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이어 왔던 한일 교류가 한동안 침체했다. 하지만 근래에는 이런 교류가 조금씩 살아나는 듯하다. 지난달 막을 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도 그런 자리였다. 올해 영화제에는 오랜만에 일본에서도 감독, 배우 등 여러 영화인이 찾아와 반가웠다. 나도 …
“모친께서는 멋진 인생을 사셨습니다. 아프시지도 않고 평온하게 가셨어요.” 올 8월 13일,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山本方子·1921∼2022) 여사가 향년 101세(한국 나이 102세)로 별세했다. 그의 둘째 아들 야스나리(泰成) 씨는 나에게 전화로 …
“오늘 저녁은 비빔밥!” 지난여름, 일본의 친정집에서 만 88세 된 어머니가 미리 주문한 ‘비빔밥 세트(ビビンバ정セット)’를 꺼내며 말했다. 나는 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2년 반 만에 왔는데 한국 음식?”이라고 투덜댔다. 만드는 방법은 너무 간단했다. 그릇에 먼저 준비한 밥…
지난주 2년 만에 일본 고향을 가기 위해 후쿠오카(福岡)국제공항에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하카타의 음식과 문화 박물관’을 찾았다. 그곳은 일본에서 ‘멘타이코(明太子)’의 상품화에 앞장서 온 기업 ‘후쿠야’가 ‘멘타이코’에 관한 지식과 매력을 소개하는 아담한 박물관이다. ‘멘타이코…
얼마 전 지방선거가 끝나고, 선거 때 사용했던 홍보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나 앞치마 등을 만들어 ‘새활용’한다는 뉴스에 귀가 솔깃했다. ‘새활용(업사이클)’이란 ‘버려지는 쓰레기, 자원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더 가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재활용(리사이클)’에 비해 가…
4월 하순, 일본의 모 방송국에서 “한국 영화 현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활동하고 있냐?”는 문의가 왔다. 세계적인 히트 콘텐츠를 배출하는 한국의 상황도 참고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다음 날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여성 제작…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검은색 찻잔을 본 순간 나는 생각이 멈췄다. 그 찻잔은 일본의 다인(茶人) 센노 리큐(千利休·1522∼1591)가 사랑했던 ‘구로라쿠다완(黑樂茶碗)’이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 담당자에게 수차례 부탁을 드렸으나, 대답을 받지는 못했…
“이어령 선생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읽어본 사람? 아니면 이어령 선생님의 다른 책을 읽어본 학생 있나요?” 지난 월요일, 개강 후 일본문화 첫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더니 잠시 묘한 침묵이 흘렀다. 일본인 유학생 두 명을 포함한 18명의 학생들의 표정에서는 내 질문에 대해 아…
산과 물, 그리고 그 중심에 5대 궁궐이 자리 잡은 아름다운 도시 서울. 그 중심의 빛을 비추는 문, ‘광화문(光化門)’을 바라보면 난 만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1993년 나는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의 한국관(韓國觀)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썼고, 그 과정에서 광화문…
“의학은 기본적으로 경쟁이 아니라 한 다리를 묶고 같이 가는 이인삼각 같아요.” 17일 공모전 ‘2021년 한일 나의 친구, 나의 이웃을 소개합니다’의 시상식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개최됐다. 나는 그곳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식을 마치고 우수상을 수상한 연세대 …
소극장만 한 439m2(약 133평) 공간에 나지막한 타원형 무대가 있고 두 점의 조각상이 올려져 있다. 마치 무대 위에서 조용히 앉아 공연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꽃미남 배우 같다. 11월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보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된 새로운 상설전시실을 공개했다. 바로…
해마다 가을이면 눈부신 해변과 파란 하늘, 그리고 영화를 보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넘실대는 파도를 배경으로 영화인과 관객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영화 축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2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 10월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20년이 훌쩍 넘었는데, 지난해…
강의가 없는 금요일, 나는 가을바람에 이끌려 집을 나서 동네 작은 문화공간을 찾아간다. 비라도 내린다면 콸콸 쏟아지는 정릉천변을 따라 오르기도 하고, 물길을 따라 북한산 입구에 다다르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계곡 바람에 흐르던 땀을 말려보기도 한다. 그렇게 걸어 찾아가는 곳들이 있다. …
도쿄 올림픽은 8일 막을 내렸고 16일 패럴림픽이 시작된다. 이번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고, 개최 반대 여론 속에 철저한 방역을 내걸었다. 경기는 무관중으로, 개·폐막식도 소박하게 열렸다. 개·폐막식과 여러 시상식을 보며 행사 진행요원들이 참가국 피켓을 들 때나 시상식…
중국에서는 서법(書法), 한국에서는 서예(書藝), 일본에서는 서도(書道).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벼루에 먹을 갈아 붓으로 화선지에 글을 쓰는 행위와 이를 작품으로 여기는 것은 동일하다. 이 때문에 서예야말로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공통 문화 콘텐츠가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