 날씨가 쌀쌀하며 춥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산수유와 개나리가 활짝 피어 주변을 노랗게 물들였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진달래도 두세 송이 피기 시작했…
입춘이 지난 2월 9일, 나는 오랜만에 쇼난(湘南) 해변에서 에노시마(江の島), 그리고 가미쿠라(鎌倉) 지역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을 걸었다. 이 지역은 현재 상영 중인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무대가 된 곳이다. 원작 만화 ‘슬램덩크’가…
짬뽕이 새빨갛고 맵다니! 처음 한국에서 짬뽕을 먹어봤을 때 색깔도 맛도 충격적이었다. 일본인인 나는 짬뽕이라 하면 ‘수프는 하얗고 부드러운 것’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3년 만에 양력 설날을 고향 사가(佐賀)현 다케오(武雄)에서 보내면서, 지난주 금요일 본고장의 짬뽕을 먹기 위해 …
지난달 학교 연구소에서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주조 가즈오(中條一夫) 원장님을 모시고 일본 전통 술과 한일의 음주 문화에 대한 강연회를 열었다. 행사를 마치고 회식 자리에 원장님이 두 병의 술을 가지고 오셨는데, 일본의 사케와 한국의 막걸리였다. 그중 막걸리는 ‘A막걸리 18도’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