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제학술포럼 ‘아리타 도자기의 어머니 백파선’에 참가하면서 백파선(百婆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백파선은 임진왜란 때 남편과 함께 일본으로 끌려갔던 조선인 여성 도공(陶工)이다. 그녀는 남편이 사망한 후에 660여 명의 조선 도공을 이끌고 아리타(有田)로 …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다. 말은 겉보기에 화려하게 꾸밀 수 있지만, 그림은 말로 표현하지 못한 진실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산에 가서 떨어진 나무를 주워 무언가를 조각하기도 했고, 흙으로 조형물을 만들기도 했다. 나는 미술을 통해 창작하는 것을 즐거워했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 사이에 존재하는 디아스포라로 두 나라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입장에서 논의를 펼치며 서로를 비난하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슬프고 허무해진다. 그런 와중에 한 편의 영화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희망의 실마리를 찾았다. 8월 15일에 개봉될 정…
처음 한국에 온 1980년대 중반, 당시 집에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간혹 시장에 가면 끈에 묶여 있는 고양이를 볼 뿐이었다. 고양이의 이름을 물으면 대부분 “이름 같은 건 없어, 그냥 나비라고 불러”라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당시 고양이는 불길한 동물로 여겨져 가정에서…
지난 주말 금강역사영화제에 다녀왔다. 영화제 기간 전북 군산에서 금강을 건너 충남 서천의 해변에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찾아갔다. 자원관에 들어서자 마치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생명의 기원처럼 가운데 커다란 해양생물 표본탑이 세워져 있었다. 커다란 수족관에 살아 있는 물고기들이 전시되…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로 근대 서화를 소개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된 ‘자화상―나를 보다’,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화의 두 거장―청전(靑田)·소정(小亭)’, 국립중앙박물관의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
3월, 신학기가 시작됐다. 나는 대학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매년 1학년 일본전공 강의실에서는 ‘아이우에오(あいうえお)’부터 시작한다. 알다시피 ‘아이우에오’는 한국어의 ‘가나다’에 해당하는 일본어 학습의 첫걸음이다. 어학은 문자 쓰기, 읽기, 발음하기, 리듬을 몸에 …
누군가 내게 존경하는 한국인이 있느냐고, 그게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서슴없이 나는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과 간송 전형필 선생, 그리고 혜곡 최순우 선생이라고 하겠다. 한국의 민주화와 천주교를 위해 애쓰신 추기경, 한국 문화재를 지켜주신 간송, 그리고 그 문화재들의 의미와 가치를 학자는 …
새로운 해가 시작됐다. 올해는 기해년(己亥年)으로 십이지의 마지막 동물인 돼지의 해다. 돼지저금통, 돼지꿈, 꽃돼지, 복돼지…. 한국에서 돼지는 ‘다산으로 재산을 불러 모으는 복의 상징’이라고 하여 좋은 이미지다. 하지만 일본에선 비만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다. 처음 한국에 왔을 …
11일 오전 일본에서 날아온 기쁜 소식을 접했다. 일본이 우주보급선 고노토리 7호기에 실어 우주정거장(ISS)에 보냈던 캡슐이 의료연구용 단백질 등 실험용 시료를 담아 무사히 지구로 되돌아왔다. 이와 관련해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쓰쿠바우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이날 오전…
요즘 주말이면 자주 지방을 여행한다. 대전, 제천, 예천, 안동, 부산 등이다. 지방에는 서울에 없는 매력이 넘친다. 황금빛 풍광, 불어오는 바람, 향긋한 내음에 매료된다. 당연하지만 지방마다 각각 개성이 담긴 훌륭한 문화가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예천과 부산이었다. 내게 예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함께 이어가요 우정을 미래로’라는 슬로건으로 ‘제14회 한일축제한마당 2018 in Seoul’이 개최된다. 이 행사는 1998년 10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의 한일공동선언이 발단이 됐고, 2005년 ‘한일우정의 해’에 시…
한국과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혜를 모아 펼치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이 화제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는 중국, 대만, 러시아 등에서 온 유학생 500여 명이 재학 중이다. 그중 일본 유학생은 미용예술학과에 3명, 교환학생이 3명으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
내 생일은 6월 6일, 현충일이다. 그리고 이날은 아버지의 기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6월은 나와 아버지를 생각하고, 아버지를 추모하는 달이며 한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추도하는 달이다. 내 아버지는 지방공무원이셨고,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픈 체험 때문에 일본 사회에 대한 엄격한 비…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슬로건으로 3일 개막한 제19회 전주 국제영화제가 12일 막을 내렸다. 2000년 시작된 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독립영화제로 주목을 받았고, 올해는 46개국 246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나는 이 영화제를 2회째였던 2001년부터 거의 매년 찾아갔다. 올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