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콘서트홀을 만드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네덜란드와 독일의 유명 콘서트홀들을 찾아 콘서트를 감상하면서 마음에 담아둔 질문이었다. 11월 27일 ‘세계에서 가장 음향이 뛰어난 공연장’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를 찾았…
11월 산속을 걷는 길은 후각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쌓이고 삭아들면서 찻잎이 찻물에 우러나는 듯한 향기를 낸다. 코로 깊이 들이마시면 몸에도 좋을 것만 같다. 소소한 감각의 향연 속에 지난해와 그 이전의 숲들이 남긴 기억들도 쌓인다. 이런 계절에 불만에 잠기는 사람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959년 나온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제목이다. 2년 뒤 잉그리드 버그먼이 주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알려졌다. 이 영화 주제가인 ‘더 이상 말하지 말아요. 안녕이에요(Say No More, It‘s Goodbye)’는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에서 멜로…
지난달 19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서 연주된 음악 중에는 여왕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곡이 있다. 작곡가 랠프 본 윌리엄스(1872∼1958)가 여왕의 대관식을 위해 작곡한 찬송가 ‘오 주께서 얼마나 자비로우신지 보고 맛보라’다. 1953년 6월 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
“어제 결선 보셨나요?” 작곡가 시벨리우스가 53년을 산 집이자 그의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핀란드 헬싱키 근교 ‘아이놀라’의 직원은 “라디오로 들었어요. 멋진 연주였죠”라고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나는 우승자의 나라 한국에서 왔어요. 당신들은 이 위대한 작곡가를 자랑할 분명한 이유…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으로 불린다. 서로 다른 민족 배경을 갖고 있지만 지리적 역사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1940년 소련에 함께 병합됐다가 1990년 소련에서는 처음으로 나란히 독립을 성취했다. 세 나라 인구를 합치면 600만 명 남짓이며 영토를 다 합…
‘육체는 슬퍼라, 아, 나는 모든 책들을 읽었건만/떠나자, 저 멀리 떠나자! 미지의 거품과 하늘 가운데/새들은 벌써 취하였구나!/그 무엇도, 두 눈에 비치는 낡은 정원도,/바다에 젖어든 이 마음 붙잡을 수 없으리…’(말라르메, ‘바다의 미풍’) 덥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상상해…
30, 3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세계 50개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고잉홈 프로젝트’가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지휘자 없이 연주한다. 리듬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곡이다. 지휘자의 손과 몸짓을 보지 않고도 잘 맞출 수 있을까. 오케스트라에 처음부터 …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시작 부분엔 호른의 네 음표에 이어 지저귀는 듯한 경쾌한 멜로디를 바순이 노래한다. 말러가 그의 초기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높은 지성에의 찬미’라는 노래 전주에서 따온 선율이다. 노래 내용은 이렇다. 노래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숲속 뻐…
늦은 5월의 두 주간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4국에서 보냈다. 노르웨이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빙하가 깎아낸 대자연의 장관 피오르(빙하협곡)에 취했고,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소식을 직접 현장에서 전할 수 있었다. 이들…
최근 쇼팽 발라드 4곡과 소나타 3번 등을 담은 음반을 내고 같은 프로그램으로 전국 순회 연주 중인 피아니스트 조재혁은 50대에 연주자로서 절정기를 맞이한 ‘역주행’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연주자의 커리어는 계획대로 풀리지도, 각자 인생의 비슷한 시기에 오지도 않죠.” 문화계에서 ‘…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2022 서울스프링페스티벌 다섯째 날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을 비롯한 다섯 현악 연주자들이 이탈리아 작곡가 루이지 보케리니(1743∼1805)의 현악5중주 ‘마드리드 거리의 밤 음악’을 연주한다. 이탈리아 작곡가가 왜 마드리드를 …
2013년 성악 부문으로 열린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엔 멕시코 출신의 세계적 테너 프란시스코 아라이사가 심사위원으로 함께했다. 이 대회 준결선에선 이후 최종 우승자가 될 테너 김범진을 비롯해 여러 참가자가 도니체티 오페라 ‘라메르무어의 루치아’에 나오는 아리아 ‘머지않아 내가 쉴 자리를(F…
쇼팽의 연습곡 12번은 ‘혁명’이라는 제목으로 불린다. 곡 시작부터 쏟아지는 듯한, 파도치는 듯한 양손의 성난 질주가 듣는 사람을 압도한다. 쇼팽은 1831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이 곡을 썼다. 그해 고향인 폴란드 바르샤바를 떠난 그는 세계 음악의 수도로 불리던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4번(1877년) 3악장은 여러모로 기묘하다. ‘스케르초’로 표기되어 있지만 통상의 스케르초에서 들을 수 있는 빠른 3박자 대신 2박자로 되어 있다. 게다가 현악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활을 쓰지 않고 손가락으로 퉁기는 피치카토 주법으로 연주한다. 차이콥스키는 이 악장…